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관, 션윈 공연 당일 관할 구청 방문…“대관 취소 압력”

뉴스본부
2024년 05월 10일 오후 6:47 업데이트: 2024년 05월 11일 오전 8:37

미국 션윈예술단 내한 공연이 진행 중인 가운데, 중국 외교관이 공연 당일 관할 지자체를 방문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공연을 방해할 목적으로 대관계약 취소 압력을 행사하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10일 션윈 내한 공연 주관사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주(駐)부산 중국 총영사관의 위리페이(于瓅斐) 부총영사가 대구시 수성구청 청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위 부총영사는 수행원으로 보이는 한 명과 함께, 청사 정문을 통해 내부로 들어갔다.

마침 이날은 수성구에 위치한 공연장인 ‘수성아트피아’ 대극장에서 오후 7시에 션윈 공연이 예정된 날이었다. 수성아트피아는 수성구 출자출연기관인 ‘수성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공연문화 시설이다.

에포크타임스가 입수한 사진에는 위 부총영사가 수성구청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이 담겼다. 제보자에 따르면, 사진에는 뒷모습만 담겼지만 현장에서는 얼굴을 통해 위 부총영사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함께 입수된 또 다른 사진에는 중국 외교관 차량 번호판을 단 검은색 SUV 차량이 수성구청 주차장에 주차된 모습이 담겼다.

본지는 이날 위 부총영사의 수성구청 방문 여부를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없었다. 주부산 중국 총영사관에 전화를 걸었으나 자동응답(ARS) 목소리만 흘러나왔다.

하지만 주차된 중국 외교관 차량을 볼 때 중국 외교관이 이날 수성구청을 방문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10일 오후 7시 대구 수성구 ‘수성아트피아’에서 션윈 내한공연이 예정된 가운데, 이날 오후 2시께 수성구청 주자창에서 중국 외교관 번호판을 단 차량이 목격됐다. | 에포크타임스에 제보

션윈 공연이 중국 공산당의 견제를 받고 있음은 여러 차례 언론에 보도된 사실이다. 공연 당일, 중국 외교관이 공연장을 관할하는 지자체를 방문한 것은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공연 주관사 관계자는 위 부총영사가 수성구청을 찾은 것은 이날 예정된 션윈 공연을 방해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위 부총영사는 수성구청 관계자를 만나 수성아트피아 대관 취소를 요청했으며 “앞으로 미국 션윈예술단에 공연장을 대관해 주지 말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 부총영사는 그동안 중국 공산당의 션윈 내한공연 방해 공작을 최일선에서 실행해 온 행동대장 격 인물이다.

본지 취재 결과, 그는 지난달 24일 경주시의 부시장과 경주문화예술회관 대표를 각각 만나 대관 취소를 요구했고 지난달 30일에도 같은 목적으로 구미시청을 방문했다. 경주와 구미는 각각 션윈예술단 내한공연의 세 번째와 두 번째 방문 도시다.

공연은 중국 공산당의 압력에도 예정대로 무사히 열렸다. 주최 측에 따르면 대부분 만석을 이뤘고 몇몇 회차는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본지 취재에서도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은 좋은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공연 방해가 무산됐더라도 중국 외교관과 그 배후인 중국 공산당의 부당한 압력이 가해졌다면 심각한 사안이다. 한국 땅에서 한국인들의 볼 권리를 방해하려 한 내정 간섭이자 문화 주권 침해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션윈은 2006년 미국에서 설립된 공연단으로 중국에서 일어나는 파룬궁 박해를 피해 신앙과 표현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간 파룬궁 수련자 겸 예술가들이 설립했다.

약 20여 편으로 이뤄진 매 시즌 공연 프로그램에는 중국 공산당의 인권 탄압과 파룬궁 박해를 소재로 삼아 중국의 현재를 다루는 작품이 2편 정도 포함된다.

주관사인 한국파룬따파학회 오세열 사무총장은 이번 사건을 신앙과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자유로운 대한민국에서 중국 공산당의 인권 탄압을 확대한 사건으로 규정하고 ‘엄정 대응’ 의지를 표명했다.

오 사무총장은 “앞으로 한국 내에서 발생하는 중국 공관원들의 션윈 방해 공작 및 파룬궁 박해 행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오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도 중국의 방해에 맞서 자국의 합법적인 법인체(주관사)와 공연장 간의 정당한 계약을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중국 외교공관의 압력에도 대관 계약을 유지한 경기도 고양시 아람누리 극장과 경주시 경주예술의전당, 구미시 문화예술회관을 비롯해 각 관할 지자체에도 감사의 뜻을 전했다. 아울러 “중국의 방해 때문에 대관이 불허되는 사례는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며 우리 정부에도 단호하게 대처해줄 것을 요청했다.

한편, 에포크타임스는 위 부총영사관이 만난 수성구청 관계자가 누구인지, 양측 사이에 구체적으로 오간 대화 내용을 어떻게 알게 된 것인지는 제보자 신변 보호를 위해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