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외국 의사 투입’에 의협 “지적능력 안 되는 사람들 올 것”

황효정
2024년 05월 10일 오후 6:53 업데이트: 2024년 05월 10일 오후 7:14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외국 의사 투입과 관련, 정부가 “당장 시행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보건의료 위기경보 ‘심각’ 단계가 수년간 이어질 경우 계속 외국 의사를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의사단체는 “돈은 있고 지적 능력은 안 되는 사람들이 올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1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외국 의사 투입을 언급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20일까지 외국 의료 면허 소지자에게 국내에서의 의료행위를 허용하도록 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이에 따라 이달 말께 외국 의사 투입이 가능한 법적 토대가 마련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정부는 곧바로 의료 현장에 외국 의사를 투입하지는 않겠다는 방침이다.

박 차관은 “외국 의사는 제한된 기간 안에, 정해진 의료기관에서, 국내 전문의의 지도 아래, 사전에 승인받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며 “어떤 경우에도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의사가 우리 국민을 진료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한 안전장치를 갖추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 또한 외국 면허 의사의 국내 의료 행위 허가 문제를 두고 “실력이 검증되지 않은 의사가 우리 국민을 진료하는 일은 없도록 철저한 안전장치를 갖출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외국 의사 투입 시 적용할 구체적인 기준을 먼저 마련하고 코로나19 팬데믹 때처럼 수년간 심각 단계가 지속된다면 외국 의사의 국내 투입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의사단체는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같은 날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브리핑을 열고 “헝가리 등 일부 해외 의과대학은 돈은 있고 지적 능력이 안 되는 사람들이 가는 곳이고 그런 사람들은 국가고시 통과 확률이 30% 이하”라며 “그보다 못한 사람들이 들어온다고 하면 본인 부모의 목숨을 맡길 수 있겠나”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 총리의 ‘철저한 안전장치를 갖추겠다’는 발언에 대해 “아무 문제도 없을 거라는 태도인데, 의료 현장을 잘 모르니 하는 말”이라면서 “국민 생명을 얼마나 하찮게 보는 것 같다. 당장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안나 의협 총무이사도 “(헝가리 의대 등은) 우리나라 부유층 자제들이 의대 입시에 실패하고 우회하는 방법”이라며 임 회장의 주장에 힘을 보탰다. 최 이사는 “정부 정책은 ‘기존 절차를 무시하고 외국 의사를 수입하겠다’는 것으로 박민수 보건복지부 차관의 ‘전세기 발언’에 이어 역사에 남을 막말”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의사들의 반발 속에 ‘외국 의사의 국시 합격률이 낮으므로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과 관련, 박 차관은 “의사가 없어서 진료를 못 받는 것이 가장 위험하지 않나”고 반문한 뒤 “(외국 의사 투입) 이런 보완적 제도는 전공의들이 집단으로 이탈했기 때문에 고안한 것”이라고 반박하며 의료계와 평행선을 달리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