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반격…美 하원의장 “바이든 탄핵 조사 지시”

한동훈
2023년 09월 13일 오전 10:18 업데이트: 2023년 09월 13일 오전 11:37

매카시 하원의장 “바이든, 부패 혐의 심각”
백악관 “극단적 정치” 반발…민주당도 비판

미국 서열 3위 하원의장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공식적인 탄핵 조사 착수를 지시했다.

캐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1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몇 달간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행동에 관해 심각하고 믿을 만한 혐의를 밝혀냈다”며 “이를 종합하면 부패 문화라는 큰 그림이 그려진다”고 말했다.

공화당 소속인 매카시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바이든 대통령 차남 헌터 바이든의 해외 사업 관련 비리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하원 감독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등에 탄핵 조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헌터는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재임 중이던 2014년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 홀딩스의 이사로 선임됐으며 이후 5년간 매달 8만 달러 이상의 높은 보수를 받았다.

하지만 해당 분야에 아무런 전문성이 없고 실제 수행한 업무도 거의 없는 헌터가 고액의 보수를 받은 것은 전적으로 아버지의 영향력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고, 헌터 스스로도 2019년 10월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를 시인했다.

다만, 그는 “나와 아버지는 부적절한 행동은 하지 않았다”며 비리 의혹을 부인했다.

매카시 의장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헌터를 포함한) 가족의 해외 사업에 대해 알고 있는 내용을 숨기고 미국인에게 거짓말했다”며 ‘몰랐다’는 바이든의 발언과 달리 그가 전화 회의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터의 비리 사건에 대한 조사 과정에 바이든 대통령이나 백악관, 연방정부 기관의 부당한 개입이 없었는지 투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어 탄핵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헌터는 탈세 혐의 등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그러나 2020년 미국 대선 전 불거진 혐의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기까지 수년이 소요됐고, 이 과정에서 여러 차례 ‘조사 무마’ 외압이 있었다는 내부 고발도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지난 6월 워싱턴포스트(WP)와 AP통신 등에 따르면 신변보호를 요청한 국세청(IRS) 조사관이 앞서 5월 말 열린 하원의 비공개 청문회에 출석해 바이든 정부가 헌터 사건에 대한 조사 및 기소를 막았다고 증언했다.

공화당은 이러한 증언 외에도 하원 감독위를 통해 자체 수집한 근거 등을 토대로 바이든 대통령에 관한 탄핵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해당 근거 중에는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 재임 시절, 가명 이메일 계정으로 주고받은 이메일 수천 통도 포함돼 있다.

또한 유령회사를 통해 바이든 일가와 그 동료들에게 전달된 2천만 달러에 대한 은행 기록도 확보 중이다. 재무부에 따르면, 바이든 일가 및 동료들과 관련된 금융 거래 중 약 150건이 은행 시스템에 의해 ‘의심스러운 활동’으로 지목됐다.

백악관·민주당 즉각 반발 “극단적 정치”

백악관은 강하게 반발했다. 이언 샘스 백악관 감독·조사 담당 대변인은 이날 엑스(구 트위터)에 “하원 공화당 의원들이 대통령을 9개월간 조사해 왔지만, 어떠한 위법 행위 증거도 찾지 못했다”며 “최악의 극단적인 정치”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중진의원인 엘리자베스 워렌 상원의원은 “스테로이드에 의존한 정치”라며 “매카시 의장은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거칠게 행동하지 않으면 직위를 잃을까 봐 소수의 극단주의자들에게 굴복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민주당 벤 레이 루한 상원의원은 “당내 강경파를 위해 쇼를 진행하고 있는 것 같다”며 “매카시 의장이 미국에 이로운 정책을 살피는 것보다 발언 주도권에 더 관심이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일 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매카시 의장은 오는 9월 30일 마감되는 예산안 합의를 두고 당내 강경파의 압력을 받고 있다. 기한을 놓치면 연방정부가 셧다운될 위기에 놓였지만, 공화당 강경파는 이 상황을 이용해 예산 삭감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을 매카시 의장에게 주문하고 있다.

당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밋 롬니 상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소통 부족이 사태를 키웠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의사소통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치닫지 않았을 것이라고 논평했다.

그는 “이번 조사는 헌터가 외국 기업에서 수백만 달러를 갈취한 추악한 사실에 관한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과 백악관은 알고 있는 것을 투명하게 밝히지 않았기에 조사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하원은 총 435석 중 공화당이 222석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이탈표가 없으면 탄핵소추안을 독자 가결할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213석)과 의석 차가 9표에 그쳐 소수의 이탈표만 나와도 가결이 어려워진다.

일부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 탄핵 추진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켄 벅 하원의원은 “탄핵은 바이든 대통령이 범죄와 연관됐다는 증거가 나왔을 때 추진해야 한다”며 “아직은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은 “강경파가 대통령 탄핵이나 낙태 반대 등의 이슈에서 온건파를 양자택일로 등 떠밀기 할 경우 오히려 이탈표를 자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하원의장의 탄핵 조사 착수 지시로 의회와 위원회는 더 큰 권한을 갖게 된다.

이러한 권한에는 각 정부 부처와 단체, 개인의 더욱 협조적인 태도도 포함된다. 다만, 강압에 굴복하는 형태가 아니라 하원의장이 공식 지시한 사안을 중시하는 형태의 자연스러운 대응이다.

한편, 지난주부터 공화당에 바이든 대통령 탄핵 조사 개시를 요구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발표에 즉각 반응하진 않았다. 트럼프는 4건의 형사기소에 무죄를 주장하면서 결과에 관계없이 선거 완주를 선언한 바 있다.

* 이 기사는 로렌스 윌슨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