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연구진 “코로나 팬데믹 기간 ‘여아 성조숙증’ 환자 폭증”

카타벨라 로버츠(Katabella Roberts)
2023년 08월 17일 오후 8:47 업데이트: 2024년 01월 31일 오전 10:30

코로나19 유행 이후 전 세계에서 성조숙증을 겪는 어린이 환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성조숙증이란 쉽게 말해서 너무 이른 나이에 2차 성징이 발현되는 증상이다. 여자아이는 8세 미만, 남자아이는 9세 미만에 사춘기 현상이 나타나면 성조숙증으로 진단한다.

사춘기 신체 발달이 일찍 시작되면 성호르몬이 뼈 성장에 필요한 성장판을 닫히게 하고, 이에 따라 키 성장도 일찍 멈추게 된다.

성조숙증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시상하부 혹은 뇌하수체의 호르몬 분비 장애, 유전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성조숙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 제노바대학교 소아내분비과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창궐했던 2020년 3월부터 2021년 6월까지 이탈리아에서 여아 성조숙증을 진단받은 사례가 그 이전보다 약 1.79배 증가했다.

연구진은 “최근 2년간 성조숙증이 의심되는 여아의 수는 더욱 크게 증가했다”며 “이런 사례가 전 세계에서 보고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 원인으로 엄격한 봉쇄 조치로 인한 생활습관 변화, 신체활동 부족, 수면 장애 등이 지목됐다.

연구진은 “팬데믹 기간에 내려진 봉쇄 조치로 인해 가족생활 방식이 급격하게 변했는데, 이것이 아이들의 삶과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당시 공원과 체육시설 등이 모두 폐쇄돼 신체활동이 크게 줄었고 사회적 상호작용 기회까지 빼앗겨 아이들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악화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연구에 참여한 아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전자기기를 사용하는 데 하루 평균 2시간을 보냈으며, 전체 중 약 89%가 운동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생활습관의 변화가 수면 장애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건강검진을 받고 있는 어린이의 모습 | 연합뉴스

연구진은 “전자기기의 블루라이트, 운동 부족 등이 아이들의 호르몬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또한 연구에 따르면, 팬데믹 기간에 성조숙증을 진단받은 여아는 그렇지 않은 여아보다 체질량지수(BMI)가 더 높은 경향이 있었다. 소아비만은 호르몬 분비 체계를 교란하는 대표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연구를 이끈 모하마드 마그니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기간에 성조숙증 진단 사례가 크게 증가했음을 확인했다”며 “잘못된 생활습관과 식습관, 운동 부족, 지나친 전자기기 사용, 수면 장애 등이 그 원인이라는 점도 파악했다”고 밝혔다.

이어 “팬데믹 기간에 성조숙증을 진단받은 여아들은 급격한 체중 증가를 경험했고, 이것이 정상적인 발달 과정을 방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더해 스트레스, 우울감 등의 심리적 요인도 성조숙증 환자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마그니 박사는 “사회적 고립 경험, 가족 간의 갈등, 스트레스 증가, 경제적 불안 등은 아동의 신체적, 정서적 발달 과정에 잠재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연구진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성조숙증 증가의 연관성을 완전히 평가하기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메커니즘을 분석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에서도 지난 3년간 성조숙증을 진단받은 어린이 환자의 수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에 따르면 2019년 성조숙증을 진단받은 어린이는 10만 8000명이었는데, 2022년에는 17만 7000명으로 폭증했다. 3년 만에 성조숙증 환자가 무려 64%나 늘어났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