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잼버리 파행…與 “감사원 감사” VS 野 “국정조사”

전경웅 객원기자
2023년 08월 14일 오후 8:15 업데이트: 2023년 08월 14일 오후 8:34

감사원 주도 감사, 책임자에 법적 책임 물을 수도
국정조사는 다수당인 야당이 좌우할 가능성 제기

감사원이 이르면 금주 내로 새만금 잼버리 파행에 대한 감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은 전북도와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전북도를, 더불어민주당은 여야 합의에 따른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또한 한덕수 총리와 김현숙 여가부 장관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14일 언론은 감사원 감사가 새만금 잼버리 본 예산 1171억 원에 대해서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시절 전북도가 잼버리를 내세워 실제로는 새만금 개발에 투입한 자금까지 조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준비 기간 6년 중 무려 5년을 날려버린 문재인 정부, 일선에서 예산을 집행하며 조직위 실무를 맡았던 전북도 등 민주당의 책임이 훨씬 더 엄중하다”면서 새만금 잼버리 파행과 관련해 전북도에 대한 강력한 감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새만금 잼버리 파행, 전북도 등 전방위 감사 필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지원이 미흡했던 여가부의 문제점을 꼼꼼하게 살펴볼 예정”이라면서 “동시에 잼버리를 주도한 역대 전북도지사 역시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여부도 철저히 챙겨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앞서 9일에는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논평에서 “(잼버리) 대회 총책임자인 전북도가 슬그머니 발을 빼고 있다”며 “실제 행사 준비·주도는 전북도가 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일에는 최고위원회 이후 강민국 수석대변인이 “새만금 잼버리 예산을 파악해보니 간접 사업비가 약 10조 8015억 원이나 됐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온라인을 통해 알려진 새만금 잼버리 본 예산 1171억 원 외에도 잼버리 부지 매립비 2150억 원, 새만금 고속도로 4239억 원, 고속도로와 연결하는 지역도로 1조 1293억 원 외에도 문재인 정부가 2019년 1월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에 집어넣어 예비 타당성 조사를 면제한 6조원 이상 금액이 포함했다.

이는 새만금 국제공항(8077억 원), 새만금 신항만(3조 2476억 원), 새만금-전주 고속도로(1조 9241억 원), 새만금 항만 인입 철도(1조 3282억 원) 예산이다.

여당은 잼버리 본 예산 1171억 원의 실제 집행을 결정한 것은 전북도이고, 잼버리를 내세워 새만금 개발 사업에 골몰한 것도 전북도이니 전북도에 대해서 특별감사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향신문’ 7일 보도에 따르면 전북도는 2018년 발간한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유치활동 보고서’에서 잼버리를 “전북 발전의 지렛대”라며 지역 개발을 위한 행사라고 시인한 바 있다.

전북도는 이 보고서에서 “2010년 새만금 방조제가 완공된 이후 전북도는 새만금 개발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했으나 당초 2020년까지 계획된 사회간접자본 건설 등이 더디게 추진되고 있다”며 “전북도는 국제공항 건설 및 사회간접자본 구축 등 새만금 내부 개발에 박차를 가할 명분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9일 전북 부안군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야영장이 비어 있다. 대원들은 전날 잼버리장을 떠났다. 2023.8.9 | 연합

◇민주당 “잼버리 책임 전북에 미루는 건 부당…국정조사”

더불어민주당은 “새만금 잼버리 파행을 전북도 책임으로 미루는 것은 부당하다”며 국무총리와 여성가족부 장관의 사퇴,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자체인 전북도는 잼버리 파행에서 큰 책임이 없다”는 것이 민주당 주장의 골자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새만금 잼버리 파행을 “윤석열 정부가 친 사고”라 주장하면서 한덕수 총리 해임을 주장했다.

김 대변인은 “한 총리가 우리나라가 쌓아올린 국격, 우리 국민들의 자부심을 정부가 한 번에 무너뜨렸다”며 그의 해임을 거듭 요구했다.

그러면서 “새만금 세계 잼버리법에 따르면 조직위원회는 여가부 장관이, 정부지원위원회는 총리가 책임지게 돼 있다. 그리고 국가적 행사이기에 당연히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챙겼어야 했다”며 “(윤석열) 정부는 자신들이 잘못한 일은 결코 사과하지 않고 비난의 대상만 찾는 나쁜 정치를 반복하고 있다. 무능한 정부 때문에 늘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해결은 K-POP 아티스트들과 기업,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에게 떠넘겨진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또한 잼버리 파행 조사도 감사원 감사가 아닌 여야 합의에 의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는 14일 “민주당이 무한책임을 갖고 잼버리 부실 사태에 대해 제대로 된 백서를 기록하고 교훈을 남기도록 하겠다”며 “국정조사 필요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현 정부에서 개최한 대회의 파행이라면 현 정부가 준비 부족을 인정하는 게 집권세력의 자세”라며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남 탓하기 바쁘다. 이런 모습이 더 부끄럽다”고 국민의힘을 비난했다.

그러면서 새만금 잼버리 파행의 실체를 파악하려면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파행 사태의 책임 소재를 가리기 위한 감사원 감사가 예고된 14일 오전 최재해 감사원장이 종로구 감사원 건물로 출근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감사원은 잼버리 조직위원회와 전라북도 등 관계 기관과 여성가족부, 행정안전부 등 지원 부처에 대한 감사 준비에 들어갔다. 2023.8.14 | 연합

◇국정조사 VS 감사원, 정치적 이해타산은?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 언론계와 국회 안팎에서는 다른 해석도 나온다.

“잼버리 파행을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감사원 감사 대신 국회로 끌어들여 정쟁화한 뒤 법적 책임을 묻지 못하도록 하려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국정조사를 하게 되면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주도할 것이고, 당연히 실체적 진실은 밝혀지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분명한 것은 언론의 성향을 떠나 문재인 정부와 전북도가 새만금 잼버리를 앞세워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토목 공사를 벌이려 했다는 증거가 연일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8월 새만금이 세계잼버리 개최지로 선정된 이후 전북도가 내놓았다는 ‘새만금 개발 사업 목록’ 또한 꾸준히 회자되고 있다.

당시 전북도는 간부회의를 열고 “잼버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20조 7600억 원이 필요하다”며 34개의 주요 사업 목록을 선정해 중앙 정부에 손을 내밀었다.

여기에는 국제공항, 신항만, 철도,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등은 물론 새만금 박물관, 전주 전라도 새천년 공원, 진안 부귀산 별빛 고원, 정읍 동학농민혁명 기념공원 등의 조성, 김제 용지 축산단지 매입까지 포함돼 있다.

국민의힘이 요구하는 대로 감사원이 새만금 잼버리 파행에 대해 전방위적인 감사를 벌일 경우 올해 7월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한 감사 결과와 함께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것과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