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중·러 발칸반도 이용해 NATO 균열 시도

박상후 /국제관계,역사문화평론가
2022년 04월 13일 오전 9:05 업데이트: 2022년 04월 13일 오전 9:07

중공과 러시아가 세르비아라는 발칸국가를 이용해 NATO를 성공적으로 균열시키고 있습니다. 4월 9일 놀랄 만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중공인민해방군의 시안 Y-20 대형수송기 6대가 터키 이스탄불의 아타튀르크 국제공항을 경유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Batajnica 공항에 착륙했습니다.

NATO회원국인 불가리아와 터키가 영공 통과를 허락했습니다. 홍치 22미사일의 수출형 버전인 FK-3 방공미사일을 싣고 있는 군용수송기의 영공 통과를 허가했으니 중공이나 세르비아로서나 쾌재를 부를 만합니다. 세르비아는 발칸반도에서는 가장 중공과 친한 국가입니다. 러시아와도 친합니다. 유엔인권이사회에서 러시아 퇴출에 찬성표를 던지기는 했지만 “서방 국가의 협박이 두려워 그랬다”고 부취치 대통령이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중공은 시안 Y-20 수송기의 세르비아 착륙에 잔뜩 고무됐습니다. NATO가 아시아에 군사력을 투사하는 것보다 중공이 유럽에 군사력을 투사하는 게 훨씬 빠르다는 것을 과시했습니다. 또 터키와 불가리아의 순조로운 협조로 NATO나 미국도 겁낼 필요가 없다고 여기게 됐습니다. 시안 Y-20 수송기가 착륙한 Batajnica 공군기지는 1999년 NATO가 25일 동안 폭격을 가한 곳으로, 당시 숨진 유고 공군 파일럿을 기려 밀렌코 파블로비치 공군기지라고도 부릅니다.

1999년 NATO의 유고슬라비아 폭격은 코소보의 독립 여부를 두고 벌어졌습니다. 코소보의 독립을 승인하라는 NATO의 요구를 유고슬라비아가 거절하자 전투기를 동원해 맹폭을 가했습니다. NATO는 무려 78일 동안이나 폭격을 가해 유고슬라비아에서 1800명이 사망하고 6천 명이 다쳤습니다. 이 밖에 철도 12개, 교량 50개, 병원 20개, 유류고 40%, 방송국 30%가 파괴됐습니다.

당시 베오그라드 주재 중공대사관도 폭격을 당해 여러 명이 사망했습니다. NATO 공습 당시 미공군의 F-117스텔스기가 격추되기도 했는데 중공 측이 그 파편을 수거해 스텔스 전투기 개발에 활용했다는 후일담도 있습니다. 때문에 세르비아는 중공과 동병상련의 아픔을 겪었다면서 유대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때 유고슬라비아 연방은 여러 개 나라로 쪼개졌습니다.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마케도니아, 코소보, 몬테니그로 등입니다. 러시아가 세르비아와 친한 이유는 서방이 유고슬라비아를 분열시킨 것처럼 러시아연방을 해체하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고 느끼는 동질감 때문입니다. 세르비아는 몬테니그로가 떨어져 나가는 바람에 내륙국가가 됐습니다. 바다로 통하는 땅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제재에 아주 취약한 나라로 전락했습니다.

여기에다 하늘도 봉쇄되면 외국으로부터 아무것도 들여올 수 없는 상황인데 이번에 숨통이 트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이번에 중공이 시안 Y-20수송기로 세르비아에 인도한 미사일은 홍치22미사일의 수출형 FK-3입니다. 사정거리 100킬로미터의 방공미사일로 S300이나 S400보다는 사거리가 짧지만 사정거리 80킬로미터의 패트리엇2보다는 우월합니다. 세르비아처럼 작은 나라에서 사용하기에는 충분합니다. 세르비아에 인도된 FK-3방공미사일은 세르비아의 무기거래회사 Yugoimport가 3년 전에 계약한 무기입니다. 하지만 인도할 방법이 없어 지금까지 연기돼 왔습니다.

또 미국과 NATO가 금수 대상으로 지정한 무기여서 세르비아가 인도받기에는 쉽지 않았고 정치적 위험도 많았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중공에 대해 러시아를 지원하지 말라고 요구한 바 있습니다. 때문에 러시아의 맹우 세르비아에 인도된 방공미사일에 대해 마음 졸일 수 있습니다.

유럽 안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무력으로 풀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태리 외교부장 루이지 디 마이오는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충돌에 NATO가 끼어들면 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군사적 개입에 반대했습니다. 4월 10일 루이지 디 마이오는 외교수단으로 양측의 평화회담을 추동할 의무가 있고 이번 전쟁에서 가장 유효한 무기는 외교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탈리아는 러시아-우크라이나 협의에 안전담보국이 될 용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폴란드의 전 외교부장 라도슬라프 시코르스키는 푸틴이 예전에 은밀한 제안을 해왔다고 말했습니다. 폴란드 국경에 인접한 우크라이나 도시 르비프와 그 밖의 5개 주를 폴란드에 할양할 의사가 있다는 내용입니다. 우크라이나를 나눠 먹자는 제안인데 폴란드는 이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의 유명 우동 체인점 마루가메 제면은 3월 말까지 러시아의 프랜차이즈 점포 7군데를 닫고 사업을 철수했습니다. 마루가메 제면은 2013년에 러시아에 진출해 영업해 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항의 차원에서 문을 닫았습니다. 그런데 마루가메 체인점은 그대로 영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마루가메 체인을 인수한 러시아 기업이 ‘丸亀製麺(마루가메 제면)’이라는 한자 로고를 떼어내고 키릴 문자로 ‘마루’라는 간판을 새로 달고 똑같은 메뉴로 손님을 받고 있습니다. 중공의 짝퉁과는 조금 다른 방식입니다. 마루가메에서 마루만 살리고 로고도 완전히 바꿨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성황을 이루고 있습니다.

일본의 마루가메 본사는 무단으로 상표를 바꿔 영업을 한다면서 항의 교섭을 한다지만 그게 통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폐쇄한 것으로 알려진 마루가메 체인점 7군데가 모두 마루Foods라는 러시아 기업의 관리하에 홈페이지까지 새로 마련하고 장사를 잘 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차원에서 사업장을 철수한 마루가메 일본 본사는 러시아에 점포를 넘긴 거나 다름없습니다. 상표를 도용했다고 해서 추가로 대러 제재를 하기도 마땅치 않습니다.

한편 존 미어샤이머 교수는 영국 잡지 이코노미스트 3월 19일 자에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그의 견해를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 위기는 근본적으로 서구가 책임이 있다는 논지입니다. 존 미어샤이머 교수는 우크라이나 위기는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이래 가장 위험한 국제 분쟁이라면서 사태가 더욱 심각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근본적인 원인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쟁은 푸틴이 일으켰고 지금 돌아가는 상황에 책임이 있다는 점은 맞지만 그가 왜 그랬는지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습니다. 서구의 대중적인 견해는 푸틴이 소련의 틀에 기반을 둔 대러시아 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비이성적이고 통제할 수 없는 침략자라고 비난하는 바람에 그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 쓰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존 미어샤이머 교수는 책임이 서방 특히 미국에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끊임없이 우크라이나를 NATO에 가입시킬 것 같은 신호를 보내면서 마이단 혁명으로 우크라이나 친러 정권을 전복시킨 게 결정적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푸틴의 크림병합도 오랫동안 계획된 게 아니라 서방의 자극에 분노한 푸틴이 홧김에 저지른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존 미어샤이머 교수는 또 많은 저명한 외교 전문가들이 1990년대 말부터 NATO의 확장을 경고했기 때문에 자신의 견해가 논란거리도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부카레스트 정상회담 당시 로버트 게이츠 전 국방장관도 조지아와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것을 인정했고 독일의 메르켈과 프랑스의 사르코지도 러시아를 격분시킬 것을 우려해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에 반대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러시아제국의 꿈이 좌절되는 문제가 아니라 러시아의 미래에 가하는 심각한 위협에 관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푸틴이 러시아의 군사력과 우크라이나군의 효과적인 저항, 서방의 광범위하고도 신속한 반응을 오판했다고 하더라도 강대국이 궁지에 몰리면 잔인해질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습니다. 그러면서 더 이상 푸틴에게 치욕적인 패배를 안겨주거나 그를 제거하려 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미국과 동맹국들이 러시아의 승리를 막더라도 우크라이나는 분할되거나 심각하게 망가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우크라이나 범위를 넘어서 핵전쟁 같은 위기가 고조될 위험도 있다고 했습니다.

-박상후의 시사논평 프로그램 ‘문명개화’ 지면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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