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플로리다, 성정체성 따른 화장실 사용 금지…“타고난 성별대로”

한동훈
2023년 08월 27일 오후 1:42 업데이트: 2023년 08월 27일 오후 1:42

화장실·탈의실, 생물학적 성별 따른 이용 규정
2회 위반 시 해고(퇴학) 처분…주법 따른 조치

미국 플로리다주 당국이 교사와 학생들에게 타고난 성별에 맞는 화장실만을 사용하도록 하는 새로운 규정을 승인했다.

이를 위반하면 구체적인 혐의에 상응하는 엄격한 징계를 받게 되며, 2회 위반 시 즉각 해고 또는 퇴학 처분이 내려진다.

플로리다주 교육위원회는 23일(현지시간) 지역 내 모든 공립·사립 대학 및 그에 준하는 교육기관을 대상으로 화장실과 탈의실을 남성 혹은 여성 전용으로 지정하도록 하는 규정을 통과시켰다(규정 PDF).

이 규정은 트랜스젠더(성전환자)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따라서 성전환자들은 자신이 주장하는 성(性)정체성이 아닌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서만 화장실과 탈의실을 이용해야 한다.

규정에 따르면 각 교육기관은 이를 위반한 교직원·학생에 대해 구두 경고, 서면 문책, 무급 정직(停職), 계약 해지(해고 또는 퇴학) 등의 징계 절차와 처분 수위를 마련해 서면으로 작성해야 한다. 징계는 단계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징계 처분은 구체적 위반 상황에 따라 이루어져야 하며 두 번째 위반이 확인된 경우에는 해고(또는 퇴학) 조치하도록 했으며, 즉각적인 처분도 가능하도록 했다. 학교 방침에 따라 두 번째 위반 적발 시 즉각 처분할 수 있다.

각 대학은 규칙 위반과 관련된 불만 사항을 모두 조사하고, 그러한 위반을 문서화해야 하며 보존 정책에 따라 문서를 보존할 의무가 있다.

또 문서에는 위반자의 이름, 화장실에서 나가라고 요구한 사람의 이름, 상세한 사건 정황을 기록하도록 했다. 이는 추후 소송 등에 대비해 정확한 처벌 근거를 기록·보존하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화장실·탈의실 이용 규정은 학생을 포함해 모든 교직원에게 적용되며 학교 캠퍼스는 물론 일반 시설, 특수목적 시설, 대학 소유의 학생 숙박 시설(기숙사 등) 전체에 적용된다.

더불어 각 대학 및 교육기관의 책임자는 규정을 준수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사적공간 안전에 관한 법규준수증명서’ 양식을 교육부에 제출해야 한다.

플로리다 의회, 화장실 남녀 구분 보장법 제정

주 교육위의 새 규정은 플로리다 주지사 론 드산티스가 서명한 ‘하원 법안 1521호(HB1521)’ 발효와 함께 도입됐다. 이 법은 지난 7월 1일에 시행됐다.

이 법은 플로리다 주민들에게 이성(異性) 전용 화장실이나 탈의실에 고의로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퇴실 요구를 거부하면 규정 위반으로 간주한다.

‘성별에 따른 시설 요건’으로 불리는 이 법은 플로리다 하원에서 찬성 80, 반대 36, 상원에서 찬성 26, 반대 12의 표결로 통과됐으며, 유치원에서 고등학교까지의 교육기관, 구금 시설, 라커룸, 모든 공공건물에 적용된다.

이 법에 찬성한 의원들은 “학생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고 취지를 밝히고 있다.

성범죄 목적으로 이성의 화장실에 무단 침입한 이들이 적발되거나 나가라는 요청을 거부하더라도 성 정체성을 내세워 처벌을 피할 수 있어서다. 특히 트랜스젠더 여성(생물학적 남성)의 여성 화장실 침입을 염두에 두고 있다.

반면, 이 법에 반대하는 이들은 트랜스젠더 아이들과 동성애·양성애·성전환(LGBT) 커뮤니티에 피해를 끼친다고 주장하며 화장실의 남녀 구분을 없애고 성 정체성에 따른 화장실 사용을 보장하라고 요구한다.

드산티스 주지사는 지난 5월 이 법안에 서명하면서 “여성이 라커룸에 있을 때 이성이 같은 공간에 있을까 걱정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소녀와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법은 규칙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기관이 있으면 누구나 주 법무장관에게 관련 내용을 제보할 수 있도록 했다.

주 법무장관은 제보 내용에 따라 민사소송을 제기해 해당 기관에 시정 요구 등을 할 수 있다. 만약 고의로 법률을 위반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주 법무부가 해당 기관에 1만 달러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도 있다.

다만 이 법은 화장실의 남녀 구분을 보장하고 위반자를 징계하도록 했을 뿐, 구체적인 징계 수위와 절차는 해당 기관에서 마련하도록 했다.

한편, 지난달 미국에서는 여자 수영대회에 출전해 상을 휩쓸며 논란이 된 트랜스젠더 리아 토마스의 동료 선수(여성)가 함께 라커룸을 사용하면서 겪은 심리적 고충이 언론을 통해 보도돼 논란이 일었다.

생물학적 남성인 토마스는 호르몬 요법만 사용했을 뿐 외과적 수술 없이 자신을 여성으로 주장해 여성 수영선수들과 같은 라커룸을 사용하며 맨몸을 그대로 노출해 왔다.

* 이 기사는 나단 아트라풀리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