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동남아 우회 수출하는 中 태양광 업체에 관세 방침

한동훈
2023년 09월 4일 오후 4:45 업데이트: 2023년 09월 4일 오후 6:28

비와디 등 중국 5개사에 내년 6월 이후부터
상무부 “중국산 모듈 가져다 동남아서 조립만”

미국 정부가 중국산 태양광 모듈에 대한 관세 부과를 편법으로 회피해온 5개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 상무부는 지난달, 비와이디(BYD) 홍콩, 캐나디안 솔라, 트리나 솔라, 비나 솔라, 뉴이스트 솔라 등 5개 중국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가 동남아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하는 태양광 모듈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상무부는 수개월간의 조사 끝에 이들 5개 업체가 중국산 주요 부품을 동남아 공장에서 단순 조립만 하는 방식으로 관세를 회피해 왔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 관세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해 6월 말레이시아와 캄보디아, 태국, 베트남에서 수입하는 태양광 모듈에 약속한 2년간의 면세 기간이 끝나는 내년 6월 이후에야 적용된다.

상무부는 지난해부터 말레이시아 등 4개국에서 사업 중인 8개 태양광 패널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관세 회피 여부에 관해 조사를 벌여왔으며, 이번에 5개 업체를 관세 우회수출 기업으로 특정했다.

이는 앞서 지난해 12월 상무부가 발표한 예비조사 결과와는 4개 업체가 일치하는 것으로, 이번 발표에는 뉴이스트 솔라가 추가됐다. 이 회사는 상무부의 현장 감사에 협조하지 않아 명단에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동남아산 태양광 모듈은 미국 전체 공급량의 약 75% 이상을 차지한다.

이번 관세 부과 방침에 대해 그동안 저렴한 중국산 태양광 패널을 구매해 온 바이어들은 반발하고 있으나, 지난 수년간 중국 업체들과 힘겨운 가격 경쟁을 벌여온 외국 제조사들은 반기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태양광 패널 생산에서 압도적 힘을 지니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솔라웨이퍼 점유율은 97%, 태양광 패널 전체 제조공정 점유율은 80%를 넘는다.

미 상무부의 이번 조치는 미국에 기반을 둔 태양광 제조업체 옥신 솔라의 문제 제기로 촉발됐다. 이 업체는 일부 중국 기업들이 동남아 우회 생산으로 관세를 회피하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중국 태양광 관련 기업들은 정부의 보조금을 받으며 낮은 가격에 제품을 공급해 세계 시장을 석권해 왔다. 이에 미 상무부는 지난 10년간 중국산 태양광 모듈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했으나, 중국 기업들은 동남아 우회 수출로 이를 회피했다.

중국산 태양광, 신장 강제노역 관련 의혹

미국 바이든 행정부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태양광 발전을 확대하는 것은 탄소 배출을 저감하기 위해서다.

태양광은 소위 ‘탄소 배출 걱정 없는 에너지원’으로 홍보되고 있으나 실제는 태양광 패널은 제조와 폐기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탄소를 배출한다.

미국 비영리기관인 ‘환경진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산 태양광 패널의 탄소 배출량은 그동안 알려진 것의 3~5배인 1kWh당 이산화탄소 170~250g으로 확인됐다. 석탄발전의 약 900g에 비하면 여전히 적지만 드라마틱한 감소는 아니다.

중국산 태양광 모듈의 생산 과정은 인권탄압과도 무관치 않다.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의 주요 공급처는 신장위구르자치구이며, 이 지역은 이슬람계 위구르족 대량 구속과 강제노동 등 인권 유린이 자행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셰필드 할람대의 8월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상위 5개 업체를 포함한 태양광 제조업체 10개 사를 평가한 결과, 대부분 신장위구르자치구에서 제조한 부품을 사용했을 위험이 높거나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기업들이 공급망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공개하지 않아, 각 회사 제품이 신장위구르자치구와 무관한지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며 “세계적인 투명성 향상 요구에도 태양광 업계의 투명성은 시간이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고 전했다.

태양광 패널 폐기물도 골칫거리로 대두되고 있다. 일부 기업은 관련 기술을 향상시켜 재활용률을 높이고 있으나, 중국 업체들 가운데는 재활용보다 당장의 이익을 고려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태양광 패널의 수명은 25~30년이며, 초기에 공급된 중국산 제품들은 이미 노후 징조를 나타내고 있다. 마찬가지로 ‘지속 가능한 발전’의 대명사인 풍력 발전 역시 풍력 터빈 날개 등의 폐기물을 재활용하는 것이 쉽지 않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도 이 같은 점을 인식하고 재활용 연구를 장려하고 나섰다. 이 위원회는 지난달 중순 “향후 10년 이내에 풍력 터빈과 태양광 패널 재활용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태양광 시설의 적절한 해체와 재활용에 관한 새로운 산업 기준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