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중식당 대표, 사법방해 혐의로 美 FBI에 체포…간첩 여부 조사

올리비아 리(Olivia Li)
2023년 08월 16일 오후 2:47 업데이트: 2023년 08월 16일 오후 11:02

현지 화교사회 유력인사, 사법방해 미수 혐의
‘천인계획’ 관련 정황도 드러나…FBI 수사 중

미국 뉴욕의 중식당 대표가 증거 인멸 시도 등 사법 방해 미수와 외국대리인등록 불이행 혐의로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뉴욕 퀸즈에 사는 중국계 미국인 마이클 쑤(蘇祖起·쑤주치)는 중국 정부와의 관련성을 숨기고 중국인 학생들의 미국 유학을 중개해 외국대리인등록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쑤주치에게는 중국으로 출국하는 과정에서 세관에 휴대전화가 증거물로 압수될 것을 우려, 자기 소유 아이폰 2대를 지인에게 맡겨 증거 인멸을 시도(사법방해 미수)한 혐의도 적용됐다.

FBI는 쑤주치가 중국 정부의 스파이로 활동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맨해튼 유엔 본부 인근서 중식당 운영…“외교관에 인기”

쑤주치는 자신의 혐의 및 중국 정부와의 관계성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알려진 사실들만 볼 때 평범한 중국인 혹은 중국계 미국인으로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쑤주치는 맨해튼 유엔(UN)본부에서 도보로 7~8분 거리, 대형 금융기관과 외국대사관이 밀집한 지구와 가까운 동부 49번가에서 ‘재스민(Jasmine)’이란 이름의 중국음식점을 운영해 왔으며, 특히 유엔 중국대표부 직원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약 50석 규모의 재스민은 쓰촨성과 상하이 요리가 주메뉴다. 2018년 중국 관영매체인 영어신문 차이나 데일리에 “맨해튼 미드타운에 있는 유엔 외교관들에게 인기가 있다”는 소개 기사가 실렸다. 현재 이 음식점은 폐점 상태다.

쑤주치는 중식당 외에도 미국 유학 알선업체인 ‘레전더리 마일스톤’을 운영해왔다. 법원 문서에는 없지만 중국판 구글 ‘바이두’의 기업정보 앱인 ‘아이치차(愛企查·aiqicha)’에는 이 회사 소유주로 쑤주치가 등록돼 있다.

이 회사 웹사이트에는 학생들에게 국제적 리더십 엘리트로 육성하는 개별 훈련을 제공하고 해외 명문대 우선 입학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학업체로 중국인 유학생의 상위권 학교 입학 지원

또한 유엔 인턴십이나 대사 추천서 같은 ‘경력 보강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이는 “피라미드의 정점에 있는 정재계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협력 파트너에 유엔,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관과 구글, 테슬라,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포천’지 선정 세계 500대 대기업이 포함돼 있어 “의욕 있는 젊은이들에게 인턴십과 취업 추천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사는 뉴욕주의 중국인 밀집 지역인 플러싱에도 주소지가 있으며, 이 주소지에는 쑤주치와 관련된 ‘중앙아프리카혁신연맹’이라는 법인도 등록돼 있었다. 이 법인의 정확한 설립 목적과 운영은 알려지지 않았다.

쑤주치는 또한 북미 지역의 주요 중국인 학술·상업 조직의 하나로 꼽히는 ‘북미화인과학기술산업협회(NACASTC)’ 회장도 맡고 있다. 이 협회는 주소지가 중식당 재스민과 동일했으며, 재스민은 이 협회가 주최하는 행사장으로 자주 사용된 것으로 파악됐다.

그의 활동은 여기에만 그치지 않는다. 지난해 8월 쑤주치는 ‘글로벌 기후 혁신 센터’를 설립하고 같은 해 10월 파키스탄 유엔 상주대표에게 홍수 구호금을 전달했다.

FBI는 쑤주치의 유학 알선업체를 중심으로 그가 벌인 활동 전반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천인계획’에도 발 걸쳐…해외 인재 중국 초빙에 주력

북미화인과학기술산업협회는 고급 인재들을 중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전폭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그 운영 현황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 공산당의 해외 우수 인재 초빙을 빙자한 기술 절도 프로젝트인 ‘천인계획’도 포함됐다.

협회는 2016년 블로그 게시물에서 중국 대학과 대기업 16곳이 참여하는 대규모 해외 인재 채용행사가 뉴욕과 보스턴에서 열렸다며 ‘천인계획’을 언급했다.

게시물에서는 “제국주의 미국(U.S. imperialism)에 머물고 있는 당신은 국가에 봉사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가”, “스스로 재능을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에서는 실력을 발휘할 자리가 없어 실망하고 있지 않은가”라며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이어 “최고 인재를 대상으로 하는 중국의 천인계획을 아는가’, ‘당신은 그 최고 인재의 한 사람이 되고 싶은가”라고 제안했다. ‘미제’라는 표현으로 미국에 대한 적개심을 부추기는 동시에 애국심을 자극해 공산주의 중국을 도울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이 협회는 고위급 국제회의를 개최했으며 이 회의에 참석한 유명 인사 중에는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과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협회 웹사이트에서는 인터넷 문서를 보관하는 ‘디지털 아카이브 웨이백 머신’에서 과거 웹사이트 콘텐츠를 추적하면, 이 협회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중국 방문, 베이징시 공안국의 뉴욕시 경찰(NYPD) 방문을 주선하는 등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거인멸 시도, “미국 정부에 알리고 싶지 않았다”

쑤주치가 체포된 직접적인 계기는 증거 인멸 시도에 따른 사법 방해 미수다. 외국인대리인등록법(FARA)에 따라 외국 정부(중국) 대리인으로서 자산 및 운영 상황을 정기 보고할 의무를 준수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FBI는 쑤주치 체포를 위해 그의 주변 인물 A씨를 증인으로 확보하고 비밀 녹음장치를 설치하는 등 치밀한 수사망을 폈다.

그는 지난 5월 중국으로 귀국하면서 출국 심사를 우려해 아이폰 2대를 A씨에게 맡겼고, A씨는 쑤주치가 출국해 있는 동안 진행된 FBI 조사에서 이 사실을 시인하며 “그(쑤주치)는 휴대전화에 담긴 내용을 미국 정부에 알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쑤주치는 지난달 18일 뉴욕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을 거쳐 미국으로 귀국한 뒤 FBI의 임의 조사에 응해 “미국 명문대 입학 보증이 허위 과대 선전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신의 휴대전화에 대해서는 조사 당시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 이외에 “업무를 위해 다른 휴대전화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FBI가 확보하고 있던 A씨의 증언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진술이다.

A씨는 쑤주치 체포에서 결정적 기여를 했다. 그는 존 F 케네디 공항에 도착한 쑤주치를 마중하고 이어 차량으로 호텔까지 데려다줬다.

이 과정에서 A씨는 쑤주치에게 “오늘 아침에 대배심 소환장을 받았는데, 맡긴 아이폰 2대를 증거물로 제출하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말했다.

쑤주치는 A씨에게 “즉시 휴대전화를 꺼달라”며 “(내가) 지금 곤경에 처했다”고 여러 차례 말했다. 이어 호텔에 도착한 후 A씨를 자신의 방으로 불러 “만약 나와 유엔 직원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모른다고 대답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미 A씨의 몸에 비밀 녹음장치가 설치돼 있었고 쑤주치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자신이 정부 관리를 포함해 중국인들에게 여행과 물류 편의를 제공하고 있으며 자신의 고객에는 유엔 주제 중국 대표단과 관련된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다음 날인 19일 쑤주치는 여행가방을 호텔 객실에 두고 존 F 케네디 공항을 통해 오전 10시 45분발 카타르 도하행 항공기로 미국에서 탈출하려 했으나 이미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감시 중이던 FBI 수사관에 의해 출국 전 체포됐다.

쑤주치는 지난달 22일 관할법원인 뉴욕 동부 지방연방법원에 공소장이 제출됐으며 31일 5만 달러(약 6700만원)의 보석금을 내고 보석으로 풀려나 현재 재판을 준비 중이다.

에포크타임스는 쑤주치의 변호인 제프리 달버그 변호사, 유학 알선업체 레전더리 마일스톤, 북미화인과학기술산업협회에 논평을 요청했지만 기사 발행 전까지 응답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