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산불·허리케인은 ‘기후 위기’ 탓”…전문가 “늑장대응 비판 의식 발언”

케이든 피어슨
2023년 09월 1일 오후 5:17 업데이트: 2023년 09월 1일 오후 6:29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 허리케인 이달리아와 관련해 “누구도 ‘기후 위기’의 영향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정부의 늑장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발언”이라며 “정부의 미흡한 대처로 인해 벌어진 일을 기후 위기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0일(현지 시간)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 언론 브리핑에서 마우이 산불 및 이달리아 피해 복구에 대한 지원 방침을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산불 피해를 입은 마우이섬의 전력망 복구 등을 위해 9500만 달러(약 1300억 원)를 지원하겠다”며 “공화당원들은 피해 복구를 위한 지원금 투입에 협조해 달라”고 전했다.

앞서 8월 초,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최악의 산불이 발생해 115명이 사망하고 338여 명이 실종됐다. 게다가 이달 30일에는 허리케인 이달리아가 미국 남동부 지역에 상륙해 플로리다 등에서 정전,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이달리아로 인해 현재까지 최소 2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달리아가 플로리다 지역에 처음 상륙했을 당시, 생명을 위협하는 강풍을 동반한 ‘3등급 허리케인’으로 분류됐다. 이후 플로리다를 관통한 뒤 세력이 크게 약해져 1등급 허리케인으로 하향 조정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리아로 인해 피해를 입은 플로리다 등을 위한 지원 대책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런 발언은 이미 이달리아가 플로리다를 빠져나간 후 뒤늦게 나온 것이었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전에 대비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며 정부의 늑장 대응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비판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산불, 허리케인을 거론하며 “더 이상 누구도 ‘기후 위기’의 영향을 부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끔찍한 피해를 주는 자연재해의 원인을 기후 위기로 지목하며, 앞으로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기후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은 “허리케인 이달리아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는 데 투입할 재정 자원은 충분하다”고 밝혔지만, 이는 곧 소진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디앤 크리스웰 FEMA 국장은 현재 약 34억 달러의 재난관리기금이 남아 있다고 보고하며 연방 정부에 추가 지원을 촉구하고 있다.

2023년 8월 21일, 산불 피해를 입은 하와이 마우이섬의 모습 | Mandel Ngan/AFP via Getty Images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 의원들은 지원금 투입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며 “수많은 미국인이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즉각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하와이 마우이섬 산불 발생 당시에도 정부의 늑장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비판을 의식해 ‘즉각적인 대처’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100년 만의 최악의 산불 참사에도 선거운동에만 주력하는 모습을 보여 참사 대응에 소극적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또 마우이섬의 사망자 증가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노 코멘트”라고 답해 논란이 일었다.

여기에 더해, 바이든 행정부가 마우이섬 생존자들에게 ‘700달러’씩 지급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에는 수십억 달러를 아끼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산불 참사에 대한 소극적인 대처를 비판했다.

백악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리아 상륙으로 인한 플로리다 지역의 피해와 관련해 공화당 대선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협력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는 정치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플로리다 주민들을 돕는 초당파적 협력”이라고 역설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달리아 상륙 이후 플로리다,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에 연달아 연방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에 따라 FEMA는 해안경비대 900명, 전문 구호 인력 1500명 등을 미국 남동부 지역에 파견해 수색 및 구조 작업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