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거주한 집 팔기로…노부부가 마지막 남긴 사진들

루이스 챔버스(Louise Chambers)
2023년 09월 25일 오후 3:47 업데이트: 2024년 02월 3일 오후 9:57

45년 동안 살아온 집을 매물로 내놓은 노부부 가족은 떠나기 전, 집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영원히 간직하기로 했다.

미국 유타주에 거주하는 사진작가 마리 미라글리아 씨는 얼마 전 자신의 조부모로부터 한 가지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 들었다.

마리 씨의 할머니 루스와 할아버지 조는 결혼한 지 62년째를 맞이한 부부로, 시카고에 터를 잡고 살아왔다. 정원이 딸린 개인주택은 이들 가족에게 소중한 삶의 터전이었다.

손녀 마리 씨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처음 자리를 잡을 때) 할머니는 신이 자신을 그곳으로 데려왔다고 느끼셨다”고 전했다.

루스 할머니와 조 할아버지|사진=마리 미라글리아 씨 제공
루스 할머니와 조 할아버지|사진=마리 미라글리아 씨 제공

3층 구조에 침실 5개, 일광욕실, 지하실,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집이었다. 어린 시절 매년 여름방학과 크리스마스 시즌을 할머니댁에서 보냈던 마리 씨에게도 조부모의 집은 추억이 깃든 장소였다. 이곳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마리 씨를 비롯한 손주들에게 지혜와 사랑을 나누어주었다.

그런 집을 팔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조부모로부터 들은 마리 씨 가족은 충격과 슬픔에 빠졌다. 하지만 이내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결정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마리 씨는 “지금은 가족 중 누구도 더 이상 할머니댁 근처에 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마리 씨는 자신의 직업을 살려 조부모님에게 추억을 영원히 간직할 수 있는 선물을 드리기로 했다. 사진이었다.

루스 할머니와 조 할아버지|사진=마리 미라글리아 씨 제공
루스 할머니와 조 할아버지|사진=마리 미라글리아 씨 제공

“물리적인 의미에서 집은 사라지더라도 그 추억은 영원히 간직할 수 있다”는 게 마리 씨의 설명이다.

그렇게 어느 화창한 여름날, 온 가족이 할머니댁에 모였을 때였다. 말 그대로 사진 촬영에 딱 맞는 완벽한 날이었다.

부부가 함께 책을 읽던 곳, 자주 앉아있던 현관, 가족들이 오갈 때마다 마중과 배웅을 나왔던 집 차고 옆…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서로를 바라보며 집 안 곳곳에서 애정이 가득 담긴 사진들을 남겼다.

특히 정원의 꽃밭은 의미가 별다른 장소였다. 꽃밭은 할아버지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자, 손녀 마리 씨가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루스 할머니와 조 할아버지|사진=마리 미라글리아 씨 제공
루스 할머니와 조 할아버지|사진=마리 미라글리아 씨 제공

사진 촬영 후 가족은 집 안에서 둥글게 둘러앉아 각자 집에 얽힌 추억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집에서 아이를 낳았던 순간, 일광욕실에서 책을 읽던 기억, 할머니로부터 바느질을 배우던 일, 아이들을 위한 할아버지의 인형놀이 연극…

마리 씨는 에포크타임스에 “웃음도, 눈물도 많았던 대화였다. 집에 작별인사를 하기에 정말 좋은 방법이었다”고 전했다.

“이곳에서 얼마나 많은 세월을 보내며 얼마나 사랑했는지, 앞으로 이 집으로 올 새 주인이 우리 가족이 지난 40년 동안 이곳에서 나눴던 모든 사랑을 느끼며 자신들만의 아름다운 추억을 쌓을 수 있기를 바란다.”

루스 할머니와 조 할아버지|사진=마리 미라글리아 씨 제공
루스 할머니와 조 할아버지|사진=마리 미라글리아 씨 제공

루이스 챔버스(Louise Chambers)는 영국 런던 출신 작가다. 영감을 주는 이야기와 흥미로운 인간사를 주로 다루고 있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