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디즈니월드, 창사 이래 최대 위기…“인파 4년 전 절반 수준”

T.J. 머스카로 (T.J. Muscaro)
2023년 07월 24일 오후 10:36 업데이트: 2024년 02월 3일 오후 11:06

올해로 창사 100주년을 맞은 미국 월트디즈니가 ‘PC주의(Political Correctness, 정치적 올바름)’ 논란에 이어 실적 부진 문제까지 겹치는 등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월트디즈니 전체 영업 이익의 약 60%를 차지할 만큼 ‘캐시 카우(Cash Cow, 주 수입원)’로 여겨졌던 테마파크 디즈니월드가 요금 인상, 폭염 등의 영향으로 방문객 수가 급감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행사 투어링 플랜스(Touring Plans)의 최신 조사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2년간 호황을 누리던 디즈니월드가 이례적인 방문객 수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투어링 플랜스는 독립기념일인 지난 7월 4일 디즈니월드 매직킹덤파크의 평균 대기 시간을 집계했다. 일반적으로 테마파크 내 대기 시간은 방문객 수에 비례하므로, 대기 시간을 비교분석해 방문객 증가율을 파악한다.

7월 4일 평균 대기 시간은 27분으로, 지난해 같은 날(31분)보다 4분 줄었다. 심지어 2019년 같은 날(47분)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으로 대기 시간이 감소했다.

디즈니다이닝닷컴의 작가이자 디즈니월드 연간 이용권 소지자인 마이클 아놀드(Michael Arnold)는 “최근 디즈니월드를 방문했을 때 깜짝 놀랐다”며 “이렇게 한산하고, 대기 시간이 짧은 적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100분 이상의 대기 시간으로 악명 높았던 4D 시뮬레이터 놀이기구는 55분만 기다리면 탑승할 수 있었다”며 “이는 디즈니월드에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월트디즈니가 격동의 2023년을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틴 맥카시 전 월트디즈니 최고재무책임자 | 연합뉴스

실적 부진으로 인한 경영진 해임, 흥행 참패, 과세권 및 개발권에 대한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의 법적 분쟁 등이 겹치며 창사 이래 최악의 경영 위기를 맞았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더해 디즈니월드까지 역대 최악의 방문객 수를 기록한 것은 월트디즈니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크리스틴 맥카시(Christine McCarthy) 전 월트디즈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5월에 열린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디즈니월드 방문객 수 감소는 예견된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해 엄청난 규모의 디즈니월드 50주년 기념행사를 치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방문객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초대형 이벤트 이후 수요가 감소하는 현상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며, 방문객 감소세는 곧 회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기념일, 이벤트 이후 수요가 감소하는 데는 동의하지만, 또 다른 요인들이 디즈니월드를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는 여름 방학, 크리스마스 연휴 등 전통적인 휴가 기간이 디즈니월드의 최대 성수기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전통적인 휴가 기간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

투어링 플랜스의 수석 통계학자 프레드 헤이즐턴(Fred Hazelton)은 “여름철 여행객이 몇 년째 감소하고 있다”며 “자녀의 학교 일정에 맞춰 성수기에 여행을 떠나려는 사람들이 줄고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아놀드 작가는 “우리 가족도 많은 인파가 몰리는 여름 휴가철이나 핼러윈, 크리스마스 연휴를 피해 늦겨울이나 초봄에 휴가를 떠난다”며 “디즈니월드도 비수기에 맞춰 방문하는 편”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변화에는 디즈니월드의 요금 인상 결정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디즈니월드 자료사진 | 연합뉴스

실제로 지난해 디즈니는 핼러윈 기간인 10월에 2일권 가격을 성인 기준 255달러에서 285달러로 인상하는 등 요금을 약 9% 올렸다.

아놀드 작가는 “수많은 사람이 물가 인상 등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요금이 오른 디즈니월드에 방문하기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투어링 플랜스의 대표 렌 테스타(Len Testa)는 “디즈니월드에서 휴가를 보내기 위한 총비용은 팬데믹 이전 기준 미국 가정의 평균 휴가 지출 비용의 60%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미국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2019년 미국 가정의 평균 여행 경비는 2100달러였다.

기록적인 폭염도 디즈니월드 방문객 감소에 영향을 준 요인으로 꼽힌다. 디즈니월드가 있는 미국 플로리다주의 7월 초 평균 기온은 섭씨 38도에 육박했다.

아놀드 작가는 “아무도 놀이기구 앞에 하루종일 앉아 있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라며 “무더위를 피해 크루즈, 리조트 수영장, 해변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테스타 대표도 “요금 인상, 폭염 등의 영향으로 다른 선택지를 고려하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의견을 더했다.

에포크타임스는 월트디즈니에 관련 논평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 기사는 번역 및 정리에 김연진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