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자국민 생명 방치해” 이스라엘 거주 중국인들의 호소

제시카 마오(Jessica Mao)
2023년 10월 24일 오후 3:45 업데이트: 2023년 10월 24일 오후 11:02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무력 충돌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중국 대사관으로부터 어떤 안내나 통지도 받지 못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결국 안전을 위해 이스라엘 정부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중국인들은 중국공산당을 향한 실망감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스라엘 남부의 베르셰바에 6년째 거주하고 있는 중국인 류웨이(가명)는 지난 18일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많은 중국인이 이번 일을 계기로 중국공산당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고 털어놨다.

그는 “우리는 중국 대사관으로부터 대피와 관련한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이스라엘 측의 대피 통지와 안전 관련 정보에 의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인해 중국인 사망자가 발생했는데도, 중국 정부는 하마스를 비난하지 않고 오히려 두둔하고 있다”며 “중국인들은 자국민을 책임지지 않는 중국 정부에 매우 실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안전을 우려해 중국 대사관에 여러 차례 연락을 시도해 봤지만 모두 실패했다”며 “여전히 일부 중국인들은 ‘강한 조국’이 자신들을 지켜줄 거라고 굳게 믿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좌절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강한 조국’은 최근 몇 년간 중국공산당이 세뇌교육을 통해 전파한 초민족주의 선전에서 비롯된 개념이다.

류웨이의 설명에 따르면, 이스라엘에 오래 거주한 중국인 이민자들은 두려움이나 위협을 느끼지 않고 있다.

류웨이는 “그들은 이스라엘 정부를 믿고, 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태가 수습될 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공산당을 비판하는 중국인들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뒤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캐나다 등 수많은 국가가 자국민의 이스라엘 탈출을 돕기 위해 전세기 등을 동원해 대피 항공편을 마련했다.

그러나 중국인을 위한 중국 정부의 지원은 전무했다.

마오 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 | 연합뉴스

지난 16일 마오 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현재 중국과 이스라엘 간 상업용 항공편이 운항 중이므로, 현지에 있는 중국인들은 이를 통해 가능한 한 빨리 귀국할 것을 권고한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주재 중국 대사관은 지난 13일 “안전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길 바란다”는 권고문을 발표했을 뿐, 대피와 관련된 정보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현재 이스라엘에 있는 한 중국인 유학생은 온라인에 “이제야 영화 ‘전랑(戰狼·늑대전사)’이 허구임을 깨달았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중국영화 ‘전랑’은 해외에서 전쟁에 휘말리거나 위기에 처한 자국민을 구하는 중국 특수부대의 이야기를 그렸다. 전문가들은 중국인들의 국가적 자긍심, 민족주의 정서를 고취하려는 목적으로 제작된 선전물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중국인 누리꾼은 “여러분이 상상하는 모습은 영웅이 등장해 중국인들을 구하는 영화 속 장면일 것”이라며 “하지만 고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직접 비행기표를 구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비꼬았다.

정치적 의제를 우선시하는 중국공산당

중국 문제 전문가인 리위안화 전 베이징 수도사범대 교수는 지난 18일 에포크타임스에 “중국공산당은 자국민의 생명보다 ‘정치적 의제’를 우선시한다. 모든 결정은 정치적 필요에 따라 내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대사관에는 해외 거주 중국인들의 대피에 관한 독자적인 수행 권한이 없다. 최고 당국의 지시에 따라서만 움직일 수 있다”며 “이렇게 지시를 기다리고 승인 절차를 거치므로 최종 결정이 지연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08년 쓰촨성 대지진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중국공산당은 자국민의 생명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정권의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사상자 관련 소식을 은폐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리위안화 전 교수는 “국제사회가 중국을 주목하고 부정적인 여론이 일기 시작하면, 중국공산당은 그제야 대책을 내놓고 부랴부랴 사태를 수습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그 이후에는 ‘중국이 이렇게 위대하고 멋진 국가다’라는 선전을 펼친다. 이것이 중국공산당의 일상”이라고 일갈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