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한미일 정상회담 “역사적”…中 공산당 위협에 억지력

한동훈
2023년 08월 19일 오전 10:48 업데이트: 2023년 08월 19일 오전 10:48

3국 협력 ‘제도화’, 연내도전에 공동 대응
“한일 과거사 문제 뛰어넘어 동맹복원”
중국 ‘나토식 군사동맹 추진’ 강력 반발

한국, 미국, 일본 정상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근교 캠프 데이비드에서 사상 첫 3국 단독 정상회의를 열고 북한 핵 위협과 중국의 역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한 3국 간 협력 확대를 천명했다.

3국 정상은 이번 회의를 통해 포괄적 협력 방안을 모색한 총론이자 공동성명 격인 ‘캠프 데이비드 정신’, 구체적 협력 원칙을 담은 ‘캠프 데이비드 원칙’, 위협이 발생할 경우 즉각 공동 대응한다는 약속을 담은 ‘3자 협의에 대한 공약’ 등 문서 3건을 채택했다.

한미일 정상은 우선 3국 협력을 제도화하기로 했다. 한미일 정상회의를 정례화해 연 1회 이상 개최하고, 외교장관·국방장관·국가안보보좌관 간 협의도 최소 연 1회 갖기로 했다.

3국 협력은 국가안보와 외교에만 그치지 않고 경제안보로도 확대된다. 산업·공업 장관회의도 연 1회 이상 가동하며, 3국 재무장관 협의를 위한 첫 회의를 곧 개최해 향후 정례화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이번 정상회의는 공산주의 중국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외교적, 군사적 팽창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역내 도전에 대한 억지력 강화를 명확히 한 점이 눈에 띈다.

한미일 정상은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에서 “한미일 간 공동의 이익과 안보에 미치는 지역 내 도전·도발·위협에 대한 대응을 조율하기 위해 신속하게 협의하기로 약속한다”고 문서로 명시했다.

이는 내년 미국 대선을 비롯한 정권교체 등 정치 상황과 무관하게 3국 공조가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3자 공약은 ‘지역 내 도전’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공동대응의 대상을 북한의 위협만으로 특정하지 않았다. 북한의 핵 도발과 배후에서 이를 지원한 중국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한미일 3국 협력에 새 지평” 외교안보 전문가 평가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은 정상회의 전 이번 회의는 “한미일 3자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3국이 연례 군사훈련 계획, 탄도미사일 방어 조정 통합, 정보 공유 및 위기 커뮤니케이션 개선, 인도-태양 지역 유사시 대응과 관련한 정책 조정 등 새로운 안보 약속에 합의했다고 밝혔다”며 역내 안정 여건 마련의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군 정보부 출신의 국제 외교안보 전문가이자 포브스 등의 매체에 기고해 온 엔더스 코(Anders Corr) 박사는 3국 회의를 “역사적 움직임”라고 평가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중국 공산당의 대만 침공 행보를 거론하며 “역내 안정을 위해서는 미국이 일본, 한국, 필리핀, 호주 등 지역 내 동맹국의 군사기지를 광범위하게 사용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일 간 역사적 문제를 극복해야만 전진할 수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허브 앤 스포크(hub & spoke·중심거점을 이용한 효율적 물류 방식)’ 동맹 관계를 확실히 하면서 더욱 조화로운 방어 네트워크를 발전시켜야 한다. 여기에는 한국군과 일본군 간의 직접적인 조율을 포함한다”고 말했다.

중국 공산당의 세력 팽창을 막기 위해서는 한일 간 과거사 문제를 뛰어넘어 양국의 직접적인 군사협력까지 필요하며, 3국 정상회의가 이를 위한 든든한 초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문제 전문가 리닝은 “한국과 일본은 과거사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 때문에 2022년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까지 한일 양국은 서로를 외면해 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하지만 중국 공산당과 북한이 위협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자, 윤 대통령은 미국과 관계를 회복하고 일본에는 올리브 가지(화해의 제스처)를 건네며 공동 대응을 위한 결속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리닝은 “한국은 2개의 공산주의 국가와 이웃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같은 보수성향인 일본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12년 만에 셔틀외교를 복원하고, 한미일 3국 고위 관리 간 회담을 여러 차례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또한 “윤 대통령은 지난 15일 78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한반도와 역내에서 한미일 안보협력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면서 ‘한미일 정상회의는 한반도와 인도·태평양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할 3국 공조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3국 공조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미국 도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 국방장관 보좌관을 지낸 외교안보 전문가 프랭크 개프니(Frank Gaffney)는 에포크타임스에 “최근 몇 년간 역내 긴장이 고조되면서 3국 관계 재건의 중요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개프니는 “현재 한국은 현명한 친미 보수 정부가 들어서면서 3국이 공동 방어를 위해 협력을 긴밀히 할 기회가 생겼다”며 “이번 정상회담이 더욱 중요한 것은 중국 공산당의 위협에 대한 각국의 공통된 우려가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2022년 6월29일(현지시간)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부터)가 스페인 마드리드 전시컨벤션센터(IFEMA)에서 3국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 Brendan SMIALOWSKI/AFP/연합

중국 “미국, 동북아에 나토식 군사동맹 추진”

중국은 이달 초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의 개최에 대해 ‘미국이 동북아에서 나토식 3국 군사동맹을 구축하려고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 7일 자 사설에서 “일부 분석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이 한미일 3각 군사협력 체제 구축의 시작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면서 어떤 분석가들이 제시한 견해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환구시보는 “미국, 일본, 한국은 표면적으로는 ‘북한 위협에 대응’이라는 기치를 내걸었지만, 사실 미국은 항상 동북아에서 작은 나토식 3각 군사동맹을 만들어 내고 싶어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과거 한일 간 역사 갈등과 현실적 문제, 동북아 지역 경제협력의 번영으로 이런 3자 군사협력을 실현하는 것은 한때 ‘거의 불가능’으로 여겨졌다”며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워싱턴은 한국이 일본에 양보하라고 극구 부추겼고 한일 화해를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근본적 변화라고 선전했다”고 전했다.

환구시보가 이 대목에서 언급한 ‘동북아 지역 경제협력의 번영’은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의미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한국이 중국과의 무역을 통해 이익을 얻으면서 중국이 요구하는 대로 미국, 일본과 거리를 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나토의 확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주된 원인이 되기도 했다. 중국 공산당 역시 나토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개입하는 것을 극히 우려해 왔다.

지난 7월 11~12일 발트해 연안 국가인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때 나토 31개 회원국이 ‘중국의 군사력 증강에 비난하는 성명’에 서명하고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아태 지역 비회원국이 참가하자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동북아에서 한미일 간 나토 혹은 나토에 준하는 군사동맹에 체결되면 어느 한 국가가 군사적 침략을 당하더라도 자동 개입이 이뤄지므로, 중국은 3국 중 어느 한 곳을 상대로도 군사적 도발을 감행할 수 없게 된다.

“한미일 협력 강화, 분쟁 억지력으로 작용”

중국 공산당이 추구하는 ‘중국몽’은 대만과의 통일국가 완성을 1차적 목표로 하고 있다.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는 지난 3월 당대회에서 “조국의 완전한 통일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위한 필연적 요구”라며 “(임기 중) 대업을 확고부동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대만 통일이 곧 무력 침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대만해협에서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몇몇 분석가들은 공산당 인민해방군과 미군의 해군력 비교, 중국의 경제 침체 등을 고려해 오는 2027년이 대만 무력 침공을 시도할 마지막 시한이라는 견해도 제시한다.

일부 한국 언론에서는 대만해협에서의 무력 충돌 가능성을 두고 한국이 끌려들어 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평화’를 강조하며 거리두기를 제안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만해협은 세계에서 가장 분주한 운송로 중 하나이며, 현재 자유로운 항행이 가능한 이 해협을 중국 공산당이 장악하게 되면 한국 경제가 중국에 종속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만해협의 안정이 한국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국제외교 안보 전문가 코(Corr) 박사는 “나는 2014년부터 아시아의 민주진영이 더 긴밀한 동맹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역내 위협 확대 등으로 마침내 한국, 일본, 호주, 인도가 미국과 손잡고 나토와의 통합을 통해 아시아에서 더욱 통합된 안보 안전망을 형성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안보 전문가 개프니 역시 “미국, 한국, 일본에 아세안 국가들이 합류하면 중국은 대만을 침공했다가 엄중한 결과를 맞이하리라는 신호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토식이든 현재의 동맹을 강화한 방식이든 최소한의 군사동맹 협정만 체결하더라도 미국, 한국, 일본에 호주와 대만을 통합하고 여기에 인도까지 힘을 더하게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개프니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세계가 얻은 교훈이 하나 있지만, 분쟁이 발생한 후 대처하는 것보다 미리 분쟁을 억지하는 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