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부 “中, 이웃끼리 감시하도록 부추겨…반간첩법 피해 우려”

카타벨라 로버츠(Katabella Roberts)
2023년 08월 4일 오후 5:41 업데이트: 2023년 08월 7일 오후 4:46

중국이 반간첩법 개정안을 시행하면서 자국민들에게 간첩 신고 및 감시 활동에 동참할 것을 호소한 가운데, 미국 국무부가 관련 법안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지난 2일 언론 브리핑에서 “(반간첩법이) 중국에서 활동하는 미국 시민이나 사업가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민들이 서로를 감시하도록 부추기는 것은 매우 큰 우려사항”이라며 “중국의 반간첩법 시행 상황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개정된 반간첩법에서는 간첩 활동으로 간주하는 범위가 크게 늘어났다중국 내부에서의 임의체포 및 구금에 대해서도 계속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국무부는 중국의 임의집행, 부당한 구금 등에 대한 위험을 이유로 미국 시민들에게 중국 여행을 자제해 달라고 권고한 바 있다.

밀러 대변인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지난 6월 18일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을 당시 중국 관리들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문제를 제기하며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첩보 및 간첩 색출 등을 담당하는 중국 국가안전부는 지난 1일 소셜미디어 위챗 공식 계정을 통해 “반간첩법은 모든 사회 구성원의 동참이 필요하다”는 제목의 게시물을 공개했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해당 게시물에서 “국가안보는 민족부흥의 근간이며, 사회안정은 강성한 국가의 전제조건”이라며 “간첩 행위는 전문성, 은폐성, 위해성이 큰 심각한 범죄 행위”라고 밝혔다.

이어 “국가안전기관이 방첩 전문 기관의 역할을 수행할 뿐 아니라, 일반 대중의 광범위한 참여를 이끌어 방첩에 대한 국가안전 방어선을 공고히 구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미국 컨설팅업체 캡비전 상하이 사무소 근처의 폐쇄회로 카메라 | 연합뉴스

외국 기업에 대한 우려

해당 게시물은 중국의 반간첩법 개정안이 확대 시행된 직후에 공개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국가 안보와 관련된 정보의 전송이 금지된다. ‘국가 안보’의 정의도 광범위하고 모호하게 확대됐고, 간첩 활동으로 간주하는 범위도 넓어졌다.

이에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 정상적인 비즈니스 활동 중에 반간첩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간첩 행위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압수, 동결, 추방 등의 임의적인 조치가 취해질 가능성도 있다.

개정안에 따라 간첩죄 처벌 대상에는 ‘국가기밀, 정보 및 기타 문서, 데이터 등을 빼돌리기 위해 공모한 조직 또는 개인’이 포함된다.

여기에 더해 간첩 행위 관련 조사관은 조사 대상자의 재산, 개인정보, 데이터 등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간첩 혐의와 관련한 행정처분도 강화됐다. ‘간첩죄’에 대한 법적 처벌 외에도 최대 37일에 달하는 행정구류 등의 처분이 가능하다.

중국공산당의 반응

미국 국가방첩보안센터(NCSC)는 중국의 반간첩법 개정안을 두고 “중국 정부가 중국 내 미국 기업의 정보, 데이터 등을 통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대해 주는 법안”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국 현지의) 미국 기업에 고용된 중국 국적자가 사내 정보 접근 및 감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류펑유 주미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중국은 미국과 모든 수준에서의 소통에 열려 있다”며 “미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의 기업에 법률에 기반한 비즈니스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15일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은 간첩 혐의로 기소된 미국 시민권자 존 싱완 렁(78)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중국공산당은 최근 몇 년 동안 다수의 중국인과 외국인을 간첩 혐의로 체포 및 구금해 왔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