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하이밍 파문 속 정치권 자중지란 中 ‘통야봉여(通野封與)’ 전술에 휘말릴까 우려

최창근
2023년 06월 16일 오후 3:42 업데이트: 2023년 06월 16일 오후 4:44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의 발언의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속에서 한국 정치권은 자중지란(自中之亂)을 보이는 형국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싱하이밍을 ‘외교적 기피인물(PNG)’로 지정하여 추방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나온다. 예비역 육군 중장 출신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적이다. 반면 같은 당내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온다. 윤상현 의원은 “싱하이밍 추방은 해법이 아니다.”라며 “싱하이밍을 위안스카이에 비유한 대통령의 발언이 외부로 유출된 것도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이 속에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의 방중(訪中)이 이어지고 있다. 6월 12일 김태년, 홍익표, 고용진, 홍기원, 홍성국 의원 등 5인이 중국을 방문한 후 귀국한 데 이어 15일 도종환, 박정, 김철민, 유동수, 민병덕, 김병주 의원 의원 등 6인이 다시 중국을 찾았다.

방중 일정을 두고서도 논란이 일었다. 15일 출국한 이들의 일정표에는 베이징 중국전국인민대표회의와 더불어 티베트 관광문화국제박람회 방문 일정이 포함돼 있다. 이를 두고서 중국 정부의 대(對)티베트정책을 미화하는 홍보수단으로 또다시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차하얼학회(察哈爾學會) 관련 일정도 논란이다. 차하얼학회는 민간학회를 표방하지만, 실체는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 외곽조직이다.

2009년 10월, 한팡밍(韓方明)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외사위원회 부주임(차관급) 주도하에 설립됐다. 한팡밍 차하얼학회 회장은 지난 2013년 출간한 ‘공공 외교개론’ 책에서 “상대 국가의 정부와 민중을 이간질 해 중국에 유리하게 만드는 게 외교의 기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 속에서 ‘친중(中親)’ 인사로 포섭해 정부·여당과 민주당을 갈라치기 하는 중국의 ‘통야봉여(通野封與)’ 전략에 휘말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여야 간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6월 15일, “야당 의원들의 중국 방문 비용을 중국이 댄다고 한다. ‘뇌물 외유’가 아닐 수 없다”며 “외교 참사를 넘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박정 의원은 출국 전 인천공항에서 “싱하이밍 대사의 발언은 대단히 부적절했지만, 이 발언 한마디로 모든 외교적 교류가 끊겨서는 안 된다.”며 “이런 때일수록 더 만나고 논의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일정을 강행하기로 했다.”고 반박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중한국대사관 육군무관 출신 중국 전문가 임방순 박사는 기명 칼럼에서 다음과 같이 정치권에 충고했다. “중국 속담에 ‘집안의 창피한 일을 밖에서 이야기하지 마라(家醜不可外楊)’라는 말이 있다. 우리는 이 속담과 반대로 집안의 창피함이 담을 넘고 나라의 수치가 국경을 넘어가고 있다. 이제는 여기서 멈추어야 한다. 멈추지 않으면 중국이 우리 정치권의 분열을 이용할 것이고 내부적으로 적대감의 골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