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기시다 2주 만에 정상회담…‘원폭 위령비’ 첫 공동참배도

이윤정
2023년 05월 21일 오후 3:33 업데이트: 2023년 05월 21일 오후 4:35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5월 21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했다.

양국 정상은 지난 7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이후 2주 만에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다시 만났다.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국제회의장에서 만난 두 정상은 번영과 평화를 위한 양국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G7 정상회의 결과를 토대로 한일 간에도 경제 안보를 비롯한 글로벌 어젠다에 대한 협력이 더욱 심화하기를 기대한다”며 “저와 기시다 총리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양국 관계의 발전 방향은 물론 글로벌 이슈 대응 방안에 대해 상호 연대와 협력 방안을 심도 있게 서로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정상회담 직전 히로시마 평화기념 공원의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를 함께 참배한 일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양국 정상이 함께 참배하게 된 것은 최초인데 한국 대통령이 이분들을 찾아 참배한 것도 처음”이라며 “우리가 함께 참배한 것은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해 추모의 뜻을 전함과 동시에 평화로운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기시다 총리의 용기 있는 행동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도 윤 대통령과 함께 한국인 원폭 희생자위령비에 헌화한 것에 대해 “한일관계에서도, 세계 평화를 기원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후 다른 정상들과 합류해서 함께 평화기념자료관을 방문하고 위령비에 함께 기도를 올리셨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부인 기시다 유코 여사가 21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원폭희생자위령비를 공동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양국 정상이 한국인 원폭 피해자 위령비를 공동 참배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며 한국 대통령으로서 위령비 참배도 최초다. 1970년 건립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는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 원폭 투하로 희생된 한국인 피해자를 추모하기 위한 것으로, 당시 재일한인 모금을 통해 세워졌다. 이번 히로시마 위령비 공동 참배는 앞서 열린 서울 회담에서 기시다 총리의 제안으로 성사됐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가 방한 당시 과거사에 대한 발언한 내용을 언급하며 “지난 방한 시 기시다 총리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가혹한 환경에서 고통스럽고 슬픈 경험을 하게 된 것을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한 것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7일 한일 정상회담에 이은 기자회견에서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을 두고 “당시 혹독한 환경 속에서 일하게 된 많은 분이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데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신 총리의 용기와 결단은 매우 소중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번 서울에서 따뜻하게 환대해 주셔서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사의를 표명하며 약 두 달 사이에 한일 정상회담이 세 번째 열리는 것에 대해 “한일관계의 진전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의 히로시마 G7 정상회의 참석에도 감사의 뜻을 표하며 글로벌 과제에 대한 양국 협력 강화와 관련해 윤 대통령과 논의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오늘은 일한 관계 방향과 더불어 글로벌 과제에 대한 양국 공조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으면 한다”고 했다.

두 정상은 외교·안보 분야는 물론 경제·산업·과학기술·문화예술·인적 교류 등 제반 분야에서 한일 관계가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평가하며 앞으로도 각급에서 긴밀하게 협력해 구체적인 성과를 만들어 나가자고 다짐했다. 특히 양 정상은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엄중한 정세 속에서 한·미·일 간 긴밀한 공조를 더욱 굳건히 해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이날 오후 개최될 한·미·일 정상회담에서도 다시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