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 선출직 이장 4박 5일 무료 여행 제공…“선거 개입 우려”

정향매
2023년 11월 28일 오후 9:50 업데이트: 2023년 12월 3일 오전 9:28

“중국이 여론 공격과 무력 위협에 더해 통일전선 공작의 일환으로 마을 이장들에게 무료 여행 패키지를 제공하고 나섰다.” 

지난 27일 대만 SET 뉴스 채널 온라인판은 이같이 전하며 대선·총선을 40여 일 앞둔 시점인 만큼 중국 당국의 선거 개입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SET는 최근 한 여행사가 대만 남부 가오슝시 소속 마을 이장들에게 중국 푸젠성 샤먼시 4박 5일 무료 여행 패키지를 제공 중인 정황을 포착했다. 

해당 여행사는 숙박·식사·교통비 포함 시가 9000위안(약 160 만원)의 여행 패키지를 현직 이장에게는 무료로, 이장 친척이나 지인에게는 6000위안(약 110만원)에 제공하고 있다. 혜택 적용 기간은 오는 12월 31일까지다. 여행 일정에는 명산, 습지 공원, 기념관, 동물원 등 관광 명소 방문 외에 이른바 ‘하위 행정구역 지역사회 교류’ 코스도 포함돼 있다. 

여행사 관계자는 매체에 중국 현지 여행사의 부탁을 받고 이러한 패키지를 내놓게 됐다고 실토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까지 대만인 수십 명이 해당 패키지를 이용했다. 중국 측은 이번 프로그램에 사용할 금액의 상한선을 제시하지 않았으며 자금 출처도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가오슝시 첸진구 싼촨리의 좡진쉰 이장(무소속)은 SET에 “중국 당국이 시행하는 통일전선 공작의 일환으로 의심된다”며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가 섞여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같은 시 첸전구 밍샤오리를 관할구역으로 두고 있는 린훙쩌 이장(무소속)은 “중국 상하이, 항저우, 난징 등 대도시에서 진행하는 이른바 하위 행정구역 지역사회 교류 행사 초대장을 받은 적이 있다. 중국 당국 관리들이 직접 행사장에서 손님을 접대한다”고 밝혔다. 

가오슝시 펑산구 원헝리의 훙치슈 이장(무소속)은 매체에 “중국 측은 일반적으로 무소속 또는 국민당 소속 이장들을 초대한다”고 말했다. 

가오슝시의 한 시의원이 SET에 전한 관련 문서에는 “시진핑 총서기의 중요 지시에 따라 이른바 ‘대만 문제’ 해결 방침을 해결하고 양안 교류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2023년 11월 말 푸젠성 샤먼시에서 ‘대만 해협 양안 현대 농업 박람회’를 주최할 예정”이라고 적혀있었다. 

장보양 가오슝시 시의원(기진당)은 “심지어 국민당 소속, 무소속 이장을 모집한다는 내용도 담겨있다”며 “이는 노골적인 선거 개입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읍면동장 등 최일선 지방 행정 책임자는 임명직인 한국과 달리 대만은 읍면동장에 해당하는 촌·이장을 지방선거로 선출한다. 대만은 지난 2022년 11월 26일 지방선거를 통해 촌·이장 총 7831명을 선출했다. 이들은 일 인당 100~1400 가구를 관할하며 임기는 4년이다. 

대만은 오는 1월 13일 대선과 총선을 치를 예정이다. 선거를 40여 일 앞두고 중국 본토에 다녀온 이장들은 관할구역 주민들에게 중국 당국이 원하는 대선·총선 후보를 지지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SET의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