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또 음식점 가스 폭발…시진핑 ‘중요지시’ 무색

강우찬
2023년 07월 19일 오후 1:22 업데이트: 2023년 07월 19일 오후 1:22

지난달 식당 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한 중국에서 또다시 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해 2명의 사상자를 냈다.

17일 중국 동부 장쑤성 옌청의 한 고깃집에서는 오전 6시께 가스가 폭발해 현장에 있던 주인 부부 중 1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어느 쪽이 사망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고 발생 시각이 이른 아침이라 점포 내에는 주인 부부밖에 없어 추가적인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으나, 폭발의 규모가 상당해 실제 사망자는 더 있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목격자들은 사고 당시 “매우 큰 폭발음”이 들렸으며 그 충격으로 “인근 주택 수십 채의 창문이 파손됐고 인근 육교 난간까지 부서졌다”고 말했다. 한 목격자는 “500m 밖에서도 파손 흔적이 발견됐다”고 주장했으나 확인되진 않았다.

현장을 촬영한 사진을 보면, 전쟁이라도 발생한 듯 인근 수십 m 반경에 파손된 건물 잔해가 흩뿌려져 있고 음식점이 있던 건물을 비롯해 주변 건물들도 폭격을 당한 듯 엉망이 됐다.

폭발 순간을 포착한 주변 감시 카메라의 영상에서는 큰 폭발음이 들린 후 식당 내부에서 순식간에 불길이 치솟았으며, 동시에 강력한 충격파가 발생해 식당 내부 설비가 박살 나며 점포 밖으로 튕겨 나가는 장면이 담겼다.

또한 폭발 후 한 주민이 현장을 포착한 동영상에는 들것에 실린 부상자를 운반하는 의료진과 소방관의 모습이 비쳤다.

현지 경찰과 소방 당국은 이번 사고가 LP 프로판 가스통 폭발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 중이며, 경찰은 관리 부실 혐의로 살아남은 식당 주인을 구속했다.

이번 사고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긴급 안전점검 지시에도 또다시 발생한 가스 폭발 사고다.

앞서 지난달 초에는 남부 광둥성 산터우시의 한 식당에서 가스 폭발이 일어나 1명이 목숨을 잃었고, 지난달 중순에는 닝샤 후이족자치구의 한 고깃집에서 가스 밸브 교체 도중 폭발 사고가 나 31명이 숨졌다.

닝샤 폭발 사고 직후 시진핑 총서기는 ‘중요 지시’를 내려 “전력으로 부상자 치료와 사망자 가족 위로에 임하라”고 관계 당국에 명령했다.

또한 “최대한 빨리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법에 따라 책임을 추궁하라”며 중국 전역에서 숨겨진 위험 요소에 대한 점검을 지시했다.

닝샤 사고 때 현지 공안은 사고가 난 고깃집 사장과 직원 등 9명의 신병을 확보하고 자산을 동결했다. 또한 가스 밸브 교체 중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후에는 이 중 4명을 사고사 혐의로 형사구류했다.

이후 중국 다수 도시에서는 음식점에서 주방장이 소화기를 허리춤에 매단 채 요리하는 기묘한 모습을 포착한 동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다수 나돌아 화제가 됐다. 이 모습은 사고가 난 닝샤 현지 외에도 쓰촨성 청두, 산둥성 허쩌의 음식점에서도 포착됐다.

지난달 중순 닝샤 후이족자치구 고깃집 가스 폭발 사고 이후 중국 여러 도시 음식점에서 소화기를 등에 매단 채 음식을 만드는 모습이 포착된 영상이 공유됐다. 가스 폭발 사고 예방에는 도움이 안 되는 당국의 전시행정이란 지적이 일었다. | 웨이보 화면 캡처

온라인에서는 여러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을 두고 당국이 지시한 것 아니냐는 의문이 일었다. 사고 예방에 도움이 안 되는 형식적인 행위라는 점도 의구심을 더욱 뒷받침했다.

한 중국인은 “가스 폭발은 한 순간이다. 소화기를 (몸에) 매달고 있다고 해서 폭발을 멈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음식점 주인들이 이런 상식도 모를 리가 없다”며 당국이 ‘전시행정’을 벌인다고 지적했다.

근본적 해결이 아니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닝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안전성이 높은 금속재질의 가스배관은 설치 비용이 너무 높아 많은 음식점에서 플라스틱 배관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배관도 품질에 따라 안전성이 달라질 수 있으나, 중국에서는 저가 제품을 다수 사용하는 실정이다.

또한 시진핑의 ‘중요 지시’에도 한 달 만에 비슷한 사고가 또 발생하면서 최고지도자의 권력도 중국의 허술한 안전관리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