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제로 코로나’ 고수 표명…경제 영향은 언급 안 해

강우찬
2022년 10월 18일 오전 11:37 업데이트: 2022년 10월 18일 오전 11:37

중국 공산당은 16일 제20차 당대회를 개막한 가운데, 3기 연임이 확실시되고 있는 시진핑 총서기가 활동보고를 통해 ‘제로 코로나’ 유지를 시사했다.

이미 어려운 상황에 처한 중국 경제는 더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진핑은 16일 오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당대회 개막식에서 이전 대회(19차) 이후 당의 성과와 향후 정책 구상을 담은 ‘활동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발표에서 시진핑은 “둥타이칭링(動態淸零·역동적 제로 코로나)을 흔들림 없이 견지해 인민의 생명 안전과 건강을 최대한으로 보호했다”며 “전염병의 예방과 통제, 경제·사회 발전을 총괄하는 데 있어 중대하고 긍정적인 성과를 거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중대한 감염병 방지·치료 체제와 대응 능력을 더욱 강화해 감염 확산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산당의 수장(총서기)으로서 정부를 향해 제로 코로나를 강화할 것을 지시한 발언이다.

세계 각국이 단계적 일상 회복인 ‘위드 코로나’를 통해 감염을 억제하면서 사회·경제 활동을 재개하려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여전히 국내에서 엄격한 감염 대책을 이어가고 있다.

신규 확진자가 확인될 때마다 현지 정부가 주택단지를 봉쇄하고 주민들에게 외출·이동 제한을 강요하며 공장 조업 중단이나 점포 영업 중단을 명령한다.

16일 전당대회 개막 전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사흘 연속 “제로 코로나를 견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설을 게재하며 시진핑의 방역 성과 띄우기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 국내외에서는 세계 공급망을 교란하고 중국 국내 경제를 둔화시키며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시진핑 정권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친중 행보로 눈총을 샀던 세계보건기구(WHO)의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도 지난 5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전략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정책 변경을 요구했다.

최근 신장 위구르자치구와 구이저우성 등 중국 내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고, 중국의 민간 독립 싱크탱크 ‘안방(安邦·Anbound) 리서치 센터’가 경제 회복을 위해 ‘제로 코로나’를 재검토할 것을 요청했다.

당대회를 앞두고 삼엄한 경계태세에 들어간 베이징 시내에는 지난 13일 “핵산(PCR검사)은 필요 없고, 먹을 게 필요하다, 봉쇄는 필요 없고 자유가 필요하다”, “시진핑을 파면하자”는 현수막이 출현했다. 중국 소셜미디어(SNS)에는 베이징의 화장실 낙서인 ‘반독재, 반핵산’ 문구를 찍은 사진이 확산했다.

주요 외신도 제로 코로나 고수를 시사한 시진핑의 발언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영국 BBC는 앞으로 중국에서는 도시 봉쇄, 대규모 PCR 검사, 건강코드 확인, 격리조치, 이동·여행 제한 등이 “틀림없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베이징에 본사를 둔 투자은행 상쑹(香頌)자본 분석가의 말을 인용해, 시진핑의 제로 코로나 고수 발언이 시장의 투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이 분석가는 중국 공산당이 고강도 방역 정책을 유지하면 청년층 실업자가 급증하고 부동산 경기 침체가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시진핑은 이날 활동보고에서 자신이 최고지도자로 재직한 지난 10년간 중국이 빈곤 탈출, 샤오캉(小康·모두가 편안하고 풍족한 상태) 사회의 전면적 달성 등 성과를 이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의 지도 아래 “중국식 현대화로 중화 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전면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중국의 경기 둔화와 실업자 증가 등에는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중국 국가통계국은 18일로 예정했던 3분기 국내총생산(GDP) 발표를 연기하기로 했다. GDP 등 주요 경제지표 발표 연기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지만, 국가통계국은 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발표 연기로 경기 둔화 우려가 증가하고 있다”며, 시진핑의 3연임을 확정 짓는 당 대회에 부정적인 소식이 전해지지 않도록 미뤘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