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에 침묵하는 中, ‘중동의 중재자’ 아닌 ‘하마스의 조력자’”

정향매
2023년 10월 12일 오후 8:28 업데이트: 2023년 11월 6일 오전 11:30

지난 7일(이하 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했다. 이스라엘이 보복에 나서면서 이·팔 전쟁이 발발했다.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미국 등 서방 5개국은 9일 공동성명을 내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을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규탄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11일 하마스의 무차별적 공격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동지역의 ‘평화 조정자’로 자처해 온 중국 당국은 지금까지 하마스의 선제공격에 대한 비난이나 유감을 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에포크타임스 중문판 인터뷰에서 중국 문제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은 중동지역의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중동의 중재자가 아니라 하마스의 숨은 조력자”라고 입을 모았다. 

中, 이른바 ‘평화 촉진’ 위해 중동지역에 개입 

중동지역 평화의 핵심 이슈는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의 관계다. 

중국 당국은 지난 2002년부터 해당 지역에 특사를 파견하기 시작했으며 오랫동안 중동 분쟁에서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며 ‘불간섭 원칙’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올해 들어 ‘평화 촉진’ 명분으로 분쟁 지역에 수 차례 개입하며 각국을 중국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다. 

올해 3월,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대표단은 중국 베이징에서 데탕트 회담을 했다. 그다음 달 양국 외교 수장은 중국 베이징에서 만났다. 2016년 이후 7년 만에 이뤄진 이란·사우디 외무장관 간의 대면 회동이었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지난 6월 베이징에서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과 회담했다. 그는 회담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2개월 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브릭스의 외연 확장을 위해 사우디·이란·이집트·아랍에미리트를 회원국으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만나 자리에서는 “중·이 양국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이란은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정식 가입했다.

이달 5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외무장관과 회담했다. 

오는 17일 베이징에서 여는 ‘일대일로’ 정상 포럼에 아랍권 국가를 포함한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저개발국과 후진국)’ 정상들이 다수 참석할 예정이다.  

“중국 공산당의 ‘평화 촉진’ 노력은 사기” 

하지만 지난 9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언론들의 16차례 질문에 대해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단지 “양측 간의 ‘휴전’을 촉구한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모두 중국의 우방국이라고 답했다. 시진핑 총서기는 이번 사태에 대해 지금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와 관련, 시사평론가 왕허는 지난 10일 에포크타임스 중문판에 중국 당국이 중동 지역의 핵심 이슈를 회피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 당국의 국제적 영향력과 외교 중재 능력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중국 공산당은 중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 옵션이 부족하기 때문에 딜레마에 빠졌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1960년대부터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을 해체하고 이스라엘 영토에 대한 주권을 되찾는 것을 지지하며 팔레스타인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와 동시에 중국 당국은 이스라엘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이스라엘의 무역 규모는 약 221억 달러(29조6000억 원)에 달했다.  

이스라엘의 텔아비브 대학 국가안보연구소가 지난 6월 발표한 한 논문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대(對)중 수출품 중 절반 이상이 웨이퍼를 포함한 전자 부품이었다. 미국은 파트너 국가에 중국의 첨단 기술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스라엘과의 무역은 중국에 매우 중요하다. 

왕허는 “미국이 여러 차례 경고하고 제재까지 가했음에도 이스라엘은 중국 당국이 과학 기술과 국방 산업을 발전하도록 도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공격을 당한 상황에서 중국 당국은 이른바 ‘중립’을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동지역에 전쟁이 발발하면 석유 가격이 치솟을 것이고, 이는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 중 하나인 중국에 매우 불리하다. 경제 이익을 위해서라면 중국 당국은 중동지역의 평화를 지지해야 한다”면서도 “중국 당국은 미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이 지역의 진정한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중동 지역의 평화를 원하지 않아”

미국과 이스라엘은 최근 몇 년 동안 이스라엘과 아랍권 국가 간의 우호 관계를 촉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중동지역의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쑹궈청 대만 국립정치대학 국제관계연구센터 연구원은 10일 에포크타임스 중문판에 “중동지역에 평화가 찾아오면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에 대항할 수 있는 협상카드를 잃는다. 미국의 압박을 완화할 수 있는 중·러 양국의 전략, 지렛대 등의 힘이 모두 약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 대만국방안전연구원 산하 국가안보연구소의 선밍스 소장은 “중동지역에 전쟁이 발발하면 미국은 개입할 수밖에 없으며, 전 세계의 이목이 중동지역에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받는 러시아의 압력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대만해협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받는 중국 당국의 압력도 완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당국, 하마스의 공습을 은밀하게 지원” 

영국 BBC 방송은 지난 8일 가지 하마드 하마스 대변인을 인용해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기습 공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직접 지원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하마스 대변인은 이란 외 다른 국가도 도왔다고 언급했다. 

쑹 연구원은 이를 두고 중국 당국이 하마스의 작전을 지원한 게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 당국은 계속 이란에 군사 자재와 물자를 공급해 왔으며 이란이 군사 장비를 조립·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 지원을 했다. 이란은 이렇게 획득한 무기를 비밀 루트를 통해 하마스에 전달한다”며 “이는 하나의 군수 산업망”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마스 대원이 중국산 부품으로 만든 무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져도 전혀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당국은 오랫동안 중동지역에서 반(反)미 세력을 자극하거나 분열시키는 작업을 이어왔다”며 “중국 당국이 하마스의 이번 작전을 지원한 증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쟁에 대한 책임은 결코 회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