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급 1년, 이제는 한계” 中 산둥성 시내버스 기사 파업

강우찬
2023년 08월 24일 오후 5:05 업데이트: 2023년 08월 27일 오전 9:22

올해 초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으로 곧 회복할 것 같았던 중국 경제가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방정부 재정난이 심화되면서 공공기관의 임금 체불 현상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지난 16일 중국 산둥성 타이안(泰安)시 시내버스 운전기사들은 “1년간 밀린 급료를 지불하라”며 집단으로 파업하고 시 정부 청사 앞에 집결해 항의 시위를 했다.

이들은 타이안시 시내 77개 버스노선을 운영하는 ‘타이안시 공공교통공사’ 소속 버스기사들로 이 회사는 타이안시 정부 소유의 공기업이다. 소위 ‘철밥통’으로 여겨져 온 공기업에서 급여를 수개월 이상 주지 못한 셈이다.

운전기사들은 담당부서인 시 교통국에 밀린 급여 지불과 함께 그동안 사태 해결을 미룬 것에 대한 납득할 수 있는 해명도 요구했다.

목격자에 따르면 이들은 “대중교통 당사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운전에 임해 왔다”며 “하지만 더는 급여 없이는 생활할 수 없고 가족을 부양할 수도 없다”고 생활고를 호소했다.

또한 이들은 여느 시위대와 달리 소리를 지르거나 시설물을 점거하는 등 실력 행사를 시도하지 않았으며 청사 앞 계단에 모여 앉아 차분한 목소리로 요구사항을 밝힌 뒤 조용히 정부 측의 답변을 기다리는 등 이성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이러한 장면을 담은 영상이 중국 소셜미디어에 게재됐지만 곧 삭제됐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는 버스기사들이 받은 처우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영상을 담은 게시물에는 “버스 회사를 그만두고 5개월이 됐지만 퇴직금은커녕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밀린 3개월분 급여도 받지 못했다. 이대로 못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된다”는 글 등 비슷한 상황을 전하는 댓글이 여럿 달렸다.

온라인에서 반향이 이어지자 이틀 뒤인 18일 타이안시 교통국은 “가까운 시일 내에 급여를 지급하겠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허난성 당 위원회에서 발행하는 딩돤(顶端)신문은 파업으로 인해 버스 배차 간격이 30분으로 늘어났으나 교통국의 대책 마련 약속 후 예전처럼 5~10분 간격으로 정상 회복됐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내 한 버스회사 직원에 따르면 임금 체불로 기사들의 파업이 발생하기 전부터 시내 모든 버스 노선에서 운행 대수가 줄어들고 있었다. 고장 나거나 파손된 차량을 수리할 여력이 부족해서다.

딩관신문은 인터넷 게시물을 인용해 “임금 체불기간은 5개월”이라고 전했지만 이 직원은 코로나19 이후 3년간 모든 대중교통 업체가 수익 악화를 겪었고 오래전부터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 직원은 “회사에서 기다려 달라고 말했지만 일부 직원들이 못 참고 가서 시위를 벌였다”며 “이전에는 체불된 임금을 어떻게든 회사 내부에서 해결했지만 이제는 전기료마저 미납돼 전기버스 충전을 못 하는 상황이라 해결을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방정부 소유의 공기업 소속 버스운전기사들의 파업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12월 26일 허난성 푸양(濮阳)시에서도 버스기사들이 임금 미지급에 항의해 집단 파업을 일으켰고, 관련 동영상이 온라인에서 공유된 바 있다.

영상에서 기사들은 “16개월간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나의 피와 땀으로 번 돈을 돌려달라’고 쓴 현수막을 측면에 걸어 항의의 뜻을 나타냈다. 앞서 허난성 핑딩샨(平頂山)시에서도 8개월간 급여를 받지 못했다며 버스기사들이 파업하는 사태가 발생했었다.

교사들의 급여 미지급 사태도 속출하고 있다. 올해 5월 허난성 싼먼샤(三門峡)시 동방케임브리지 학교 소속 교사 34명은 성명을 내고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성명에 따르면 교사들은 지난 4년간 해당 학교에서 매일 12시간씩 근무했지만 고용계약도 없이 사회보험,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했고 임금도 자주 체불됐다고 주장했다.

현지 매체는 이들이 시 교육국의 교사 모집에 응해 사립학교 파견 형태로 해당 학교에 부임했지만, 이후 시 교육국은 학교 측에 관리를 일임하고 개입을 거부했다고 전했다.

지방정부 재정과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지만, 중국 경기 침체로 급여 체불이 잇따르면서 이에 항의하는 노동자 파업이 사회 문제로 번지고 있다.

홍콩에 거점을 둔 중국 노동자 지원단체 ‘중국라오궁통쉰(中國労工通訊)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중국 전역의 공장에서 급여 체불 등으로 총 140건 이상의 파업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대다수 파업은 공안의 투입으로 강제 해산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 힘으로 억누르는 대처가 보편적이다.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중국 평론가 라이젠핑은 위성채널 NTD에 “사회가 불안정해질수록 중국 정부는 억압과 탄압을 강화한다”며 “억눌린 불만이 터져 나오면 다시 힘으로 억누르는 악순환이 생기면서 중국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