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해양 방류 시작…“정말 안전할까?” 논란 여전

로만 발마코프(Roman Balmakov)
2023년 08월 24일 오후 6:15 업데이트: 2023년 08월 28일 오전 12:13

일본이 오늘(24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처리수의 해양 방류를 개시했다. 이미 방류는 시작됐지만 안전성 여부를 두고 여전히 논란은 뜨겁다.

지난 16일(현지 시간) 미국 에포크TV 시사 방송 ‘팩트 매터’는 처리수의 안전성을 검증하는 시간을 가졌다.

앞서 12년 전인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 시스템 대부분이 파괴됐다.

이로 인해 원자로 세 개가 녹아내리며 과열됐고, 발전소는 핵폭발을 막기 위해 해수를 끌어와 연료를 냉각시켰다.

다행히도 이는 성공적이었다. 핵폭발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 결과 엄청난 양의 해수가 오염됐다. 지난 12년 동안 오염수는 매일 쌓였고 저장돼 왔다. 현재 총 1073개의 대형 용기에 130만 톤의 방사능 오염수가 보관돼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일본 정부는 이제는 처리수를 바다에 다시 흘려보내야 한다고 발표했다.

다시 지진이 일어날 경우 처리수가 한꺼번에 유출될 수 있는 데다 더 이상 저장할 공간이 없기 때문이라고 일본 정부는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유해 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방사능 오염수를 시설에서 처리하는 과정을 거친다. 그 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다.

오염수는 1차로 세슘과 스트론튬 여과 처리를 통해 대부분의 오염이 제거된다. 세슘/스트론튬 오염처리수 중에 남아 있는 방사성 물질은 이후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대부분 제거된다.

이 같은 과정은 알려진 64종의 방사성 동위원소 중 62종에 대해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처리 과정을 통해 62종의 방사성 핵종의 농도가 일본이 정한 규제 기준 이하로 낮아진다.

그러나 ALPS를 통해 방사성 동위원소 두 가지는 제거하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탄소 14’와 ‘트리튬’이다.

이날 프로그램 진행자 로만 발마코프는 “삼중수소로도 알려진 트리튬은 화학적으로는 일반 물과 동일하다”며 설명을 시작했다.

발마코프에 따르면, 방사성 동위원소로서 트리튬은 다소 복합적인 성격을 가진다. 우선 상대적으로 덜 유해하다.

그는 “연구에 따르면 트리튬은 물과 비슷한 방식으로 생물체를 통과한다. 따라서 체내에 많이 축적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다만, 트리튬의 붕괴 과정에서 생기는 베타(β)선이 DNA를 손상할 수 있는데, 트리튬의 베타선 에너지가 강하지 않아 상당량을 섭취해야만 방사선의 영향을 받게 된다.

“종합하면 많은 양의 트리튬은 위험하지만 극소량으로는 별로 위험하지 않다. 그래서 일본은 처리수를 희석해 해수를 100으로 놓았을 때 1 미만이 되도록 했다”고 발마코프는 전했다.

이어 “이러한 희석 과정을 통해 이론적으로 탄소 14와 트리튬 농도는 허용 가능한 수준이 된다”며 말을 이어갔다.

일본 도쿄전력(TEPCO)은 처리수 내 트리튬 농도에 대해 리터당 약 1500베크렐(Bq)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음용수 내 트리튬 가이드라인보다 훨씬 낮은 수치다. 세계보건기구는 리터당 10000Bq까지는 허용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발마코프는 “여러분이 세계보건기구가 발행한 가이드라인을 신뢰한다면 희석된 물은 인간과 동물에게 안전하다”고 말했다.

물론 모두가 이를 신뢰하지는 않는다. 특히 방류 지점 인근에 있는 국가들이 그렇다.

방류 계획이 공개되자마자 우리나라뿐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에서도 자국 영해 근처에 방류하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거세다.

이에 대해 미국의 기후 특사 존 케리는 “미국은 일본 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와 긴밀히 협상하고 있다고 확신한다”며 일본의 처리수 방류를 옹호했다.

그러면서 “국제원자력기구는 아주 엄격한 절차가 마련돼 있고, 일본은 모든 가능성에 대해 매우 투명하게 의사소통해 왔다”고 강조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핵 기술의 평화적인 사용을 다루는 국제기구다. IAEA 사무총장은 처리수를 방류해도 전 세계에는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일본의 방류 계획을 찬성했다.

매년 전 세계 원전이 방류하는 트리튬 양을 보여주는 도표 | 에포크TV ‘팩트 매터(Facts Matter)’

사무총장은 “일본이 택한 처리수 폐기 방법은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하며 국제 관행에도 부합한다”면서 일본의 사례가 크게 부각되고 있지만, 실제로 방사능 폐수를 방류하는 건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관행이라고 덧붙였다.

통제된 환경에서의 해양 방류는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원자력 발전소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며 물론 엄격한 안전 및 환경 기준하에 수행된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우리나라의 경우 부산 인근에 있는 고리 원전은 2018년 50조 베크렐 이상을 방출했다. 이는 일본 발전소 방출량의 두 배 이상에 해당한다.

이에 대해 발마코프는 “일본의 사례가 독특하고 그로 인해 많은 주목을 받고 있지만, 사실은 전 세계 다른 원자력 발전소들 역시 그에 못지않게 핵 폐수를 방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발마코프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규정도 언급했다. 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기존 규정의 안전 한계 내에 있는 한 폐수 배출을 허용한다.

발마코프는 “이 모든 내용이 의미하는 점은 일본에서 방류되는 처리수가 미국 해안에 닿기도 전에 1백만분의 1로 희석된다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방류된 일본 처리수는 미국 해안을 지난 다음 한반도 바다에 도달한다. 이 과정은 4~5년 정도 소요된다.

발마코프는 아래 발언을 끝으로 해당 방송을 마무리했다.

“일본의 원전 처리수 문제가 진심으로 걱정된다면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 곳곳에서 똑같은 폐수가 지금 이 순간에도 방류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하지만 아무 문제 없다. 폐수의 방사선량은 인간, 동물, 환경 모두에게 안전하기 때문이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