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초가 진퇴양난 처지의 中 외교부… 싱하이밍 교체 시기 명분 저울질?

최창근
2023년 06월 13일 오후 6:11 업데이트: 2023년 06월 13일 오후 10:13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를 둘러싼 파문이 점입가경이다. 여권에서는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 즉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대통령실도 직접 나서 ‘중국의 적절한 조치’를 촉구했다. 이 속에서 싱하이밍 대사는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태이다. 중국 외교부도 진퇴양난(進退兩難) 처지로 몰렸다.

6월 13일, 집권 여당 국민의힘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원내대책회의를 개최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회의상에서 “지난 6월 8일은 조선 말기 청(淸) 나라 위안스카이(袁世凱)가 조선 내정에 간섭한 것에 버금가는 치욕적인 날이다.”라며 성토했다. 그는 “싱하이밍 대사의 무례한 태도와 언행은 부적절한 정도를 넘어 외교관의 자격마저 재고해야 할 중대한 사안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싱하이밍의 지난 행적도 지적했다. 그는 “부임한 지 4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2020년 5월 언론 인터뷰를 통해 홍콩의 국가보안법을 공식 지지해 달라며 한국 정부에 압력을 행사했다.”고 말했다.

2021년 싱하이밍의 대선 개입성 언행도 소환됐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대선 당시 윤석열 대선 후보가 ‘사드는 우리의 주권적 영역’이라고 밝히자 (중앙일보) 기고문을 통해 공개적으로 반론을 제기했다. 대선 개입 논란을 자처한 바도 있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싱하이밍의 부적절한 행동도 언급했다. 이철규 사무총장은 ‘1박당 1000만원 숙박시설 접대, 코로나 방역수칙 위반 대기업 임원 만찬, 공관원 숙소 부지 주차장 전용 및 탈세 등 언론의 의혹 제기 보도를 인용하며, “해당 의혹이 사실이라면 국제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싱하이밍 대사가 외교관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망각하고 계속 오만하게 행동한다면 앞으로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까지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비엔나조약 제42조에 따르면 외교관은 접수국에서 개인적 영리를 위한 어떠한 직업적 또는 상업적 활동도 할 수 없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김석기 의원은 “싱하이밍 대사에게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거나 이런 무례가 반복된다면 외교적 기피 인물로 지정해 추방하는 조치를 취할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외교부에 촉구했다. 그는 “그래야 우리 국민이 자존심을 바로 세우고 상호 존중의 올바른 한중관계를 시작하게 될 것이며 민주당도 이제는 중국이라면 쩔쩔매는 태도를 떨쳐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에서는 6월 11일, 국회 국방위원회 간사 신원식 의원이 처음 싱하이밍 대사에 대한 외교적 기피 인물 지정을 촉구했다.

여권 내부의 강경 기조는 대통령실‧정부의 주장과 맥이 닿아 있다.

6월 12일, 대통령실은 싱하이밍 대사를 겨냥하여 “가교 역할이 적절하지 않다면 본국과 주재국의 국가적 이익을 해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대사 자리는 본국과 주재국을 잇는 가교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외교관계에 관한 비엔나 협약’도 언급했다. 그는 “비엔나 협약 41조에서 외교관은 주재국의 법령을 존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같은 조항에서 외교관은 주재국 내정에 개입해선 안 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싱하이밍이 비엔나협약을 사실상 위반했다며 경고한 셈이다.

비엔나협약 41조 1항은 “그들(외교관)의 특권과 면제를 침해하지 아니하는 한, 접수국의 법령을 존중하는 것은 이와 같은 특권과 면제를 향유하는 모든 자의 의무이다. 그들은 또한 접수국의 내정에 개입하여서는 아니될 의무를 진다.”고 명시했다.

같은 날 한덕수 국무총리도 싱하이밍을 비판했다. 6월 12일 오후 국회 대정부 질의에 출석한 한 총리는 “싱하이밍 대사를 추방해야 한다.”는 국민의힘 김석기 의원의 주장에 “주한 중국대사의 행동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도 대정부 질의에서 “외교부는 모든 결과는 대사 본인의 책임이 될 것이란 점을 분명히 경고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정부, 여당의 발언을 종합하면 한국 정부는 사실상 싱하이밍 대사를 ‘외교적 기피 인물’로 선언한 셈이다. 싱하이밍을 한국 주재 중국 정부 대표로 인정할 수 없으니 중국 측에서 본국으로 소환해 달라는 메시지가 담겼다. 그 연장선상에서 실제 한국 정부가 싱하이밍에게 추방 명령을 내릴 가능성은 낮다. 공은 중국 측으로 넘어갔으며 ‘조치’만 남은 셈이다. 실제 6월 13일, 대통령실은 “싱하이밍 발언, 논리 안 맞고 직분 어긋나며 중국의 적절한 조치 기다린다.”고 밝혔다.

설상가상으로 싱하이밍의 시진핑 비판 발언도 수면 위에 올랐다. 6월 12일, ‘문화일보’는 “2022년 10월 중국 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채택한 뒤인 지난해 12월 싱하이밍 대사가 장청강 주광주 총영사에게 ‘제로 코로나 정책은 문제가 많다’며 시진핑의 정책에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싱하이밍 개인을 둘러싼 잡음도 들려온다. 6월 13일 ‘중앙일보’는 “싱하이밍 대사가 주한 중국대사관에서 공사참사관으로 근무하던 당시 외교관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할 만한 복잡한 개인 신상 문제가 불거졌고, 본국에서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주한 대사로 보냈다.”며 외교가 소식통을 인용하여 보도했다. 신문은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싱하이밍 대사는 원래 2015~2019년 몽골 대사를 지낸 뒤 외교관에서 물러나기로 했는데 미·중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통’인 덕분에 사실상 부활한 것이다.”라는 해설을 덧붙였다.

중국 외교부 처지는 ‘진퇴양난’이다. 싱하이밍을 유임시키기도 어렵고 교체하기도 힘든 처지이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 강대강 대결로 치닫는 와중에 싱하이밍 교체 카드를 꺼내 들면 한국 정부에 굴복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 이 속에서 중국 외교부는 이른바 ‘출구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체면’은 지키면서 적절한 시기와 적절한 명분을 찾아 싱하이밍 대사를 교체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