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관광객 ‘통큰쇼핑’ 제동 걸리나…中 세관심사 강화 정황

강우찬
2023년 09월 4일 오후 3:39 업데이트: 2023년 09월 4일 오후 3:39

“귀국 항공편 1대에서만 100명 조사 받아”
전국 국제공항서 비슷한 사연…‘세수 정책’ 가능성도

중국 당국이 자국민의 해외 단체여행을 6년 만에 허용한 가운데, 여행 후 귀국한 중국인들이 세관 검사에 걸려 몇 시간씩 조사를 받았다는 사연이 늘고 있다.

전국 곳곳 국제공항에서 유사한 정황이 다수 포착돼, 당국이 해외 대리구매를 단속하고 관세 부과를 강화해 세수를 늘리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소셜미디어(SNS)에는 “세관의 신무기를 조심하라”며 중국 입국 후 공항 수하물 수취대에서 되찾은 여행가방에 노란 딱지가 붙은 큰 자물쇠가 걸려 있어 당황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이 다수 포착됐다.

네티즌들에 따르면 해외에서 중국으로 들어온 한 항공편에서는100명 이상이 붙잡혀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조사를 받았다. “외국에서 상하이나 칭다오 국제공항으로 입국할 때 승객의 짐 검사가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한 네티즌은 “국제선에서 내린 후 수하물 수취대에서 짐을 기다리고 있는데, 컨베이어 벨트 위에 돌아가는 짐마다 커다란 노란색 자물쇠가 걸렸거나 봉인된 채 딱지가 붙어 있었다”고 전했다.

딱지에는 ‘당신의 짐은 세관 감독하에 있으니, 세관 신고서를 작성해 검사에 응해야 한다’며 ‘무단으로 봉인을 뜯거나 훼손하면 관련법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경고 문구가 적혀 있었다.

중국의 한 국제공항 수화물 수취대에 실린 한 여행 가방에 노란 새관 자물쇠가 걸려 있다(좌). 세관 자물쇠(우). | 웨이보 화면 캡처; 중국 해관

이러한 중국 세관의 움직임에 대해 재미 시사평론가 장톈량(章天亮) 페이톈대학 교수는 “세관은 원래 엑스(X)선 판독기를 통해 면세 한도를 넘거나 반입이 제한된 물건이 담긴 것으로 의심이 가는 수화물을 봉인해 그 소유주와 함께 자세하게 조사한다”고 설명한다.

장톈량 교수는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는 수하물에 대한 봉인이 부쩍 증가했다. 자물쇠를 거는 것은 물건을 빼돌리거나 다른 곳에 숨겨 도망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바꿔 말하면 이런 사례가 늘었다는 의미지만, 중국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사실 중국인들의 대리구매는 오래전부터 성행했고 당국은 이를 알면서도 눈감아 줬다”며 “해외 명품을 쓸어담는 중국 여행객의 쇼핑 스타일은 중국 당국이 외국 정부나 기업과 협상할 때 사용하는 하나의 카드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대리구매는 사실 국내에 들여와 팔기 위한 일종의 밀수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를 외국 정부가 중국의 이익에 따라 움직이도록 설득하거나 심지어 움직이도록 압박하는 용도로 사용했다”며 “대표적 사례가 한국행 단체관광을 금지한 이른바 사드 보복”이라고 했다.

장 교수는 “중국 당국이 방관하던 대리구매를 이제 와서 단속하겠다는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생겼다는 이야기”며 “지방정부의 재정 악화를 고려하면 세수 확대를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조치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