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이재명·싱하이밍 회동에 “저자세 외교”, 中에는 “적반하장” 맹공

한동훈
2023년 06월 11일 오후 9:27 업데이트: 2023년 06월 11일 오후 11:11

국민의힘은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최근 회동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향해 “역대급 외교 참사”라고 비판했다. 주중 한국대사를 초치한 중국 공산당에는 “적반하장”이라고 응수했다.

김기현 대표는 11일 오후 페이스북에서 “대한민국 원내 제1당 대표가 중국대사의 집에 찾아가 모욕을 당하고도 한마디 항의조차 못 했다”며 “무슨 ‘국익외교’를 했다는 거냐”라고 지적했다.

이는 전날 이재명 대표가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국익을 지켜내기 위해 공동 협조할 방향을 찾아내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고 그게 바로 외교”라고 말한 것을 겨냥한 것이다.

싱하이밍 대사는 지난 8일 이재명 대표를 초청한 자리에서 15분 동안 A4용지 5장 분량의 한국 정부 비판을 쏟아내 논란이 됐다.

싱하이밍 대사는 “‘미국이 승리할 것이고 중국이 패배할 것’이라는 판단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고 위협에 가까운 발언까지 내뱉었다.

이후 한국 정치권에서는 외국 대사의 발언으로서는 매우 적절치 못하다는 비난이 제기됐다. 중국에서 국장급 인사에 불과한 싱하이밍이 한국 의전서열 8위인 제1야당 대표를 불러다 훈계에 가까운 일장 연설을 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도 쏟아졌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대사관저로 초청한 후 모두발언에서 미리 준비한 A4용지 5매 분량의 연설문을 읽어내려가고 있다. 싱하이밍은 이날 한국 정부에 관한 훈계조 비판을 15분 가량 이어가 외교적 결례 논란을 일으켰다. | 연합

외교부도 즉각 반응했다. 9일 싱하이밍을 외교부 청사에 불러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인 언행”이라고 엄중히 경고했다. 외교부는 장호진 제1차관이 싱하이밍에게 “이번 언행은 외교사절의 우호관계 증진 임무를 규정한 비엔나 협약 위반일 뿐만 아니라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내정 간섭이 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고 밝혔다.

김기현 대표는 이러한 사태로 번진 이재명 대표와 싱하이밍 중국대사의 만찬에 대해 “아무리 좋게 포장하려 해도 볼썽사납고 불쾌한 장면이 아닐 수 없다”며 꼬집었다.

이어 “오로지 ‘윤석열 정부에 흠집 내는 일이라면 우리 국격이 손상되고 국익이 침해당하더라도 괜찮다’는 이 대표와 민주당의 수준 낮은 인식만 고스란히 노출됐다”고 말했다.

김기현 대표는 이재명 대표가 중국 대사의 고압적이고 고의적인 하대에 입도 벙긋하지 못한 체 저자세로 일관했다면서 “‘중국몽’에 사로잡혀 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굴욕적인 사대주의 DNA를 고스란히 물려받은 이 대표의 예고된 참사”라고 쏟아붙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중국을 국빈방문했던 지난 2017년 12월 베이징대에서 공산주의 중국을 바짝 끌어안는 연설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는 연설문에서 중국을 “높은 산봉우리”, “대국”으로 치켜세우는 한편 한국을 “작은 나라”라고 불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중국은 단지 중국이 아니라 주변국들과 어울려 있을 때 그 존재가 빛나는 국가”라며 “높은 산봉우리가 주변의 많은 산봉우리와 어울리면서 더 높아지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면에서 중국몽이 중국만의 꿈이 아니라 아시아 모두, 나아가서는 전 인류와 함께 꾸는 꿈이 되길 바란다며 “한국도 작은 나라지만…(중략)…그 꿈에 함께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2017년 12월 14일 오전,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베이징 국가회의 중심 B홀에서 열린 ‘한·중 경제·무역 파트너십 개막식’에 참석해 격려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국몽은 중국공산당의 독재를 옹호하고 공산주의 중국을 패권국가로 만들겠다는 주장이자 계획이다. 한국의 역사를 훔쳐간다는 비판이 제기된 동북공정 역시 중국몽의 하위 프로젝트다.

같은 자유민주 진영 미국, 일본 앞에서는 강한 입장을 유지하지만 공산주의 패권을 추진하는 중국 앞에서 ‘주변의 산봉우리 중 하나’를 자처하는 좌파 정권의 외교적 방향성은 현재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대대적인 전환이 진행 중이다.

김기현 대표의 이재명 저격도 이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김기현 대표가 공산주의 중국에 유독 저자세를 보이는 정치세력에 비판을 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 4월에도 페이스북에 “당당한 주권국가 인식을 갖지 못한 채 아직도 사대주의적 속국 인식에 빠져 있는 민주당의 낡은 운동권 인식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군사적 지원 가능성, 대만해협 문제에 대한 발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자해외교’라고 비난한 데 따른 대응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월19일 보도된 영국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민간인 대규모 공격’,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이 발생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 가능성을 시사하고 중국 공산당의 대만 위협에 관해 “힘에 의한 현상변경에 대해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국민의힘은 한국 정부가 싱하이밍 대사를 초치한 이후 중국 외교부가 주중 한국대사를 불러 항의하며 보복한 것과 관련해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일침을 가했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애당초 대한민국을 무시하며 경거망동한 것은 싱하이밍 대사였다”며 “중국이야말로 양국의 발전을 위해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숙고하라”고 비판했다.

중국 외교부는 한국 정부가 9일 싱하이밍 대사를 초치한 것과 관련해 11일 정재호 주한중국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부당한 반응”이라며 심각한 우려와 불만을 표명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