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청년층 87%, 빚 2천만원”…늑대외교 중단 이유란 분석도

강우찬
2023년 07월 30일 오후 2:44 업데이트: 2023년 07월 30일 오후 2:44

중국 늑대외교의 상징이었던 친강 전 외교부장이 모습을 감춘 뒤 한 달 만에 면직돼 많은 추측을 일으키는 가운데 ‘경제적 요인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대만의 금융 저널리스트 셰진허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사건(친강 전 외교부장 면직)은 중국 공산당 중앙 지도부 내부 투쟁과 관련이 있지만, 시진핑의 최대 골칫거리는 경제문제”라고 지적했다.

셰진허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 정치국 회의에서는 굵직한 경제 현안 5가지를 논의했다. 주택 공실률, 지방 채무 해소, 소비 위축, 고용 감소, 위안화 약세 등이다.

이 자리에서 가장 핵심이 됐던 문제는 “미·중 대립 속에서 기업들의 제조 기반이 해외로 이전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중국의 실업률이 높아지고 부동산 버블 붕괴 위험이 높아지고 소비에도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위안화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셰진허는 요약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헝따그룹에서 시작한 부동산 위기는 2위 업체 컨트리가든(碧桂園·비구이위안)을 비롯해 수낙(融創·룽창), 스마오(世茂) 등으로 번지고 있다.

이들 부동산 업체들은 이미 부채가 자산을 상회하고 있으며, 그 압력은 고스란히 대출 은행에 가해진다.

“결국 많은 문제가 금융시스템에 떠넘겨지면서 지방정부 채무가 더욱 악화한다. 마치 암세포가 퍼지는 것처럼 중국 전체 경제가 무너져 버린다”는 게 셰진허의 분석이다.

그는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청년 실업률이 21.3%에 달하는 것”이라며 중국 사회의 최대 불안요소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이 발표한 6월의 공식 청년(16~24세) 실업률은 21.3%로 기존 최고 기록이던 5월 실업률 20.8%보다 0.5%포인트 상승하며 석 달 연속 20%를 웃돌아 역대 최고치를 거듭 갈아치우고 있다.

하지만 실제 실업 상태인 청년 수는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다는 주장이 중국 경제학자에 의해 제기됐다. 중국에서는 ‘체제 내 경제학자’로 표현된다.

지난 20일 현지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베이징대학의 장단단 교수팀이 분석한 결과 지난 3월 기준 16~24세 청년층의 실제 실업률은 46.5%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장 교수는 “‘탕핑(가만히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 과도한 경쟁을 피하고 최소한의 생활만 유지하는 상태)족’과 부모에게 의존해 생활하는 ‘캥거루족’을 합친 청년이 1600만 명에 달한다”며 “이들을 실업자에 포함하면 중국의 3월 실제 청년 실업률은 46.5%”라고 밝혔다.

이는 당국이 발표한 3월 공식 실업률 19.6%보다 훨씬 많은 것이며, 중국이 공식 발표한 16~24세 청년 인구는 9600만 명을 고려할 경우 4000만 명 이상이 실직 상태라는 셈이다.

셰진허는 “매우 무서운 상황”이라며 청년층의 소비력이 바닥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중국 시장조사업체 데이터구(时代数据·스다이슈쥐 )가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의 쥬링허우(90后·1990년대 이후 출생자) 약 1억 7500만 명 가운데 86.6%가 빚에 허덕이고 있다.

셰진허는 “이는 1인당 12만 위안(약 2145만원)의 빚을 지고 있어 소비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라며 “내수시장을 활성화해 침체된 경제를 살려야 하는 중국으로서는 매우 중대한 문제”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과제는 인구의 고령화다. 중국은 오는 2035년까지는 60세 이상의 노인이 4억 명으로 총인구의 30%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 2020년, 중국 사회의 노인부양률은 19.7%였지만 오는 2035년에는 30%, 2050년에는 50%로 상승할 전망이다.

게다가 작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금융통계보고에 따르면 중국의 가계부채/수입 비율은 124.4%였으며 급속히 증가 중이다.

셰진허는 “현재 많은 지방정부가 파산 직전이며, 매각 가능한 토지사용권은 모조리 판매 중이어서 상황은 갈수록 어려워질 것”이라며 “고령화가 가속되면 연금문제가 불거지면서 재정압력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중국 공산당 지도부가 내수경기 부양책을 내놓으며, 내정에 전념하기 위해 전 세계와 마찰을 빚던 늑대외교에 제동을 걸었다고 분석했다.

늑대외교를 이끌던 친강을 면직하고 후임에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복귀시킨 조치도 이러한 측면을 고려한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다만, 중국 공산당의 기본적인 정책이 전 세계와 대립하는 방향으로 설정돼 있어 외교적 고립에 따른 중국의 경제 위기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