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온두라스 등 5개국 비자 면제 중지…“中 스파이 차단 목적”

한동훈
2023년 07월 24일 오전 9:40 업데이트: 2023년 07월 24일 오후 4:34

영국 정부가 19일(현지시간) 온두라스 등 5개국에 적용하던 무비자 입국 제도를 취소했다.

현지 매체 ‘더 타임스’는 정보 당국을 인용해 “중국 스파이의 영국 침투를 막기 위한 조치”라고 보도했다.

영국 내무부는 이날 오후 3시를 기점으로 온두라스, 도미니카, 바누아투, 나미비아, 동티모르에 대한 무비자 입국 허가국 지정을 철회했다.

이와 관련, 온두라스 수도 과테말라 주재 영국 대사관은 이날 “영국에 입국한 온두라스 국민의 영국 망명 신청 숫자가 2017년 이후 지속적으로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과테말라 주재 영국 대사관은 또한 이 조치는 즉시 발효되지만, 발표 이전에 영국 여행을 예약한 사람들은 8월 16일 오후 3시까지 4주간 유예기간이 주어진다고 전했다.

그러나 ‘더 타임스’가 영국 정보당국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번 비자 제한 조치는 5개국의 공통 수교국인 중국을 겨냥한 조치다.

영국 국내정보국(MI5)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당국을 대리하는 중국인들이 5개국 국적을 이용해 영국에 무비자로 입국하고 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산당은 온두라스 등 5개국 국민들이 영국으로부터 받는 무비자 입국 혜택을 이용해 공산당 스파이를 영국에 들여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공산주의 중국(중화인민공화국·중공)은 온두라스 등 5개국 모두와 국교를 맺고 있다. 특히 온두라스는 올해 3월 대만과 국교를 단절한 후 중공과 국교를 수립하는 등 친중공 행보를 보여왔다.

이번 조치에 따라 온두라스 등 5개국 여행자는 영국을 방문하려면 중국인과 동일한 조건의 관광비자 신청 절차가 요구된다. 지금까지는 무비자로 최장 6개월 체류가 가능했다.

영국 당국에 따르면, 범죄조직은 돈을 받고 이들 5개국 국적을 취득하게 하고, 영국 밀입국도 돕고 있다. 나미비아의 경우 외국인이 약 24만 파운드(약 3억9천만원)를 투자하면 3개월 이내에 영주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시행한다.

수에라 브레이버먼 내무부 장관은 19일 국회의원에게 보낸 성명에서 영국 비자 제한은 ‘이민과 국경 보안 문제 때문”이라며 5개국과의 관계가 나빠서 내린 조치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브레이버먼 장관은 “도미니카와 바누아투의 투자 이민제도는 분명히 악용되고 있다”며 “영연방 회원국인 이 두 국가는 영국에 위험을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진 시민권을 부여해 왔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또한 “나미비아와 온두라스에서 비자 면제 대우를 악용해 영국에 입국한 사람이 망명 신청을 한 뒤 난민으로 인정해 보호해 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으며, 동티모르에서는 가짜 신분으로 영국에 입국하는 이들이 많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