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비밀경찰서 더는 안돼” 한국판 ‘외국인대리인 등록법’ 제정 추진

최창근
2023년 06월 15일 오후 5:54 업데이트: 2023년 06월 15일 오후 5:57

한국 내에서 외국 정보기관의 무분별한 활동을 차단할 ‘한국판 외국대리인등록법’ 제정이 추진된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중식당 ‘동방명주(東方明珠)’에 이어 제주도 내 모 호텔이 중국 비밀경찰서로 의심받는 가운데, 관련 법령 미비로 처벌이 어렵다는 비판 속에서 법안이 발의됐다.

현행법으로는 중국 비밀경찰서 등이 불법 영사 업무를 수행해도 처벌 근거가 부족하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최재형 국민의힘 의원은 6월 15일 “더 이상의 동방명주는 용납하지 않는다. 외국 정보기관의 영향력 공작을 억제하고 국가 안전 보장을 도모해야 한다.”며 ‘외국대리인 등록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법안에는 박대수·황보승희·지성호·권성동·박수영·김용판·이명수·김승수·김병욱·구자근·정희용·윤한홍 의원 등 총 13인이 동참했다.

대표 발의자 최재형 의원은 “제정안의 외국대리인 등록 및 관리를 통해 불법적으로 자행되는 도청, 요인 포섭 활동을 억제하고, 언론과 여론을 조작하는 악성 영향력 공작 행위를 차단할 수 있다. 불특정한 외국 정보기관의 영향력 공작 활동에 적절히 대응하는 것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다.”라고 법안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제정안은 한국에서 외국 당사자를 위해 활동하는 외국대리인의 등록 및 업무 수행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했다. ‘외국 당사자’는 외국 정부·정당·개인, 외국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 그 밖에 외국 국적자가 포함된 단체를 지칭한다. ‘외국대리인’은 외국 당사자의 대리인·대표·피고용인·사자(使者) 등의 지위를 갖고 통제에 따르는 주체이다.

최재형 의원실은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동향을 두고서 “대한민국 내 자국 입장을 옹호 및 대변하는 세력을 육성하고, 자국 우호 여론을 조성하는 ‘영향력 공작’에 집중하는 추세이다.”라고 평가했다. ‘영향력 공작’은 외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 개입해 자국에게만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활동을 가리킨다.

중국 사례를 강조했다. 의원실은 “지난 5월, 정보당국은 잠실 한강 중식당 동방명주가 사실상 중국 정부의 비밀경찰서 역할을 하며, 서울 한복판에 비밀조직을 두고 영사 업무 대리 수행, 중국인 송환 업무, 중국 선전 활동 수행 등 한마디로 대한국 영향력 공작 전초기지로 활동해 왔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더하여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중국 국무원 외교부와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의 ‘영향력 활동’ 지시를 받고, 이를 적극적으로 이행한다는 의혹이 있다.”며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에 따르면 중국은 한국을 포함해 최소 53개국 102곳에 은밀한 조직을 두고, 대부분 교육아카데미(공자학원)와 문화교류사업 등을 통해 영향력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재형 의원실은 또 “다양한 형태로 침투하는 외국 정보기관의 영향력 공작은 우리나라 정책 형성 과정을 왜곡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위협하는 안보 위해행위로 판단할 수 있지만, 국내 실정법으로는 처벌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이미 미국, 호주, 싱가포르는 외국대리인등록법이 존재하고, 캐나다와 영국도 제정 중이다.”라고 제정 이유를 설명했다.

제정안은 ‘외국대리인이 되려는 사람’은 자신과 외국 당사자의 성명, 외국 당사자로부터 수령한 금품 등을 기재한 등록서류를 제출해 법무부 장관에게 등록하도록 했다. 외국 정부가 대리인에게 전달한 지시·명령이나 금전 출납 내역을 파악하고, 영향력 공작 단서를 포착하는 데 한층 용이해지는 효과를 기대한 것이다.

제정안에서 법무부 장관은 필요한 경우 외국대리인 등록서류, 보충서류, 장부 및 그 기록의 사실 여부와 그 밖에 제정법의 준수 여부를 관계기관에게 조사하게 할 수 있다. 등록 의무를 불이행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자료를 허위 기재하거나 누락하면 처벌하도록 해 적극적인 대응이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안은 벌칙 규정에서 등록 절차나 업무정지명령을 위반하고 외국대리인 활동을 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회계장부나 활동 기록을 비치하지 않거나, 법무부 장관의 제출 요구에 불응한 경우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조사 방해 시 처벌 규정도 명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