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포위 속에 깨어 있으라” 中 대학 교수의 졸업 축사 잔잔한 파장

최창근
2023년 06월 29일 오후 4:24 업데이트: 2023년 06월 29일 오후 4:24

“권력의 포위 속에 깨어 있으라!”

한 저명 중국 학자의 연설문이 중국 사회에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6월 21일 열린 중국 베이징 중국농업대학(中國農業大學) 졸업식에서 대학 인문·발전학원 원장 예징중(葉敬忠) 교수는 졸업 축사에서 “저는 여러분들이 권력의 포위 속에서 현실에 적응하고, 점점 권력에 연연하고, 자아를 잃고, 인생을 멍하게 보낼까 봐 매우 걱정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어머니가 지방 공산당 간부인 대학생이 고향에 돌아와 특별한 대접을 받은 일, 유명 대학 교수가 현지 조사를 나갔다가 지방 간부에게 접대를 받은 일 등을 거론하면서 “권력은 확실히 거대한 지배력을 가지고 있어 사람을 오만하게 만들고, 자아를 잃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예징중 원장은 “권력은 확실히 거대한 규율의 힘을 가지고 있어 사람을 기계적으로 만들고 나아가 둔감하게 만들어 버린다.”고도 말했다. 이어 “권력의 유혹·지배·훈육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고 자기 품격을 유지하기는 어렵지만, 여러분들이 권력의 흡인력으로 인해 영악해지지 않기를, 권력의 지배력 때문에 교만해지지 않기를, 권력의 훈육 효과 때문에 마비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권력의 포위 앞에서 나는 여러분에게 단단하고 높은 벽에 부딪히는 달걀이 되라고 요구할 수는 없지만, 연약한 껍질 속에 담긴 그 참되고, 선하고, 아름다운 영혼을 간직하길 바란다.”고 당부하며 축사를 마무리했다.

해당 글은 6월 29일 현재 10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현재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 SNS 플랫폼에서는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검열을 피하기 위해 웨이보에 연설문의 스캔본을 거꾸로 올린 네티즌도 있다.

중국 공산당 권력에 대한 저항의 메시지를 담았다기보다는 사회 시스템 속에 존재하는 권력관계에 매몰되지 말고 개인의 독자성을 유지하라는 일반적 메시지로 볼 여지가 있었으나, 당국의 검열 기제가 작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발언의 당사자 예징중 교수는 중국농업대학 졸업 후 독일 도르트문트대학을 거쳐 네덜란드 로테르담대학과 영국 리딩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에서 사회학 박사 취득 후 모교 중국농업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술상, 우수 교수상을 다수 수상한 저명 학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