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얀마군에 잠수함 판매…쿠데타 군부 ‘중국 배후설’ 입증?

이윤정
2021년 12월 29일 오후 5:10 업데이트: 2021년 12월 29일 오후 8:52

잠수함 취역식에 軍 수장 참석…‘중국, 미얀마 군정 지지’ 신호로 해석
현지 매체 “미얀마 국민 반중 감정 더욱 고조될 듯”

중국이 미얀마군에 잠수함을 판매한 사실이 수면 위로 떠 오르며 미얀마 군부 쿠데타 ‘중국 배후설’이 증폭되고 있다.

미얀마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12월 28일 “지난주 미얀마 수도 양곤에서 중국산 ‘밍(明)급’ 디젤 잠수함 ‘민예초틴(Minye Kyaw Htin)’호(號) 취역식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미얀마 해군 창설 74주년 기념식을 겸한 취역식에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비롯해 군부 고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고 전했다. 미얀마 군부 정권 수장인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미얀마 군부 쿠데타의 주역이기도 하다.

이라와디에 따르면 미얀마 해군의 잠수함 도입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2019년 인도로부터 러시아제 킬로급 잠수함 ‘신두비르’를 들여왔다. 당시 인도가 미얀마에 장기 임대 방식으로 공여한 신두비르는 3천t급 재래식 잠수함으로서 인도에서 이미 31년간 사용한 노후 잠수함이었다.

2020년, 미얀마 군부는 중국과 비밀리에 밍급 잠수함 구매 계약을 맺었다. 당시 미얀마 군부는 중국 측이 내건 “중국산 잠수함 정비는 중국 기술진이 맡아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구매를 망설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번에도 같은 조건이 붙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이라와디는 덧붙였다. 중국은 잠수함 외에도 해군 함정, 공군 전투기 등을 미얀마 군부에 다수 공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와디는 미얀마 군 소식통을 인용, “미얀마 군부가 이미 구매한 잠수함 두 척 외에도 개량형 킬로급 잠수함 1척을 추가 구매하기 위해 러시아와 협의 중”이라고도 보도했다. 미얀마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수입한 무기류의 약 16%가 러시아산이다. 이처럼 미얀마 군부와 중국·러시아는 방위 산업을 중심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 2월 1일,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미국, 영국을 위시한 서방 민주주의국가들이 군정을 제재하고 나섰지만, 실효는 없는 편이다. 이 속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는 미얀마 쿠데타에 대해서 “미얀마 내정 문제”라며 불개입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 외교 무대에서 미얀마 군부를 옹호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이에 반발한 미얀마 국민들은 양곤 시내에 자리한 중국인 투자 공장 10여 곳에 방화를 하기도 했다. 아울러 반군부 시위대는 중국산 제품 불매 운동을 벌였다.

이라와디는 중국산 해군 잠수함 취역이 미얀마 국민들에게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반중(反中) 감정을 더욱 고조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잠수함 도입이 쿠데타가 발생하기 전에 맺은 계약에 따라 이뤄진 것이지만, ‘중국이 미얀마 군부 정권을 지지한다’는 또 하나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얀마 민주 시위는 현재 진행형이다. 미얀마 군부는 문민 정부의 압승으로 끝난 지난해 11월 총선이 부정 선거였다는 명분으로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미얀마 군부는 반군부 시위대를 유혈 진압해 지금까지 13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11월 27일까지 군부에 의해 체포된 사람은 1만517명, 사망자는 1295명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