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부출범특집]“‘윤석열 정부’가 아닌 ‘윤석열 행정부’가 정명(正名)”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

[신정부출범특집]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 ⑤

최창근
2022년 03월 28일 오후 5:38 업데이트: 2022년 03월 28일 오후 5:38

20대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됐습니다. 대통령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모든 대통령은 성공을 갈망하는 국민의 지지 속에서 청와대에 입성합니다. 다만 5년 후 청와대를 나오는 대통령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성공을 바라지만 성공한 대통령은 가지지 못한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에포크타임스는 신정부 출범 특집으로 성공한 대통령이 되려면기획을 마련하였습니다.
전직 정부 각료, 전직 청와대 참모진, 학자, 언론인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연속 대담을 통하여 새로운 대통령과 정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조망해 보고자 합니다.
그 다섯 번째 순서로 한국의 대표적인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최광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를 만나 차기 정부의 인재 등용, 바람직한 경제 정책, 재정 운용 준칙을 주제로 대담을 나누었습니다.

최광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조세·재정 전문가이다.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공공정책학 석사 학위를, 메릴랜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와이오밍대 경제학과 교수를 거쳐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합류했다. 이후 1985년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로 임용된 후 2013년 정년 퇴임했다.
김영삼 정부 출범 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장을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입각했다. 이후 초대 국회예산정책처 처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석좌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 안민정책포럼 고문, 자유시장연구원 고문 등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와 보고서로는 ‘경제 원리와 정책’ ‘한국 재정 40년사’ ‘한국 조세정책 50년’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정부’ 등 90여 권이 있고, 학술 논문 190여 편을 썼다. 이 밖에 2012년 퇴임 기념 문집 ‘부국안민의 길: 최광의 삶과 생각’이 있다.

최광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조세 재정 전문가로서 국책연구원 원장, 각료, 국회 예산정책처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 이유정/에포크타임스.

새 대통령에게 국정 운영에 참여해 본 선배로서 조언하고 싶은 것은요?

“첫째, ‘국격(國格) 있는 나라’를 건설해 달라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모든 문제를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가 아니라 국제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파악하며 국내 모든 부문의 개선 노력이 세계적 수준을 지향해야 합니다. 나아가 국제 인권, 지구 환경, 빈곤 문제 해결, 전염병 퇴치 등 전 인류적 문제 해결 노력에 적극 참여·지원하여 국제사회로부터 칭송받는, 세계 속 모범국가 대한민국 건설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둘째,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각종 공약을 쏟아내었는데 발표된 공약을 철회할수록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잘못된 공약은 국민의 이해를 구하면서 하루빨리 페기하고 합리성, 실현 가능성, 일관성을 갖춘 국정 약속을 새롭게 제시해야 합니다. 셋째, 대통령 당선자와 대통령의 말은 불가역적(irreversible)이고 최종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따라서 주요 정책과 관련하여 구체적 수치를 언급하는 것은 금기(禁忌)입니다. 방향을 정량(定量)이 아닌 정성(定性)적으로 표현하여야 합니다. 당선자와 대통령이 내뱉은 수치는 분명히 달성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그 수치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타 부문에서 엄청난 왜곡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넷째, 대통령은 국가원수이기는 하지만 ‘행정부의 수장’이기에 ‘윤석열 정부’ 대신 ‘윤석열 행정부’로 불리어지길 자청해야 합니다. ‘○○○ 정부’ 라는 표현은 국정 만기친람, 대통령 1인으로의 권력 집중을 표상합니다. 미국의 경우 ‘레이건 행정부(Reagan Administration)’라고 하지 ‘레이건 정부(Reagan Government)’라 하지 않습니다.”라고 이야기 한 최광 교수는 ‘이름을 바르게 한다’는 공자(孔子)의 정명(正名) 사상을 차기 행정부 명칭에 반영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석열 행정부’가 바른 명칭
‘국격 있는 대한민국’ 건설해야

새 대통령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무엇이라 보는지요?

“한 마디로 ‘한국병’ 치료입니다. 영국 대처(Margaret Thatcher) 총리는 ‘영국병’을 고쳐 영국인들은 물론 전 세계인들의 추앙을 받고 있습니다. 보수당 대처 총리 집권 직전의 영국 경제 및 사회가 오늘의 한국과 똑같았습니다. 지속적인 저성장과 높은 실업률, 노동조합의 횡포, 큰 정부와 규제, 과도한 조세, 반(反)기업 정서로 지난날 대영제국의 영광은 사라졌습니다. 이에 대처 총리는 ‘철의 여인(Iron Women)’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노조의 불법 활동을 제압하면서 경제 안정화, 정부 개혁, 노동 개혁, 민영화, 금융 개혁, 규제 개혁 등을 통해 영국을 새롭게 탄생시켰습니다. 대처 총리의 개혁은 그대로 모방해도 될 정도로 훌륭합니다. ‘한국병’ 치료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대처의 영국병 치료 시와 같은 방법을 사용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보다 중차대한 역사적 과제로 체제교체를 이뤄내는 것입니다. 좌파 15년의 집권 결과로 대한민국 전체가 파괴된 상태입니다. 현재의 ‘1987 체제’를 파기하고 새로운 ‘2022 체제’를 구축하여야 합니다. 대한민국을 망친 1987 체제를 극복하고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2022 체제를 구상하려면 새로운 담론이 필요한데 그것은 ‘자유화’ 담론입니다. 국정 운영 기본 축을 ‘좌파 척결’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세우기’ ‘국가 정체성 회복’ 중 하나로 선택·설정하고 특히 집권 초기에 이에 총력 매진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 노동당 장기 집권을 종식시키고 보수당 총리가 된 후 자유주의와 시장경제제도에 입각한 경제 정책을 펴서 ‘영국병’을 치유했다.

대통령 당선 후 함께 국정을 운영할 참모 인선은 언제 해야 하나요?

“‘인재 풀(pool)’ 구축 작업은 대통령 출마 선언 이전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두 가지 유형의 인재를 찾는 것이죠. 선거 전문가를 우선 찾고 대선 이후에는 국정을 함께 끌고갈 유능한 인재를 찾아야 합니다.” 이는 이홍규 한국과학기술원(KAIST) 명예교수가 지적한 내용과도 동일하다. 이홍규 교수는 “당선을 도울 참모와 선거 후 국정 운영을 도울 참모는 다릅니다. 대통령 당선 후에는 국정 운영 능력을 갖춘 참모를 찾는 데 매진해야 합니다.”라고 했다. 최광 교수는 자신이 대통령이라면 다음 요건에 충족하는 각료를 발탁하겠다며 기준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광 교수의 ‘장관론’이다. “첫째, 애국심이 충만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둘째, 세계관 혹은 이념이 같은 사람을 택하겠습니다. 셋째, 전문성에 더하여 동료들의 평판도 좋은 인사를 찾겠습니다. 넷째, 조직관리 경험이 있는 인재를 찾겠습니다.” 그는 특히 장관 등 기관장의 경우 조직관리 경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학 교수 출신이 곧바로 장관으로 임명되어 성공한 사례를 찾기 힘든 근본 이유가 조직관리 경험이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임명 전에 조직을 맡아 관리하면서 인사도 해보고 노조도 상대해 보고 조직의 예산도 편성해 보고 성과도 평가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을 장관으로 임명하면 해당 부처를 제대로 이끌 것이 확실합니다. 반면 사전 조직 관리 경험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전문가라 하여도 부처 장악이 힘들 것이 자명합니다.” 최광 교수는 ‘부처 장관이기 전에 국무위원’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대한민국 헌법에 ‘장관’이라는 표현은 없고 ‘국무위원’이라고 명기되어 있죠. 한 부처를 통솔하는 장관이기 전에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국정을 함께 이끌어 갈 국무위원을 찾는 것이 맞습니다.”

장관 이전에 국무위원, 대통령의 국정 철학 이해하는 것이 필요
애국심, 이념 일치, 전문성, 조직관리 경험 갖춘 인재를 발탁해야

2013년 한국개발연구원(KDI) 개원 42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최광 교수(둘째 줄 왼쪽에서 4번째). 둘째 줄 왼쪽에서 2번째는 고 박세일 한반도선진화재단 설립 이사장이다. 1980년대 한국개발연구원 동료 연구위원이었던 박세일 이사장은 최광 교수를 두고 ‘구도자형 학자’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국가 정책 시행 과정에서 해당 각료와 담당 청와대 참모 간 관계는 어떠해야 한다 보나요?

“대통령의 참모인 수석비서관·보좌관 등이 행정 조직을 책임진 장·차관 위에 군림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대통령과 청와대로 권력 집중이 과하게 집중됐죠. 그 연장선상에서 ‘제왕적 대통령제’에 이어 ‘청와대 정부’라는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원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청와대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가 아닌 국무총리와 국무회의가 국정 운영의 중심이 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통령과 수석·보좌관 회의가 언론에 더 이상 비춰지지 않길 바랍니다.” 최광 교수는 ‘청와대(靑瓦臺)’ 명칭도 바꾸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가 아닌 ‘대통령실’로 이름을 바꾸고 대통령실은 실행 조직이 아닌 본연의 업무인 참모 조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아울러 그는 청와대 정책실도 폐지해야 하며 인사수석비서관실도 폐지하고 ‘인사보좌관’ 정도로 바꾸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통령실의 인사 개입은 부처 차관과 고위공무원단 가급(부처 차관보·실장) 까지로 한정하되 이들의 임명 과정에서 반드시 장관과 협의하고 국장급 이하 인사는 해당 부처 장관에게 위임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김동연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책 노선을 두고 엇박자를 내다 동시 경질됐습니다. 원인은 무엇이라 보나요?

“원인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참모(staff)’가 ‘계선(line)’ 위에 군림하는 문제입니다. 원칙적으로 경제 정책에 관해서는 경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공식적인 권한과 책임을 부여받습니다. 문제는 권한도 책임도 모호한 ‘대통령의 참모’인 청와대 정책실장이 정책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죠. 이 속에서 기획재정부 장관과 정책실장의 충돌은 불가피했습니다. 다른 원인은 좌파 이념 추종자인 정책실장과 실용주의자인 기획재정부 장관 간 충돌은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이념과 그에 기반한 정책 노선 차이를 무시하고 ‘경제팀’을 구성했던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 봅니다. 이는 보수·진보 정부를 막론하고 대통령의 주요 직위 인사에 있어서 중요한 교훈을 준다고 봅니다.”

청와대 정책실이 독주하면서 소득주도 성장’ 등 현실이 아닌 이념에 기반한 정책을 양산하고 추진하여 문제를 야기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청와대 정책실이 원래 제도 설계·운용 취지와는 상반되게 운영되어서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정책실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대한민국 경제 정책사에 정책 실패의 대표 사례로 기록될 것입니다.”라고 설파한 최광 교수는 오늘날 청와대와 정부 간 관계에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국가 주요 정책은 대통령과 해당 국무위원이 결정하고 직접 발표해야 합니다. 어떠한 경우라도 대통령의 참모인 정책실장, 수석비서관, 보좌관 등이 전면에 나서서는 안 됩니다. 경제 정책 사령탑은 청와대 정책실장이 아닌 내각의 경제 부총리여야 합니다. 그 점에서 문재인 정부에서는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 부총리가 총괄하여 발표한 정책이 전무하다시피 했습니다. 대신 청와대 정책실장, 경제수석비서관, 사회정책수석비서관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라고 말한 최광 교수는 2018년 조국 당시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이 헌법개정안을 직접 발표하는 것을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도 했다. 참모로서 월권(越權)이라는 취지이다.

국가 정책은 국무총리와 내각이 주도해야
대통령 참모가 전면에 나서는 일 더 이상 없어야

2018년 9월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현판식. 김동연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세 번째)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 두 번째) 등이 보인다.

역대 대통령들은 취임 시 작은 청와대를 표방하지만 임기 동안 청와대 규모가 커지는 문제가 반복됐습니다.

“청와대 조직 비대화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주요 원인 혹은 반대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부산물로 볼 수 있는 문제입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 중심 국정 주도 ▲국무회의의 형식화 ▲청와대 조직 비대화 ▲대통령비서실의 과대 권한 보유 ▲대통령의 강력한 인사권 행사 등의 현상이 발생했습니다.”라고 문제를 진단한 최광 교수는 청와대 개편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작은 대통령실’을 구현하기 위한 첫 번째 조치는 대통령의 권한을 적절하게 위임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은 외치(外治)에 해당하는 외교·안보 업무를 담당하고 핵심 정책 추진권을 해당 부처 장관에게 넘기고 결과에 대해 엄중히 책임을 추궁해야 합니다. 또한 국무총리가 일상 행정부처 업무를 총괄·관리하게 하고 정책 조정, 갈등 조정 역할은 국무총리실 산하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시행하고 각 부처는 부여된 권한과 책임을 통해 부처 간 자발적 상생과 협력을 유도해야 합니다. 두 번째 조치는 대통령실 기능을 축소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실 업무는 대통령이 책임지는 국정과제를 수행하는 것이 아닌 각 부처 업무에 정보 교환·협의 등 ‘연락관’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업무를 재조정해야 합니다. 대통령실 기능을 축소하는 대신 대통령실 실장과 국가안보실 실장이 중심이 되도록 조직을 재편하고 실질적인 정책은 대통령이 직접 해당 부처 장관을 통해 지시하고 보고받아야 합니다. 세 번째 조치는 국무위원의 권한을 강화하면서 권한에 따른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실의 핵심 업무는 개별 부처 차원을 넘어서는 ‘국가 차원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관리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네 번째 조치는 대통령에게 부여된 막강한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대통령실 참모들이 행사하며 부처 위에 군림하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부처 장관의 인사 권한을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각 부처 장관 인선은 전문성, 업무 관련성, 청렴성 등을 동시에 검토하여 임명하되 면밀한 검증을 통해 임명된 장관에게는 부처 내 인사권 보장과 더불어 산하 공공기관 인사권, 통제권 또한 위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대통령은 국가 최고경영자
만기친람 지양하고 권한과 책임 위임해야

장관 등 부처 수장들이 소신 있게 일할 수 있는 선결 조건으로 차관급 이하 소속 직원에 대한 인사권 문제가 거론됩니다.

“대통령은 국가 최고경영자(CEO)입니다. 불행하게도 이승만-박정희 대통령 정도만을 예외로 하고 역대 대통령들은 자신이 ‘국가 최고경영자이다’라는 개념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현대그룹에서 사장·회장을 역임했던 이명박 대통령도 ‘대통령은 국가의 최고경영자(CEO)’라는 사실을 망각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국정 운영을 만기친람(萬機親覽)하려 했고 권한을 위임하여 국정을 운영하려 한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라고 이야기 한 최광 교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평가를 이어갔다.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가장 기대했던 것은 공공 부문의 과감한 혁신이었습니다. 조직 관리에 있어서는 엄청난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 예상은 빗나갔습니다. 내가 관찰한 바로는 이명박 대통령은 국가 최고경영자 역할을 하기보다는 스스로 실무 공무원 역할을 하였다는 것입니다. 조직 관리의 기본 원칙 중 하나는 권한을 주고 책임지게 하는 것입니다.”

1998년 보건복지부 장관 재임 시절 부처 국장급 이상 간부들과 함께 한 최광 교수.

코로나 19 보상금 지급을 두고 집권여당과 기획재정부가 갈등을 벌였습니다. 관료의 전문성 존중 문제와 관료에 대한 민주적 통제 문제가 겹친 양상인데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요?

“관료는 ‘공복(公僕·public servant)’이고 정당은 정치 결사체이기에 각자 추구하는 목적과 역할이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정부 여당이 주(主)이고 관료가 종(從)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정부 여당이 관료를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것이 맞습니다. 문제는 두 집단이 상대방을 제압하려 하거나 자신의 이해만을 주창하지 않으면 갈등이 해소될 여지가 분명히 있다는 점입니다. 먼저 쌍방이 추구할 목적에 대해 합의해야 합니다. 일단 목적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그 목적을 달성할 수단의 선택도 어렵지 않게 이뤄질 수 있을 것입니다. 현실에서의 문제는 정부 여당이 합리적 논의를 하지 않으려 하는 것이고 관료들 또한 공복으로서 국민에게 봉사할 실력과 뚝심을 갖고 있지 못한 데 있습니다.”

차기 정부가 임기 동안 경제 정책에서 유념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요?

“진단이 정확해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오는 법입니다.”라며 최광 교수는 해법을 제시했다. “우리 경제가 연 평균 5% 정도 성장을 하면 당면한 문제 대부분이 저절로 해결됩니다. 문제는 한국 경제가 선진국들이 겪은 ‘영국병’ ‘복지병’을 결합한 ‘복합 후퇴’로 접어든 지 오래라는 것입니다. 1990년대 말 외환 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1/2 토막 난 데 이어 1/4 토막 났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 경제가 자체 잠재 성장률보다 더 낮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1970년대와 1980년대에 10.5%와 8.8%에 달하던 경제성장률이 1990년대에 6.2% 수준으로 하락하더니 2000~2009년에는 4.7%로 하락했고 2012년 이후 경제성장률은 2.3~3.3%로 급락했고 최근엔 1.5% 수준까지 내려가 암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오래전부터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었음에도 우리는 애써 문제를 외면해왔습니다. 우리 사회가 앓고 있는 만병의 근원은 사실 경제 저성장에 있습니다. 고용악화, 청년실업, 소득 양극화, 가계부채 증대, 자영업자 부도, 재정적자 확대, 국가채무 증대 등 현안을 관통하는 원인은 낮은 경제성장입니다.  아울러 오래전부터 이른바 ‘경제민주화’가 화두인 것, 최근 기본소득제 도입 논의가 활발한 것도 장기 저성장이 야기한 사회 불안 때문입니다. 정치 지도자들과 경제 정책 책임자들이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아무리 정책을 잘못하더라도 우리 경제가 현 수준을 유지하거나 낮은 수준이지만 지속 성장하리라는 것입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라는 점입니다. 남아메리카의 아르헨티나 등은 19세기 말, 유럽 선진국들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선진국이었습니다. 문제는 지도자를 잘못 만나 추진된 좌파 인기 영합 정책의 결과 남미의 지난날 선진국들이 추락을 거듭하여 오늘날 국민들이 쓰레기통을 뒤지는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경제성장률을 높이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비행사가 조종을 할 때는 자신의 감각을 믿으면 안 되고 계기판을 믿어야 합니다. 하늘에 올라가면 전후좌우가 분간이 안 되어 인간의 감각은 믿을 만한 것이 못 되기 때문입니다. 사막을 건널 때도 규칙이 있는데 지도를 따라가지 말고 나침반을 따라가야 합니다.”라고 이야기한 최광 교수는 경제 정책의 나침반은 ‘시장’과 ‘경제 원리’ 두 가지라고 강조했다. “역사에 답이 나와 있습니다. 동서고금(東西古今) 모든 나라 모든 정부에서 시장에 순응하고 개방하면서 경제 원리를 존중한 경우에는 경제 기적을 일궈 국민 모두가 그 과실을 향유했습니다. 모든 정치가들이 자유시장경제를 이야기하지만 실제 입법하는 것은 반(反)시장적인 것이 100%입니다. 시장에 저항을 하거나 시장을 억누를 때는 반드시 ‘시장의 보복’을 초래하여 경제가 쇠퇴하였습니다. 경제 원리를 무시한 경제 정책은 언제나 실패했습니다. 경제 원리의 정확한 이해가 경제 정책 성공의 필요조건입니다. 다들 경제학이 어렵다고 하고 경제 정책에는 정답이 없다고들 합니다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경제학은 어렵지 않으며 경제 정책에는 정답이 있습니다. 정책 담당자들이 경제학에서 가르치는 쉬운 경제 원리를 모르거나 원리를 알더라도 자신들이 추구하는 다른 가치나 목적을 위해 애써 외면하는 것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경제 정책이 실패하는 것입니다.”

경제 성장률 제고가 핵심
시장과 경제원리가 경제 정책 나침반

경제 원리와 자유시장경제체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에 더하여 보다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면요?

“경제성장율을 높이는 구체적 방안과 관련하여 세 가지를 강조하는 바입니다. 첫째는 정치 지도력 문제입니다. 한 사회의 전반적인 경제 제도의 장기적 방향에 대해서는 정치 지도자의 이념과 결단이 큰 역할을 합니다. 정치 지도자들이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경제 정책을 추진할 때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되고 또한 미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해집니다. 영국이 장기간 쇠퇴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마거릿 대처(Magaret H. Thatcher) 총리의 뚜렷한 이념과 결단 때문이었습니다. 한국의 경우 박정희-전두환 대통령 집권기 우리 경제가 고도 성장을 이루었던 것은 경제에 관한 대통령의 신념, 결단, 지도력 때문이었습니다. 둘째는 더욱 열심히 일하고 더 많이 저축하고 더욱더 투자해야 경제가 성장함을 인식해야 합니다. 오늘날의 경제 위기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앞으로 우리 경제를 튼실하게 하는 변화의 주된 내용은 근로자로 하여금 더욱 열심히 일하게 하고 가계로 하여금 더 많이 저축하도록 하고 기업이 더욱더 투자하도록 하여 경제 전체로 생산과 생산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특히 개인 저축률과 설비투자율이 지속 하락하여 최근에는 매우 낮은 수준인데 이는 우리 경제의 장기 성장에 매우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기에 우려되는 사항입니다. 투자 활성화는 세계의 자본과 기술을 우리나라로 유인해야 가능합니다. 투자처를 찾지 못해 돌아다니고 있는 수 백조 원 규모의 유휴자금과 부동산을, 맴돌고 있는 거대 자금을 기업의 설비 투자로 유도해야 합니다. 외형적 양적 투자 확대뿐만 아니라 질적으로 미국 ‘포춘(Fortunes)’ 선정 500대 기업 모두가 앞 다투어 투자하고 싶어 하는 여건을 가진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지방에 혁신도시를 구축할 것이 아니라 국가 전체를 혁신국가로 만들어야 합니다. 특정 지역을 경제특구로 만들 것이 아니라 나라 전체를 경제특구로 만들어야 합니다. 모든 관료와 정치인이 혁신 기업가가 되어야 합니다. 셋째는 기업인의 기를 살리는 것입니다. 사실 기업가가 최고의 애국자입니다. 기업가만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향유하는 것, 보는 것 모두는 신(神)이 창조한 것 빼고는 기업가에 의해 창조된 것입니다. 한국 경제의 문제는 활력이 넘쳐야 할 기업이 탈진한 상태이고 수동적 입장이어야 할 정부가 만용의 칼을 휘두르는 데서 야기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문제의 해결사이기는커녕 문제의 원인 제공자입니다. 기업은 대외 경쟁과 정부의 옥죄기로 힘이 쇠진한 상태입니다.”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시절 국회 국정 감사에 출석하여 발언하는 최광 교수. | 연합뉴스.

차기 정부 재정 운용 기조는 어떠해야 할까요?

“국가가 수행하는 다양한 영역 활동 중 ‘재정(財政·public finance)’은 국가 살림살이를 숫자로 표현한 것입니다. 당선자와 차기 정부 참여자들이 재정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핵심 사안을 이야기하겠습니다.”라며 최광 교수는 국가 재정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국가의 모든 활동이 재정에 속하는 것은 아니나 국가의 중요한 활동치고 재정이 뒷받침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오스트리아 출신 경제학자로서 미국 하버드대 교수를 역임한 슘페터(J. A. Schumpeter)는 ‘재정을 이해하면 국가의 운명을 판독할 수 있다.’라고 설파한 적이 있습니다.”라며 최광 교수는 한국 지도자들이 국가 재정의 개념, 중요성에 대해 인식을 제고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 국무위원, 국회의원 등 국가 지도부가 기본적으로 재정에 무지합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국가 예산을 자신들이 마음대로 쓸 수 있는 쌈짓돈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어느 국가를 할 것 없이 재정 운용의 핵심은 국무회의입니다. 문제는 대통령은 물론 담당 국무위원조차도 재정과 예산의 본질과 중요성을 이해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입니다. 한 부처를 책임진 장관이 자신이 관장하는 부처의 예산에 대해 무지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구체적인 예산 수치가 아니라 이른바 국민들이 열심히 일해서 납부하는 세금의 의미가 무엇인지, 슘페터가 이야기한 대로 ‘국가 운명 판독서’로서 재정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알지 못 합니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는 기업 경영상 주요 문제점으로 ‘효과성(effectiveness)’ ‘효율성(efficiency)’ 혼동 문제를 꼽았습니다. 효과성이란 ‘올바른 일을 하는 것(doing the right thing)’이고 효율성은 ‘일을 제대로 하는 것(doing things right)’을 뜻합니다. 효과성과 효율성을 두고서 총 4가지 조합이 가능합니다. 최선의 경우는 ‘꼭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것’입니다. 최악의 경우는 ‘해서는 안 될 일을 열심히 하는 것’입니다. 국가 경영도 기업 경영과 마찬가지입니다. 정부가 해서는 안 될 일을 일사불란하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재정은 본래의 기능과 목표에 가장 충실하게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지출 남·오용을 막고 최고의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투명성과 합리성을 견지해야 합니다.” 최광 교수는 세제 개혁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지는 말이다. “재원 조달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과제는 세제 개혁입니다. 대선 기간 중 ‘부동산 관련 세제를 개편하겠다’는 이야기는 나왔으나 세제 전면 개혁 문제는 어느 후보도 언급한 적이 없습니다. 헝클어질 대로 헝클어진 현행 세제를 그대로 두고 지나갈 수 없습니다. 대대적인 세제 개혁이 추진되어야 합니다. 조세 정책 및 세제 개혁의 중요성과 국민 모두의 높은 관심을 감안할 때 세제개혁위원회는 현재 기획재정부 산하 세제발전심의회보다 격상시켜 대통령 직속 기구로 두고 보다 장기적인 활동 기간을 부여하고 독립성을 강력히 보장하여 세제 개편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국민 혈세 낭비는 용서받지 못하는 죄
국가 재정은 국가 운명 판독서

확장 재정 정책으로 인한 경기 부양책은 어떻게 보나요?

“정치가나 관료 모두 무슨 일이 생기면 습관적으로 재정 투입을 하려 합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일종의 ‘재정중독’ 현상이죠. 재정을 투입하면 국민에게 무언가 일을 한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투입되는 재정을 뒷받침하는 세 부담은 국민의 몫이고 정치인과 관료는 부담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이 생색만 내는 것입니다. 관료나 정치인 모두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것이 ‘용서받지 못하는 죄(peccato mortalle)’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재정 중독’ 문제를 지적한 최광 교수는 재정 지출에는 납세자인 국민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하여 소상공인이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소상공인들에게 반드시 보상해야 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습니다. 우선 보상 예산 50조 원은 2022년도 정부 예산 총액의 8%를 상회하는 규모입니다. 연간 국방 예산 54조 원과 맞먹는 금액이고 전체 연구개발(R&D) 예산 30조 원의 1.7배에 달합니다. 코로나 19로 피해를 입은 국민은 소상공인뿐만이 아닙니다. 아울러 소상공인의 피해액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개별 피해 규모를 모르는 상태에서 보상을 했을 때 모든 소상공인이 각기 자신은 정당하게 보상을 받지 못했다고 불평하기 시작할 것입니다. 보상을 아무리 해도 모두가 불평하는 사태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소상공인 중에는 이미 시장에서 밀려난 한계기업 혹은 좀비기업도 있을 터인데 시장이 버린 기업에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그야말로 ‘용서받지 못하는 죄’를 짓는 것입니다. 피해자 보상을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닙니다. 보상에 따른 문제가 무엇인지를 정치가와 국민이 정확히 인지해야 하며 납세자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재정정책과 재정준칙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경제 위기 극복을 빌미로 각국 정부는 경기 부양 목적으로 대규모 재정 지출을 감행하였습니다. 문제는 지출 확대에 따른 재정 적자 누적, 국가 채무 확대로 인하여 경기 안정화와 재정 지출에 필요한 정책 수단과 재원 조달의 필요성이 대두됐다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논의된 것이 ‘재정준칙(fiscal rules)’입니다. 이론적 관점에서 볼 때 재정 운용 과정에서 정책 당국자에게 정책 수단 선택의 자율성을 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문제는 자율성이나 재량이 부여될 경우 정책 당국자가 그 자율성을 악용하여 정책을 집행하고 결과적으로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바람직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현실에서는 더욱 나쁜 상황 전개를 막기 위해 각종 재정준칙이 도입되었습니다.”라며 재정준칙 도입 배경을 설명한 최광 교수는 재정 준칙들을 제시했다. ▲양입제출(量入制出), 가장 고전적인 재정 준칙으로 ‘세입 내 세출’이라는 균형예산원칙(balanced budget principle)에 기반한 기본 준칙. ▲황금준칙(golden rule), 경기 변동 주기별로 경상수지 균형을 도모하여야 하며 자본수지의 적자를 보전할 목적으로만 정부 차입을 허용하는 것. ▲지속 가능 투자 규칙(sustainable investment rule), 경기변동 주기별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공공 부문 채무가 안정적 수준(40% 이내)을 유지하도록 규정하는 것. ▲과도적자 규제 규정(excessive deficit procedure),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비율 3%,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 60%를 준수하지 못할 경우 각종 제재를 가하는 것. ▲지출 한도 준칙(spending limits rule), 정부 지출 규모에 제한을 가하는 것. ▲예산 적자 준칙(budget deficit rules), 예산 적자 규모를 제한하거나 또는 예산 흑자 규모를 규정하는 것. ▲지속가능 재정준칙(sustainable fiscal rule), 정부의 지불 능력을 보장하고 경기 안정화에 기여하고 조세 부과에 따른 초과 부담을 최소화하는 것. ▲채무준칙(debt rules), 국가 채무의 최고 한도를 강제하는 것 등이다.

지속 가능 재정 준칙, 지출 한도 준칙으로 건전 재정 회복해야
각료는 국민 전체를 위해 일하는 존재라는 것 자각 필요

2012년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 정년 퇴임을 앞두고 발간한 기념 문집 ‘부국 안민의 길: 최광의 삶과 생각’. 보수의 가치이기도 한 부국안민은 최광 교수가 평생 추구한 길이기도 하다.

가장 적합한 준칙은 무엇일까요?

“이론적으로 가장 적합한 준칙은 ‘지속 가능 재정준칙’이며, 재정 팽창 방지, 재정 적자 축소, 국가채무 증대 억제에 가장 효과적인 준칙은 ‘지출 한도 준칙’입니다. 세계 각국의 경험에 비춰 볼 때 가장 효과가 있는 것으로 증명된 지출 한도 준칙은 실제 운용 과정에서 정부 예산을 동결하거나 예산 증가율을 경상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이내로 제한하는 형식으로 이뤄집니다. 문재인 정부의 방만한 정부 재정운영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50% 수준에 머문 것은 전적으로 1984년 전두환 대통령이 예산을 동결한 덕분입니다. 당시 예산 동결 조치로 인하여 만성적인 재정적자가 재정 흑자로 전환되었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규모, 국가채무규모 비중이 급락하였습니다. 차기 대통령도 법적 의무지출은 어쩔 수 없더라도 임기 5년 중 2년 정도는 재량 지출은 동결하는 결단을 내릴 것을 기대합니다.”

차기 대통령과 정부에 바라는 점은요?

“국민은 ‘애국심 넘치는 반듯한 큰 바위 얼굴’을 한 성군(聖君) 같은 지도자를 학수고대(鶴首苦待)하고 있으리라 봅니다. 성공하는 대통령,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것은 어려우나 역설적이게도 의외로 쉽다고도 하겠습니다. 역사에 답이 나와 있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은 사전적 의미로 ‘preside(사회를 보는)하는 사람’ 즉 사회자입니다. 참여자들이 허심탄회하게 견해를 피력하도록 유도한 후 경청하고 최종적으로 자신의 책임하에 결단을 내리는 국정 최고책임자가 대통령입니다.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지도자는 자신의 신념(belief)과 소신(conviction)으로 국민을 선도(lead)하는 지도자(leader)였지 국민의 눈치를 보는(follow) 추종자(follower)가 아니었습니다.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지도자나 부국안민(富國安民)을 성취한 지도자가 숭앙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에르하르트(Ludwig Erhard) 독일 연방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 패전 후 폐허가 된 독일에서 ‘라인강의 기적’을 창출했습니다. 대처(Margaret Thatcher) 영국 총리는 영국병을 치유하였습니다. 레이건(Ronald W. Reagan) 미국 대통령은 공산주의를 붕괴시켰습니다. 링컨(Abraham Lincoln) 대통령은 미국이 분할되는 것을 막아내었습니다. 한국의 경우 이승만 대통령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의 기치로 대한민국을 건국했으며 박정희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을 창출한 혁명가였습니다. 나는 파괴된 대한민국을 재건해 차기 대통령이 대한민국 역사에서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위대한 지도자로 칭송받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역사를 살펴보면 위대한 지도자 곁에는 언제나 훌륭한 참모가 함께했습니다. 대통령은 국사(國事)를 책임지는 사람이고 국사에는 능력이 출중한 핵책사(策士)의 도움이 필요불가결합니다.” 최광 교수는 차기 정부의 ‘팀워크’가 중요하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통령 당선자는 내각 인선이 끝나면 정부 고위직들이 두루 참여하는 워크숍을 개최해야 할 것입니다. 치열한 토론을 통해 국정 운영의 큰 방향에 대해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합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국무위원은 기본적으로 이념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어야 합니다.” 그는 국무위원들에게도 조언했다. “각 부처 장관은 형식적으로는 대통령과 행정부를 위해 일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민을 위해 일하는 존재라는 것을 자각해야 합니다. 부처 업무에 있어서는 ‘내가 최종 책임자이다. 결과에 대해서는 직(職)을 걸고 책임진다’는 결기를 가지고 일해야 합니다. 자신(부처)의 일로 인사권자인 대통령에게 절대로 누를 끼쳐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