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간 경제 갈등의 본질은 가치관 차이로 인한 이해관계 대립”

정향매
2023년 07월 25일 오전 11:52 업데이트: 2023년 07월 25일 오전 11:52

“중국 기업의 경쟁력은 중국 공산당과 당국의 지지에서 나오지만, 민주주의 국가의 기업은 상호 제어와 공평한 경쟁을 중시한다. 이해관계와 가치관은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중국과 민주주의 국가 간에는 경제 갈등이 존재한다. 21세기 경제 갈등의 본질은 전체주의와 민주주의 간의 가치관 차이로 인한 이해관계의 대립이다.” 

·현직 세계무역기구(WTO) 주재 대만 대표를 비롯한 대만 학자 4명이 함께 쓴 서적 ‘가치전쟁: 전체주의 중국과 민주주의 진영의 궁극적 경제 갈등(Ultimate Economic Conflict between China and Democratic Countries: An Institutional Analysis·이하 가치전쟁)’의 핵심 내용이다. 

‘가치전쟁’은 지난 2021년 영문판으로 출판된 후 올해 7월 중문판도 나왔다. 7월 14일,  대만 타이베이 국가 도서관에서 열린 ‘가치전쟁’ 중문판 출판 기념행사에서 공저자 4명을 비롯한 대만 학자들은 WTO에서 겪은 경험을 공유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주징이(朱敬一) 전 WTO 주재 대만대표는 “과거의 국제 정치는 이해관계만 논했을 뿐 가치는 논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책은 ‘국가 간의 가치관 차이는 국제 무역과 상업 분야의 갈등을 초래한다’는 것을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대만 중앙연구원에서 연구원을 맡고 있다. 

주 전 대표에 의하면 대만은 항상 자국과 ‘유사한 이념(like-minded)’을 가진 국가와 가까이 지내려고 했다. 미국, 유럽 각국, 일본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국가는 대만과 경제적으로 이해관계를 공유(like-interested)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중국도 미국, 유럽 각국, 일본과 경제적으로는 이해관계를 공유하지만, 이들 국가는 각기 다른 이념(unlike-minded)을 지향한다.

주 전 대표는 “경제적으로 이해관계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는 거의 없다. 하지만 글로벌 시대에 국가 간 이념이 서로 다르고 가치관, 헌법 체계, 제어 체계 등도 뚜렷이 다르면 경제적 갈등도 생긴다”고 설명했다. 민주주의 국가와 전체주의 국가는 이념이 다르기 때문에 이들이 공유하는 경제적 이해관계도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는 의미다. 

전체주의 국가는 상호 제어하는 시스템이 없다. 화웨이는 중국 최고의 통신회사로 꼽히지만, 미국에는 이 같은 영향력을 가진 회사를 찾기 어렵다. 화웨이는 수직계열화된 기업이다. 미국에서 이 같은 기업을 만들려면 애플, 인텔, 퀄컴, 시스코 등을 합병해야 가능하지만, 미국에는 ‘공정거래법’이 있기 때문에 이는 불가능하다. 가치관의 차이가 초래한 불공평한 공제 무역의 한 사례다. 

‘가치전쟁: 전체주의 중국과 민주주의 진영의 궁극적 경제 갈등(Ultimate Economic Conflict between China and Democratic Countries: An Institutional Analysis) 중문판 표지. | 인터넷 사진.

주 전 대표는 또 “미국이 ‘반도체 법’을 통해 칩 제조업체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자유 경제에 반(反)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러한 정책을 통해 중국의 불공정한 산업 보조금에 대응하려고 하지만, 민주주의 국가의 보조금은 한계가 있어 궁극적으로 중국 당국의 보조 정책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당국의 인터넷 봉쇄 등 다수 분야에서 미국은 대응책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으로 이날 행사에 참석한 뤄창파(羅昌發) WTO 주재 대만 대표는 “WTO 국제 규범과 제도는 제도적인 결함이 있어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뤄 대표에 의하면 WTO는 과학기술 발전에 따라 발전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과학기술 왜곡·남용도 바로잡지 못했다. 일례로 중국인은 인터넷 봉쇄 때문에 해외 상품을 구매할 수 없지만, 외국인은 중국 온라인 몰에서 쇼핑할 수 있다. WTO는 불공정 거래를 바로잡는 기구로 간주되지만, WTO의 규정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WTO의 규정은 각국이 시장경제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전제하지만, 중국은 시장경제체제 국가가 아니다. 중국 당국은 생산과 무역 분야를 왜곡하지만 WTO는 이에 제약을 가하지 못했다. 

뤄 대표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가치관 충돌의 근원을 이해하고 사물의 본질을 인식하기를 바란다. WTO는 반드시 개혁해야 하지만 이 조직의 긍정적인 역할을 포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WTO의 발전 방향을 함께 고민하자”고 말했다. 

대만 대통령실 정치 자문을 맡고 있는 추이런(邱義仁) ‘신징제(新境界) 문화교육 재단’ 부회장도 주 전 대표와 뤄 대표의 의견에 동의했다. 추 부회장은 또 “대만 TSMC 창립자 모리스 창의 ‘세계화는 이미 지나갔다’는 말에 부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화는 민주주의·전체주의 국가를 포함한 모든 국가가 하나의 자유 경제 시장을 이루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것은 불가능하다. 세계화가 계속되지 못하는 핵심 이유는 각 국가가 주권을 갖고 있는 것과 관련이 있다”라며 “전체주의와 민주주의 체제는 차이가 있다. 세계화의 분열은 막을 수 없는 대세이며 세계화로 인한 자유 경제 무역 시대는 지나갔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