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교권회복 시동 걸었다…아동학대법 개정 목소리도

전경웅 객원기자
2023년 09월 5일 오전 10:54 업데이트: 2023년 09월 5일 오전 11:51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수십만 명의 교사가 모여 교권 회복을 외친 가운데 정부와 여당이 서둘러 교권 회복을 위한 법률 개정과 제도 개선을 하기로 했다. 특히 ‘교권회복 4법’과 함께 악성 민원의 수단이 됐던 아동 학대 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별법(이하 아동학대법) 개정 가능성도 보이고 있다.

尹 대통령, 수석비서관회의서 “현장 교사들의 목소리 깊이 새겨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난 주말 현장 교사들이 외친 목소리를 깊이 새겨 교권 확립과 교육 현장 정상화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이날은 전국 교사들이 극단적 선택을 한 서이초교 교사의 49재를 맞아 추모 행사를 갖기로 한 ‘공교육 멈춤의 날’이었다.

전날 여당인 국민의힘은 교사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더 이상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야당과 협조해 교권 회복을 위한 4대 입법을 조속히 추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학교 현장에서의 교육활동 침해 건수가 지난해 3000건에 이를 정도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당과 정부는 학생, 교원, 학부모가 상호 존중하는 교권 회복 및 보호 강화 종합 대책에 이어 교권 보호 입법이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재옥 원대대표는 또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이 아동 학대로 신고당하는 현실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현장 교사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실질적 교권 회복이 이뤄질 수 있게 신속히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관련 법안 논의를 더불어민주당이 요청하면 적극 참여해 조속히 합의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야와 정부, 시도교육감 “교권회복 4법 조속하게 처리하겠다”

앞서 1일 교권 회복을 위한 여·야·정·시도교육감 4자 협의체는 회의를 열고 ‘교권회복 4법’의 조속한 처리에 잠정 합의했다. 특히 여야는 해당 법안에 교사들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두고 아동 학대로 간주하지 않도록 하고, 학부모의 악성 민원을 교육활동 침해 유형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기도 했다.

여야가 기본적으로 합의한 ‘교권회복 4법’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교육기본법 등이다.

먼저 교원지위법은 ▲아동학대범죄 관련 조사 또는 수사 진행 시 교육감 의견 제출 의무화 ▲학교장의 교육활동 침해 행위 축소 또는 은폐를 금지하고 위반 시 엄정조치 ▲목적이 정당하지 않은 민원은 악성 민원으로 간주하고 교육활동 침해행위에 포함하기로 했다. 여야가 합의한 데 따르면, 해당 개정안이 입법되면 소위 ‘악성 민원’을 제기할 경우 형법상 공무집행방해, 무고, 업무방해죄 등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 밖에 기존의 학내 교권보호위원회는 폐지하고,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한 조치 심의 등을 교육지원청에 만든 ‘지역교권보호위원회’로 이관하기로 했다.

초·중등교육법은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가 아동복지법상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방임 등과 같은 금지행위 위반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또한 교육활동과 관련한 학교의 민원 처리를 개별 교사가 아닌 학교장 책임으로 규정했다. 교사의 전화번호 등은 개인정보보호법으로 보호하도록 했다. 유아교육법은 유치원장과 교사의 생활지도 권한을 법으로 규정했다. 교육기본법은 학부모가 학교와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에 협조하고 존중할 것을 의무로 명시했다.

교사들이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대로에서 ’50만 교원 총궐기 추모 집회’를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9.2 | 연합

법 개정 앞서 아동학대법 악용 막을 교육부·법무부의 합동전담반 구성

이 밖에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아동학대법 개정안 등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다만 교사들이 아동학대법 개정을 촉구하는 상황이지만 실제 법 개정에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고 정부는 우선 부처 합동으로 아동학대법을 악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합동전담반(TF)을 구성했다.

전담반은 교육부와 법무부가 주축이 되고 보건복지부와 경찰청도 참여할 예정이다. 우선 교육부와 법무부는 정당한 교육활동을 한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를 당할 경우 법 집행 과정에서 교사의 교권과 기본권이 충분히 보장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경찰과 보건복지부 또한 법 집행 과정과, 교권 침해로 인한 분쟁 해결 과정에서 교사의 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한다.

합동전담반과 관련해 이주호 교육부총리는 “아동 학대 신고로 인한 교육활동 위축이 해결되지 않고서는 공교육을 바로 세울 수 없다”며 “시도교육청에서 아동 학대 신고만으로 교사를 직위해제 해오던 잘못된 관행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히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에서 아동학대 관련 법 개정이 언제 되는지와 무관하게, 학교 현장의 특수성과 교원 직무의 중요성을 충분히 반영하여 현장의 선생님들께서 교육적 판단을 함에 있어서 위축되지 않고 존중받을 수 있도록 아동 학대 관련 형사법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민주당이 교권회복 4법과 아동학대법 개정에 대해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지만 4일 ‘공교육 멈춤의 날’에 전국의 수많은 교사가 참여한 상황이어서 개정안 입법과 통과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국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