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소금 사재기…“中 정부와 언론이 합작한 반일 정치극”

강우찬
2023년 08월 26일 오후 10:38 업데이트: 2023년 08월 27일 오후 1:39

인터뷰 응한 중국인들 “언론 자유 없어, 정부 선동에 취약”
전문가 “공산당, 불만여론 돌릴 외부의 적 필요…일본 표적”

일본 후쿠시마 원전의 처리수 방출이 24일 개시된 이후 중국에서 일부 소비자가 일본산 해산물을 피하거나 소금 사재기에 나서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 언론 등에 따르면 소금 사재기 현상은 중국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 마트 등에서는 처리수 방류 전에 제조된 소금 매진이 잇따르고 있으며, 징둥닷컴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소금 품절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도 소금 선반이 텅 빈 수퍼마켓 영상이 수없이 올라온다. 매장 내 소금을 사이에 두고 이용객 간 쟁탈전이 벌어지고 소금이 든 자루를 낚아채는 모습도 보인다. 주식시장에선 그 여파로 소금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급등했다.

소금 사재기 현상은 언론을 통해 외국에도 보도되면서, 일본의 처리수 방류에 중국인들이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기사의 소재로 사용된다.

중국 정부의 강경한 대응도 화제가 됐다. 중국 정부는 24일 일본의 처리수 방류에 맞춰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다. 예상을 뛰어넘은 조치에 일본 정부가 당황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 이후 중국의 소금 사재기 현상을 전한 소셜미디어 게시물. | 웨이보 캡처

하지만 모든 중국인이 소금 사재기에 달려드는 것은 아니다. 일부 사람들은 이런 현상이 일본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는 중국 공산당과 관영매체의 선전·선동에 의한 것이라며 자신들은 속지 않는다고 말했다.

장쑤성에 사는 중국인 뤼(陸)모씨는 에포크타임스 계열 위성채널 NTD에 “중국인들이 소금 사재기에 뛰어든 것은 공산당의 선동 때문”이라며 “나는 휘말려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뤼씨는 “공산당은 언론과 여론을 통제해 대중이 진정한 뉴스를 듣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나는 천포쿵(陳破空)과 리무양(李沐陽)을 듣고 있기에 공산당의 선전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고 밝혔다.

천포쿵은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 정치 평론가로 자유아시아방송(RFA) 특약 평론원이며, 리무양은 에포크타임스의 중국 전문가로서 시사 교양프로그램 ‘뉴스초점(新聞看點)’ 진행자다. 두 사람 모두 유튜브에 채널을 운영한다.

채널 구독자는 천포쿵 43만 명, 리무양 83만 명이다. 유튜브는 중국에서 접속이 차단됐지만, 일부 중국인들은 인터넷 차단벽 우회 프로그램을 이용해 이들 채널에 접속해 공산당의 검열을 받지 않은 뉴스와 외부 소식을 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시민 장(張)모씨는 “우리(중국 정부) 쪽에서 일부러 이렇게 한 거다. 사람들이 해산물 먹을 엄두도 못 내고 일식집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제 바닷속에서 나온 것이라면 사람들이 다 무서워하는 상태가 됐다. 어민들 생계는 어떻게 되는 거냐”라며 중국 정부의 여론 몰이를 지적했다.

리무양(위)과 천포쿵(아래)의 유튜브 채널. 유튜브는 중국에서 접속이 차단됐으나 일부 중국인들은 인터넷 차단벽을 우회해 이들 채널을 열람하고 있다. | 유튜브 화면 캡처

허난성 시민 량(楊)모씨는 “일본의 식품위생 기준은 이미 우리보다 훨씬 높다”며 그들이 방류하는 것은 핵 폐수가 아니라 (처리를 거친) 냉각수다. 하지만 중국은 핵 폐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는 패닉을 조성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량씨는 “지금 (중국) 정부는 다급하다. 나라 전체가 압력솥처럼 국민의 불만 여론이 폭발하고 있다. 경제 상황도 매우 나쁘고 홍수 사태로 어딘가 분노를 분출할 곳이 필요하다”며 중국 공산당과 정부가 위기상황을 벗어나려 일본을 표적으로 삼고 시선 돌리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일본의 처리수 방류와는 무관하게 소금 사재기 현상 자체를 꼬집은 반응도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소금 사재기와 관련된 웃지 못할 사건들이 많았다”며 “지난번에 쟁탈한 소금이 아직 잔뜩 남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봉쇄 때 사재기한 소금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국가에 비상 상황이 닥치거나 재난에 관한 전망이 전해지기만 하면 식료품 등을 사재기하는 중국인들을 자조한 것으로 여겨진다.

호주로 망명한 중국의 저명한 법학자이자 시사평론가인 위안훙빙(袁紅冰)은 25일 에포크타임스 중문판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당국이 일본의 처리수 방류를 문제 삼는 것은 그 정치적 목적이 매우 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위안훙빙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대만과의 통일 추진 방법의 하나로 일본에 가까운 대만 민심을 중국 쪽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이를 위해 일본의 처리수 방류를 국제적 문제로 번지게 하고 대만인들을 포함한 중국인들의 민족주의적 감정에 불을 붙여 일본에 대한 증오를 높이려 한다.

중국 내 반일 감정과 항의 시위에 관해 위안훙빙은 “그것은 실제로 중국 당국이 만든 정치적 연출”이라며 “일본의 평판을 떨어뜨리고 외교적으로도 고립시키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를 계기로 일본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려는 중국의 전략은 관영매체에서도 포착된다.

신화통신은 지난 22일 ‘핵오염수의 바다 방류를 강제로 추진한 일본의 불의한 정치인들’이라는 논평을 내고 “(일본 정부는) 정당성과 합법성, 안전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무시하고 해상 방류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논평에서는 “일본 정부가 핵 오염수 바다 방류를 결정한 이후 국제사회에서는 의혹과 반대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며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의 헨리 푸나 사무국장의 “몸서리쳐진다”는 발언과 한국 더불어민주당의 일본산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 법안 발의 검토 등을 그 사례로 전했다.

그러나 미국, 호주, 뉴질랜드, 필리핀이 일본의 방류 계획에 찬성하고 있으며, 후쿠시마 방류를 우려하던 PIF에서도 18개 회원국 중 일부가 찬성 쪽으로 입장을 바꿨다는 내용은 논평에 없었다. 한국 정부도 명확히 찬반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는데도 신화통신은 이에 대한 언급 없이 야당 입장만 다뤘다.

중국 언론인 출신으로 캐나다에 거주하는 중국 민주화 운동가 성쉐(盛雪)도 25일 에포크타임스에 “중국 공산당은 오랫동안 일본을 적대시해 왔다”며 “일본에 대한 증오를 불러일으키기 위해 조금이라도 이용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그것을 놓칠 리 없다”고 지적했다.

성쉐는 소금 사재기에 나선 중국인들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겼다. 그녀는 “중국은 언론 자유가 없고 철저한 검열로 사람들은 진실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 당국의 세뇌와 여론 몰이에 매번 속는다. 이번에는 소금 사재기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권력 안정을 위해 외부에 적을 만드는 것은 중국 공산당의 상투적 수법이다. 이번에는 그 대상이 일본이 됐을 뿐”이라며 “하지만 처리수 문제는 오래 끌고 가기 어렵다. 소동은 곧 가라앉을 것이며 권력의 위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성쉐는 그 이유로 “일본은 처리수 방류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며 중국 원전들이 인근 바다에 방류하는 처리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에 포함된 양보다 훨씬 많다는 점을 들었다.

이어 “이런 진실이 알려지면 중국인들은 자신의 바다, 자신들의 건강을 해친 것은 일본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 공산당 체제 아래에서 만들어진 환경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고, 결국 대중의 불만은 중국(공산당)에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인 뤼씨가 즐겨 듣는다고 말한 중국 시사 전문 유튜브 채널 진행자 리무양은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와 관련한 중국 공산당의 반일 증오선동에 대해 직접 논평하는 대신 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 한 편을 소개했다.

이 영상은 소위 ‘샤오펀훙(小粉紅·공산당에 선동당한 중국 청년층. 이들은 자신을 애국자로 여긴다)’이 소셜미디어 ‘엑스(구 트위터)’에 올린 셀카 영상으로,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를 비난하며 큰 비명와 함께 울음을 터뜨린다.

영상 속 샤오펀훙 여성은 “일본은 얼마나 나쁜 놈들인가. 옛날에는 중국을 침략하더니 지금은 또 더러운 물을 바다에 버렸다. 정말 그들을 죽이고 싶다”며 여러 가지 비속어를 사용해 분노를 나타냈다.

이를 본 한 중화권 네티즌은 “일본에 대한 증오에 울음을 터뜨리는 것은 좀 이성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영상에 대해 리무양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미안하지만 참지 못하고 웃어 버리고 말았다”고 평했다.

* 이 기사는 NTD TV 슝빈, 슈 캔 기자와 에포크타임스 리닝, 토리 사토시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