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신호 위반도 CCTV로? “벌금 내라” 문자 받은 中 여성

강우찬
2023년 07월 13일 오후 3:08 업데이트: 2023년 07월 13일 오후 3:08

얼굴만 찍혔는데 휴대전화로 납부 안내 메시지

중국 상하이에서 빨간불에 횡단보도를 건넌 여성이 경찰에 적발된 사건이 눈길을 끈다. 경찰이 감시카메라 시스템으로 여성을 추적해 벌금을 부과해서다.

지난 6일 상하이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최근 보행신호를 위반했다가 경찰의 감시카메라에 걸려 벌금을 물게 된 사연을 전했다.

이 여성이 “오늘 오전 상하이 교통경찰이 보낸 벌금 부과 메시지를 받았다”며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녹화해 올린 동영상에는 “2023년 7월 1일 오후 12시 31분, 상하이 푸젠루와 난촨루 간 교차로 동북쪽에서 신호등 표시를 따르지 않고 길을 건너 법규를 위반한 사실이 교통 감시통제 설비에 기록됐다”는 문자메시지가 보였다.

문자메시지는 이어 “상하이 교통경찰 앱을 다운로드하거나 교통 관리당국을 방문해 민원창구에서 직접 벌금을 납부하라”며 앱 다운로드 링크를 안내했다.

여성이 해당 앱을 다운로드 받아 설치한 후 교통법규 위반 기록을 조회하자, 그녀가 남편과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는 모습을 촬영한 사진들이 표시됐다.

이 사진들은 횡단보도 부근에 설치된 감시카메라 영상의 정지화면으로 추측됐다. 사진에는 여성의 얼굴을 확대하거나, 그녀의 전신을 빨간색 네모로 둘러싸서 동선을 포착하는 듯한 장면도 담겨 있었다.

여성은 교통경찰 앱 내부 결제 기능을 이용해, 중국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를 통해 벌금을 납부했다. 부과된 벌금은 총 20위안(약 3560원)이었다.

그녀는 “일부러 빨간불에 건넌 것은 아니다”라며 “상하이가 왜 이렇게 됐냐”는 말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중국 문제 전문가 리닝은 “이번 사건은 보행자 신호 위반과는 별개로 중국 당국의 감시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리닝은 “중국 지방당국은 언제든 개인을 식별하고 연동된 시스템으로 휴대전화 번호를 알아내 벌금 납부 안내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며 “사실상 휴대전화로 위치추적도 가능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1일에는 쓰촨성 청두시의 한 남성이 휴대전화를 보면서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인근에 있던 교통경찰에게 적발돼 5위안(약 890원)의 벌금을 낸 사건이 있었다.

중국에서는 지난 2019년부터 횡단보도를 건널 때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를 보거나 조작하면 벌금을 물리는 규정이 쓰촨성을 비롯해 저장성, 허난성 등 다수 지역에 도입됐다. 지역별로 최고 50~200위안(약 3만5560원) 벌금이 부과된다.

그러나 실제로 벌금을 물게 된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다. 이 사건은 중국 소후닷컴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전국 최초, 길 건너던 도중 벌금 문 남성 등장’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되며 떠들썩한 반향을 일으켰다.

온라인에서는 “길을 걸어가면서 휴대전화 보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찬성하는 반응과 함께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 목소리도 나왔다.

리닝은 “지방정부는 무분별한 개발로 심각한 채무위기를 자초했지만, 주민들을 대상으로는 사소한 위반까지 감시 시스템으로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