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교실은…” 망명 교사가 말하는 중국 학교

강우찬
2023년 07월 28일 오후 7:21 업데이트: 2023년 07월 31일 오전 9:18

“교육은 아이와 가족, 나아가서는 민족의 미래에 중요하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아이의 건전한 성장이 학교 교육의 진정한 목적이 아니다.”

중국 허난성의 한 공립중학교 교사 출신으로 현재 미국에 거주 중인 뤄창(羅長) 씨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학교는 중국 공산당의 세뇌 기지”라고 말했다.

뤄씨는 허난성의 인구 360만 짜우쭤(焦作)시의 공립중학교에서 수십 년간 국어(중국어) 교사로 재직하면서 공산당 독재의 폐해를 오랜 시간 목격해왔으며, 1989년에는 ‘톈안먼 학살’로 기억되는 학생 민주화 운동에 참가했었다고 했다.

“중국 공산당의 세뇌교육 속에서 왜곡된 사상을 갖고 바깥세상의 모습은 모른 채 과격한 집단으로 자라나는 내 아이를 보고 도저히 더 늦출 수 없어 미국 망명을 결심했다”는 뤄씨는 올해 2월 아내와 아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목숨을 건 밀항 끝에 망명했다.

그는 수십 년에 걸친 교단생활을 회상하며 중국의 교사가 놓인 곤경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교사들도 참된 교육 없이는 아이들이 건전히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중국 교사들은 당의 붉은 노선을 따르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교사는 당의 요구에 따라 정해진 대로만 가르쳐야 하며 학생들에게 다른 것을 말하면 곧 밀고돼 처분을 받게 된다.”

한번은 뤄씨가 교직원 회의에서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아이들을 완전한 인간이 되도록 하는 것이며 학교 교육에 정치 임무가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가 ‘사상이 당의 정책과 맞지 않아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는 비판을 받고 공개적으로 자아비판을 해야 했다. 이 일이 있은 후 동료 교사들은 뤄씨처럼 곤욕을 치를까 봐 자기 생각을 전혀 입 밖에 내지 않게 됐다.

학교에서는 교사들에 대한 ‘사상 교육’도 철저하다. 교사의 정치적 입장이 당의 사상과 일치하도록 매주 함께 공산당 자료집이나 동영상을 시청하는 정치학습이 이뤄진다. 사상이 당의 노선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런 정치학습은 학기 중은 물론 방학 기간에도 지속된다.

중국 교사 출신의 미국 망명자 뤄창씨. 그는 중국의 교육은 세뇌도구라고 주장했다. | 에포크타임스에 제공

“시험은 세뇌 도구, 당의 노선에 자신을 맞추는 테스트”

중국 공산당의 교내 세뇌 공작은 다양하게 전개된다. 뤄씨는 “학생이 처한 모든 환경, 치르는 시험도 구조화된 세뇌 도구”라고 말했다.

중국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모든 교과서에는 반드시 중국 공산당이 지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초등학교 때는 날조된 ‘영웅담’을 들려주며 열성적인 공산당원들을 숭배하는 마음을 심는다.

중학생이 되면 세뇌가 본격화되고 고등학생 단계에서는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의 이론을 학습시킨다.

학기별 시험은 자기 생각을 꺾거나 포기하고 중국 공산당의 ‘강요’에 따르는지를 보는 수단이다.

시험문제 중 일부는 자유롭게 답하는 서술형 주관식이지만, 정답으로 인정받으려면 반드시 포함해야 할 ‘요점’들이 있다. 노골적으로 당이 원하는 선택지를 고르도록 하는 문제도 있다. 점수 앞에 자기 생각을 내던질 수 있는지를 시험한다.

뤄씨는 “생각하기 힘들겠지만 수학 수업마저 세뇌를 지원하도록 정교히 고안됐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수학 수업은 학생들에게 ‘수학적 사고력’을 키우는 게 아니다. 대량의 문제를 풀도록 해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도록 만드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부조리한 상황들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 교실에 걸린 구호와 포스터에는 모두 공산당 지도자의 초상과 혁명에 관한 짧은 이야기가 실려 있다. 별 것 아닐 수 있지만,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공산당을 숭상하도록 하고 은연중에 거역할 수 없다는 분위기를 심어주려는 의도라고 뤄씨는 지적했다.

그는 “중국 공산당은 교육 시스템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데, 목표는 아이들의 몸과 정신을 통제하는 것이다. 아이들을 공산당의 기계 부품 중 하나로 만들려 한다”고 말했다.

중국 티베트 산난의 한 고등학교 교실. 2023.6.18 | 연합

“중국 공산당, 무신론 주장하지만 그 자체가 사이비 종교”

중국 공산당이 이 정도로 학생들을 통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뤄씨는 “인간성을 말살해 당의 무기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중국의 교육은 인간성을 없애고 길들이기 위함이다.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중국 교육의 결과는 현재 중국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극단적인 애국주의자(小粉紅·샤오펀훙)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은 사물을 논리적으로 판단할 수 없고 상식도 없다. 선과 악의 구분도 흐릿하다. 다른 관점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그저 맹목적으로 이른바 (당의) ‘올바른 관점’을 내려받아 움직이는 중국 공산당의 무기가 돼 있다. 이것이 지난 수십 년간 중국 교육이 추구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중국 공산당은 인민을 경제적으로만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무기, 총알로도 이용한다”며 “우리는 이와 유사한 집단을 알고 있다. 바로 사이비 종교(邪敎)다. 중국 공산당이야말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종교 집단이자 사악한 사이비 종교 집단”이라고 밝혔다.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중국 반체제 조작가 천웨이밍(陳維明)의 작품 ‘쇠사슬녀’ 제막식에 참가한 뤄창씨(맨 오른쪽). 이 작품은 중국 농가에서 노예 상태로 발견돼 ‘쇠사슬녀’라는 이름이 붙은 여성의 사건을 폭로하기 위해 제작됐다. | 에포크타임스에 제공

그에 따르면 공산당이 사이비 종교라는 것은 중국 공산당 스스로 밝힌 것이기도 하다.

뤄씨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사악한 사이비 종교에 관해 12가지 특징을 소개한 바 있다. 사상 통제, 정보 통제, 외부 세계 악마화 등인데, 공산당에 적용하면 그대로 들어맞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가장 괴로운 것은 아마도 홍콩의 교사들일 것”이라며 홍콩 사회가 급격하게 공산주의 시스템화하면서 고뇌하고 있을 선량한 교사들을 향해 공감과 동정을 나타냈다.

* 이 기사는 리넝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