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적 폭우 강타한 베이징, 댐 방류에 하류 지역 수몰

강우찬
2023년 08월 2일 오후 2:13 업데이트: 2023년 08월 2일 오후 3:54

SNS에는 물에 잠긴 주변 도시 영상…곧 삭제돼

제5호 태풍 ‘독수리’의 영향으로 지난 29일부터 31일까지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중국 수도권에 해당하는 징진지(京津冀·베이징, 톈진, 허베이)에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다.

수도 베이징은 시내 각지에서 도로가 침수되고 챠량과 도로 표지판이 떠내려갔다. 급류에 다리가 붕괴되고, 산간 지역은 산사태가 발생해 주민 5천 명이 긴급 대피했다.

중국 기상대는 베이징 등 북방 지역과 중부 내륙에 폭우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중국에서 폭우 적색경보가 발령된 것은 2011년 이후 12년 만이다.

베이징시는 1일 “폭우로 11명이 사망하고 27명이 실종됐다”고 발표했으나, 재해 범위가 광범위해 아직 피해 집계가 정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차량 수십 대와 주택이 떠내려가는 영상이 올라오면서 사망자가 수십 명 이상이라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피해는 하류 지역에서 더욱 심각하다. 당국은 다수 하천에서 경계수위를 넘는 수위가 관측되자 지난 31일 오후 2시20분을 기점으로 베이징 화이러우(懷柔)구의 화이러우댐의 수문을 열고 방류를 시작했다.

이후 베이징과 주변 지역인 허베이성의 여러 댐에서 연쇄 방류가 일어나면서 하류 지역은 수몰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허베이성 줘저우시는 베이징 댐 방류 여파로 시가지의 광범위한 지역이 물에 잠겼다.

줘저우시 주민 황(黃)모씨는 에포크타임스에 “상류 방류 때문에 하루 만에 시내 전체가 수몰됐다”며 “주차장에 세워둔 차들이 모두 침수됐고 아파트 2층 높이까지 물에 잠긴 곳도 있었다”고 말했다.

황씨는 “피해 규모가 얼마인지도 모르겠다. 대피할 틈도 없었고 대피할 곳도 없었다. 어디를 봐도 물에 잠겼다”며 “모든 게 갑자기 물을 방류한 베이징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매체 ‘남방주말’은 1일 허베이성 줘저우시 응급관리국 관계자를 인용해 “31일 줘저우시 범람은 상류(베이징)에서 방류한 것이 원인이라는 점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허베이성 줘저우시가 상류 지역인 베이징의 댐 방류로 하루 만에 수몰됐다. | 소셜미디어 화면 캡처

신문에 따르면, 베이징 당국은 30일에 방류를 통고했다고 했지만 하류 지역의 피해를 미리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진 않았다.

허베이성 남부 한단(邯鄲)시에서도 홍수가 발생해 이 장면을 촬영한 영상이 한때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핫이슈로 떠올랐으나, 얼마 후 영상이 모두 삭제돼 당국이 재난 상황을 은폐한다는 불만 여론이 일기도 했다.

중국 전문가 리닝은 “자연재해는 어느 나라나 발생하지만, 부실 대응을 뛰어넘어 노골적으로 재난 상황을 은폐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인명·재산 손실을 키우는 것은 중국이나 북한 같은 독재국가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2년 전인 2021년 7월20일에는 허난성 폭우로 징광터널이 수몰돼 200대 이상의 차량이 침수되고 6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당시에도 사전통지 없이 댐에서 방류한 것이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당국은 시종일관 ‘자연재해’라고 주장했다.

리닝은 “이는 공산당 관리들에게 생명 경시가 이미 체질화됐기 때문”이라며 “폭력 혁명으로 집권해 민주적 시스템 없이 돌아가는 통치 시스템이 자연재해 상황에서도 이런 참극을 빚어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