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 시진핑 이상행보 배경 두고 중화권 의론 분분

강우찬
2023년 09월 3일 오후 4:06 업데이트: 2023년 09월 5일 오후 2:00

공들여 마련한 자리에 불참…해석 놓고 예언까지 등장
청나라 예언서 ‘철판도’에 “시진핑 최후 담겼다” 풀이도

시진핑의 최근 행보를 두고 중화권에서 의론이 분분하다. 중요 모임에 뚜렷한 이유 없이 불참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냐다.

지난 22일(현지시간) 시진핑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진행된 브릭스(Brics) 정상회의의 주요 행사였던 비즈니스 포럼 및 만찬에 통보도 없이 불참했다. 그의 연설문은 상무부장 왕웬타오가 대독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시진핑 주석이 포럼을 건너뛴 것에 대해 설명이 없다”며 “중국에 관심 많은 현장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표하고 있으며,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도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않았고 중국 관영매체들 역시 시진핑이 통보 없이 불참한 데 대해 별다른 기사를 보도하지 않았다.

브릭스 정상회의, 시진핑 ‘대국전략’의 핵심 단계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으로 구성된 브릭스는 G7(주요 7개국), G20(주요20개국)에 대항하기 위한 조직으로 평가된다.

이날 브릭스 정상회의의 만찬 포럼 연설은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 대안으로 중국 주도의 브릭스를 선포하는 중요한 자리였다. 그런데 정작 주인공인 시진핑이 빠진 셈이다.

에포크타임스의 시사 평론가 탕징위안(唐靖遠)은 “확실히 이상하다”며 “코로나19 완화 후 시진핑의 유일한 대외 행보는 러시아로 날아가 푸틴 대통령을 만난 것이었다. 그만큼 중-러 관계를 중요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탕징위안은 “중-러 관계는 시진핑의 소위 ‘대국(大國)전략’의 일환”이라며 “마찬가지로 남아공 브릭스 정상회담은 대국전략의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대국전략은 중국의 덩치를 키워 미국과 함께 세계 2강의 패권국으로 만들고, 서로의 이익을 건드리지 않는 존재를 구축하겠다는 취지다. 패권국으로 인정받아 갈등과 분쟁으로 인한 소모를 방지하자는 것이다. 중화권 전문가들은 이를 겉으로는 ‘윈-윈 관계’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미국을 추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탕징위안은 “시진핑은 브릭스를 미국 중심의 G7에 맞설, 중국 공산당 주도의 국제 세력으로 키우려 한다. 이를 위해 참가국을 기존 5개국에서 11개국으로 확장하려 공을 들여왔다. 이들 참가국이 세계 경제와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어 “따라서 이번 브릭스 정상회담은 매우 중요한 자리였고 첫날 연설은 주도적 역할을 선점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의미가 컸다. 시진핑 역시 매우 까다로운 준비를 해왔다. 그런데도 통보 없이 불참했다는 것은 뭔가 이상이 생겼거나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SCMP 역시 시진핑의 불참에 국제적 인사들이 모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독일 마샬펀드의 인도태평양 담당 전무 보니 글레이저는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시진핑 주석의 부재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전 중국주재 멕시코 대사 호르헤 과하르는 이 게시물에 “(시진핑은) 기초작업을 다 해 놓은 후에 다자간 포럼에 예고 없이 불참했다. 뭔가 잘못된 것 같다”는 댓글로 동의했다.

시진핑의 갑작스러운 불참에 일각에서는 건강 이상설도 제기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시진핑은 남아공에 도착해 전용기에서 내려올 때 비틀거리는 모습을 보였고 레드카펫 위를 걸을 때도 불편한 모습이었으나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은 이 장면을 삭제했다.

SNS에는 시진핑이 국빈 환영행사와 기자회견에서 안색이 어두웠다고 지적하는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시진핑은 정상회의 포럼에 불참한 다음 날인 23일 주요 회의에 참석하고 연설을 하며 공연도 보러 가는 등 정상적으로 일정을 소화했다.

탕징위안은 “전세기편으로 도착한 시진핑이 유독 도착 당일만 어떤 신체적, 정신적 이상이 생겨 연설을 대신하게 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아마 그날 저녁 매우 긴급한 상황이 발생한 것 같다. 자신의 신변이나 권력에 직결되는 수준의 사건이나 혹은 우려로 인해 급하게 불참을 결정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징조에 예민한 중국 공산당…세간에 떠도는 ‘시진핑 예언’

재미 중화권 분석가인 웨이위(薇羽)는 최근 중국에서는 공산당의 마지막과 시진핑의 최후에 관한 예언이 나돌고 있다며 그중 가장 관심을 받는 ‘철판도(鐵板圖)’와 ‘추배도(推背圖)’에 대해 소개했다.

웨이위는 “철판도를 보면 시진핑을 직접 가리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며 “이 그림은 한 지방의 향토문화연구소 소장이 한 지인의 집에서 청나라 때부터 전해지던 그림첩을 발견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고 밝혔다.

이 그림첩은 인쇄된 목판화를 엮은 것으로 ‘철판도’라는 이름은 그림이 철판에 새긴 것처럼 뚜렷하고 정확하다는 데서 붙여졌다. 그림의 내용들은 중국 각 왕조 시기에 일어날 주요 사건들을 예언한 것으로, 현재 중국 민간에서 화제가 된 것은 마지막 한 장이다.

중국 세간에 ‘철판도’로 떠돌고 있는 그림. 시진핑의 마지막을 예언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자료사진

해당 그림은 험준한 산봉우리 사이로 검은 새 4마리가 날아가는 장면을 그렸다.

그런데 오른쪽 봉우리 중턱에 흰 새가 부딪혀 피를 튀기며 추락하는 모습이 담겼다. 그리고 그림 하단부에는 ‘흰 깃털의 새가 산 이곳에 부딪혀 죽다(白羽毛鳥兒撞死在山這邊)’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웨이위는 이 그림이 시진핑의 최후를 예언했다고 여겨지는 이유로 “하얀 깃털(白羽)의 두 글자를 떼어 ‘白’ 위에 ‘羽’를 더하면 시진핑의 성씨인 시(習·익힐 습) 자가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자문화권에서는 글자를 나누어 의미를 숨기거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파자(破字) 관습이 있다. 중국인들은 이렇게 숨긴 의미를 찾아내는 일에 익숙하다.

또한 “앞서 날아간 4마리와 죽은 1마리를 합치면 5마리가 되는데, 이는 시진핑이 중국 공산당의 5세대 지도자로 불린다는 사실과 맞물린다”며 “즉 다섯 번째 하얀 깃털 새의 죽음은 5세대 지도자의 죽음을 나타내는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탕징위안은 이러한 예언과 그 풀이에 관해 “중요한 것은 중국인들,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이런 예언을 눈여겨 보고 있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무신론을 주장하고 당원들도 스스로를 무신론자라고 강조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공산당은 이런 예언이나 징조에 아주 민감한 집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2015년 시진핑과 마잉주 당시 대만 총통이 싱가포르에서 가진 정상회담을 예로 들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웨이보 계정을 통해 이 소식을 보도하며 중국 당나라 때 예언서로 유명한 ‘추배도’의 한 그림을 인용하며 주석까지 달았다.

‘추배도’는 당나라 태종 때 주역에 밝았던 도사 원천강과 이순풍이 당나라 시기를 비롯해 향후 2000년간 일어날 일을 점친 책으로, 60가지 그림과 글을 통해 60가지 예언을 담았다. ‘추배도’는 마지막 그림인 사람의 등을 밀고 있는 장면에서 유래됐다

인민일보는 웨이보에서 “1300년 전 쓴 ‘추배도’에 ‘쌍우사족(雙羽四足)’이라는 글귀가 나온다”며 “시진핑의 시(習)에서 보이는 두 날개(雙羽)와 마잉주의 마(馬)에 보이는 네 개의 다리(四足)를 가리키는 말”이라며 이 만남이 예언됐음을 강조했다.

또한 인민일보는 시진핑과 마잉주가 만난 장소인 싱가포르의 유명 호텔 ‘샹그릴라’ 역시 이미 예언돼 있었다며 둘의 만남이 역사적 사건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쌍우사족이 언급된 추배도 그림에는 ‘일월여천(日月麗天)’이란 표현도 담겼는데, 샹그릴라는 윈난성 소수민족 언어로 “내 마음속의 해와 달(日月)”이란 뜻이기 때문이다.

탕징위안은 “인민일보는 시진핑을 역사에 예언된 최고 지도자로 추켜세우려는 의도로 이 기사를 냈으나 당 기관지마저 예언을 인용하는 모순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를 통해 한 가지 알 수 있는 중요한 것은 인민일보를 비롯해 공산당 선전부서가 세간에 떠도는 예언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탕징위안은 “그 밖에도 여러 예언이 있는데 공통점이라면 중국 공산당 왕조가 시진핑의 손에서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웨이위는 “시진핑 역시 이러한 보고를 받았을 것”이라며 시진핑의 지방 시찰 시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보안 조치가 이뤄지는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 추배도에 실린 예언은 [전문가 진단] 왕조의 몰락…추배도 ‘시진핑 최후’ 예언 중화권 확산으로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