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날, 우리에겐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에드워드 친(Edward Chin)
2023년 08월 1일 오후 5:17 업데이트: 2024년 01월 6일 오후 7:29

홍콩국가보안법(NSL)은 악몽의 시작이었다. 3년 전, 홍콩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이후 사람들은 홍콩을 떠나기 시작했다. 홍콩에 남은 사람들은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를 잃고 두려움 속에서 살아야 했다.

지난달 4일(현지 시간) 현 공산주의 홍콩 행정부는 홍콩 민주진영 인사 8명에 대해 수배령을 내리고 1인당 각각 100만 홍콩달러(한화 약 1억70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이들 8명은 현재 영국 등 해외에 체류하며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이끌고 있다. 존 리 홍콩 행정장관은 “모든 법적 수단을 동원해 이들을 끝까지 추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미국 정부는 홍콩의 자율성을 훼손하고 시민들의 집회 및 표현의 자유를 훼손했다며 존 리 장관을 포함, 홍콩 및 중국 관리 11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이렇듯 미국을 비롯한 영국과 호주 등 서방 국가는 홍콩 정부를 강도 높게 규탄하고 나섰다. 그러나 홍콩 경찰은 현상금을 내건 민주 활동가 8명의 가족을 잇달아 연행해 조사하고 있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지난달 24일 홍콩 경찰 내 국가보안법 담당 부서인 국가안전처는 민주 활동가 8명 중 한 명인 엘머 위엔의 아들과 딸, 며느리를 연행, 구금했다. 올해 74세 고령인 엘머 위엔의 장녀 미미 위엔은 미국 시민권자다. 홍콩 경찰은 미미 위엔까지 연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에도 진정한 법치가 존재하던 때가 있었다. 홍콩이 영국령이었던 시절부터 1997년 중국에 반환된 후 몇 년 동안은 홍콩에도 진정한 법치가 있었다. 그리고 2023년, 홍콩은 중국의 체제 아래 놓였다.

홍콩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지 3년이 넘었다. 중국에 반환된 지는 26년이 지났다. 진정한 법치는 더 이상 홍콩에 존재하지 않는다. 2023년 홍콩 초·중·고 학생들은 중국 국가인 ‘의용군행진곡’을 배우고 불러야 한다. 홍콩 정부는 진정한 홍콩의 국가로 여겨지는 곡 ‘글로리 투 홍콩’을 금지곡으로 만들려고 시도했다. 지난달 28일 홍콩 고등법원이 이를 기각했으나, 공공장소에서 ‘글로리 투 홍콩’을 부르는 사람들이 경찰에 연행되거나 처벌받는 등 이미 해당 곡은 사실상 금지곡 취급을 받고 있다. 같은 달 SNS에 ‘글로리 투 홍콩’ 음악을 삽입한 게시글을 올린 남성이 선동죄로 징역 3개월을 선고받기도 했다.

1965년에서 1980년 사이에 출생한, 현재 40~50대 홍콩인들은 이른바 ‘굿 올드 홍콩(Good Old Hong Kong)’을 겪은 세대다. 당시 국제사회는 홍콩의 법치가 온전하게 유지될 것으로 믿었다. 많은 해외 기업이 국제 무역을 위해 홍콩으로 들어왔다. 이곳에서 다양한 기술을 가진 전문가들이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치로 발휘했다. 홍콩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많은 기회의 문이 열렸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건설업, 금융업, 부동산업, 제조업 등 여러 주요 산업이 번성했고 홍콩은 번영을 누렸다.

전성기는 중국으로 반환된 1997년이 끝이었다. 이 시기 홍콩인들 사이에서는 홍콩을 떠나는 이민 물결이 일었다. 홍콩인들은 공산주의 중국 치하에서 살기를 두려워했다. 신뢰를 중요시하는 홍콩인들은 일과 삶에 있어 열정적인 태도가 몸에 배어 있었고 목적지향적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홍콩에서 그렇게 살아가기엔 상황이 그리 낙관적이지 못하다.

다음 세대인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 출생), Y세대(1980~1990년 출생), Z세대(1997~2015년 출생) 모두가 중국에 맞서야 한다. 1996년생 조슈아 웡과 아그네스 차우 같은 홍콩 민주 활동가가 그 예다. 공산주의 수뇌부는 이러한 홍콩의 젊은 세대를 없애려고 한다. 현재 조슈아 웡은 수감 중이며, 아그네스 차우는 2021년 출소 이후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지난 2019년 여름은 홍콩 현대사에서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진 계절이었다. 청소년부터 중장년까지 다양한 세대의 홍콩인들이 거리로 나와 자유를 위해 싸웠다. 200만 명에 달하는 홍콩 시민들이 진정한 민주주의와 자치 정부를 원한다고 중국 당국을 향해 목숨 걸고 외쳤다. 홍콩인들은 중국의 침략을 원하지 않았다.

2019년 홍콩 민주화 운동 이후, 중국 정부와 친중 성향의 꼭두각시 홍콩 정부는 화해가 아닌 탄압을 택했다. 이는 더 많은 저항, 더 많은 비극, 더 많은 희생으로 이어지고 있다. 홍콩의 여러 세대는 이미 정부를 신뢰하지 않게 됐다. 이는 정부 또한 자국민을 잃었음을 의미한다. 홍콩 정권이 계속해서 탄압을 가한다면 앞으로도 더 많은 홍콩인이 해외로 나갈 것이다. 세계 무대에서 홍콩의 고유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면, 과연 홍콩에 남는 게 무엇일까? 홍콩이 정말로 ‘게임 오버’가 되기 전, 홍콩에 살든, 해외에 살든, 자유를 위해 계속 투쟁하는 것은 홍콩인의 의무다. 언젠가 홍콩에 영광이 있기를. 글로리 투 홍콩.

전 홍콩 헤지펀드 대표인 에드워드 친(Edward Chin)은 현재 국경없는 기자회(RSF) 홍콩·마카오 지부의 수석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