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운동가 “선거 없이 민주주의 이루려 하면 중국처럼 돼”

신디 리
2023년 08월 18일 오후 3:42 업데이트: 2023년 08월 18일 오후 6:25

홍콩 의회 선거 조직위원회가 올해 말 전 세계 온라인 선거를 실시해 초대 의회를 구성할 의원 35명을 선출할 계획이라고 공언했다.

홍콩 의회는 홍콩인들의 자결권 증진을 목표로 2022년에 설립됐다.

의회 공동 설립자이자 홍콩 민주화 운동가인 엘머 위엔은 “현재 홍콩 의회에 법적인 권한은 없지만, 중국 정권이 무너진 뒤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 홍콩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2~3년 안에 중국공산당이 붕괴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엔은 “이번 홍콩 의회 선거는 21세 이상의 홍콩인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며 관심을 가져달라고 촉구했다.

100만 명 참여할 것

“얼마나 많은 홍콩인이 의회 선거에 참여할 것 같으냐”는 질문에 위엔은 “약 100만 명의 재외 홍콩인과 현재 홍콩에 거주하는 시민 7만 명이 참여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의 예상대로라면, 전 세계에 분포해 있는 홍콩인 약 1000만 명 중 10%가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다.

홍콩 내 반(反)정부 활동을 처벌하는 국가보안법으로 인해 선거 참여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위엔은 말했다. 홍콩 국가보안법은 외국 세력과의 결탁, 국가 분열, 테러리즘 활동 등을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따라 홍콩 당국에 반대하는 모든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할 수 있다.

위엔은 “만약 국가보안법이 없었다면, 이번 의회 선거에 홍콩인 수백만 명이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거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며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이끌고 있는 위엔은 선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하고 있는 모든 일은 민주주의를 향한 걸음”이라며 “선거 없이는 민주주의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선거 없이 민주주의를 이루려고 하면 결국 중국처럼 된다”며 “유엔 회원국은 192개국에 달하는데, 이 국가들은 모두 어떤 형태로든 선거를 치른다. 심지어 중국에도 ‘가짜’ 인민대표대회가 존재한다”고 전했다.

위엔은 수십 년간 국제사회의 관심과 지지를 받은 ‘중앙티베트행정부(CTA)’를 홍콩 의회의 지향점으로 언급했다.

CTA는 1959년 제14대 달라이 라마가 인도에서 수립한 티베트의 망명정부다. 현재 미국, 프랑스, 일본 등 13개국에 티베트대표부를 두고 각국 의회와 티베트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위엔은 “우리가 원하는 바를 이루려면, 답은 선거밖에 없다”며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든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 의회 기자회견에 참석한 빅터 호(왼쪽), 엘머 위엔(오른쪽) | 기자회견 영상 캡처

중국공산당의 표적이 된 위엔의 가족

홍콩 국가안전처는 위엔을 검거하기 위해 100만 홍콩달러(약 1억 7천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고 지명 수배령을 내렸다.

홍콩 당국은 “엘머 위엔은 국가 전복 및 외국 세력과의 공모 혐의를 받고 있다”며 “이는 홍콩 국가보안법 위반에 해당하며,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홍콩의 국제적 위상을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밝혔다.

지난달 홍콩 국가안전처는 위엔의 아들, 며느리 등 가족을 연행해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엔의 며느리인 유니스 융은 홍콩 입법회의 친중파 의원이다. 2022년 홍콩 의회 설립 직후, 그녀는 “(홍콩 의회는) 홍콩 정부를 공격하는 악의적인 조직”이라고 비판하며 위엔과의 관계에 선을 그었다.

이어 “이 단체는 국가를 전복하고 홍콩 정부를 무력화하려고 한다. 국가보안법 제37조에 따라 범죄 행위를 단속하고 반정부 행위자를 체포하는 것을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위엔은 홍콩 당국의 위협에 굴복하지 않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그는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 이것은 ‘원칙’의 문제”라며 “무슨 짓을 하든,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려의 시선

홍콩 민주주의 옹호자이자 미디어 평론가인 빈 린은 “전 세계 홍콩인들이 홍콩 의회의 정당성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빈 린에 따르면 일부 홍콩인들은 중국 본토에서 사업가로 활동한 전력이 있는 엘머 위엔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중국공산당이 이번 선거의 유권자 데이터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는지, 선거에 출마하는 이들이 실질적으로 홍콩을 대표할 수 있는지, 투표율이 얼마나 될지 등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빈 린은 홍콩 의회에 대해 열린 자세를 취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에 “선거를 통해 홍콩 시민을 대표하는 조직을 세울 수 있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홍콩 커뮤니티 내에서 서로를 부정하거나 불신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바로 중국공산당이 원하는 것”이라고 당부했다.

다만, 빈 린은 망명 의회가 아닌 홍콩 민주화 단체로서 새로운 주도권을 잡을 것을 제안했다. 그는 “아직 의회가 구성되지 않았고, 사람들이 의회에 입법권, 행정권 등의 권한이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며 “의회 설립을 논의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전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위엔은 “완벽한 방법이나 해결책은 없다. 여러 세대에 걸쳐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며 이런 말을 덧붙였다.

“민주주의는 하루아침에 생겨나지 않는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