네덜란드 “대만 침공 당하면 반도체 장비 원격 비활성화”

한동훈
2024년 05월 22일 오후 12:30 업데이트: 2024년 05월 22일 오후 1:19

미국의 우려에 네덜란드 정부 답변…침공 대비 시뮬레이션도

중국 공산당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대만 내 첨단 반도체 제조설비를 원격으로 비활성화할 수 있다고 네덜란드의 반도체 핵심설비 제조사 ASML이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21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은 이 사안에 정통한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대만 내 반도체 제조설비를 중국에 장악당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네덜란드와 대만에 비공개로 전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네덜란드 정부를 통해 해당 소식을 전해받은 ASML은 네덜란드 당국에 유사시 원격으로 자시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비활성화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 측은 위험평가를 위해 침략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까지 실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원재료인 웨이퍼에 빛을 발사해 미세한 회로 패턴을 새길 수 있는 장비다. 1대당 가격이 수천억 원에 달하지만, 세밀한 공정을 위해 대체 불가의 장비로서 연간 생산량이 수십 대에 불과해 반도체 생산 기업들 사이에서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이 장비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며, 네덜란드는 이 기업의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으려 기업의 경영에도 일정 부분 개입해 왔다. 그중 대표적 사례가 중국과의 거래다.

ASML EUV 노광장비 ‘NXE:3350B’ | ASML

중국 공산당은 미국에 맞서 패권 경쟁을 벌이면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려 반도체 굴기를 추진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ASML의 EUV 노광장비를 확보하려 혈안이었다. 만약 중국 공산당이 대만을 점령할 경우,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택생산 기업인 TSMC를 장악함으로써 이 같은 야욕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TSMC는 전 세계에서 ASML 장비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미국 연방의회는 대만의 방어를 지원하려 80억 달러(약 11조원) 규모의 지원을 승인했으며, 바이든 행정부 역시 향후 반도체 공급 중단 가능성에 대비해, TSMC와 인텔 등 반도체 기업에 총 390억 달러(약 54조원)의 보조금 지원을 약속하며 생산시설의 미국 이전을 제안했다.

TSMC의 류더인(마크 리우) 전 회장은 재임 중이었던 지난 9월 미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대만이 침공을 당한다면 자사의 반도체 제조설비를 비활성화할 것임을 암시한 바 있다. 류 당시 회장은 “누구도 우리 회사를 무력으로 통제할 수 없다”며 “군사 침입이 일어난다면 TSMC 공장은 계속 가동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