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방 당국 사기 방지용 ‘앱 설치’ 강요…시민들 “감시당할까 우려”

정향매
2023년 09월 8일 오후 9:04 업데이트: 2023년 09월 9일 오전 11:12

올 3월 중국 공산당 인민대표대회와 정치협상회의 개최 후, 중국의 각 지방정부는 시민들에게 정부가 개발한 사기 방지 애플리케이션(앱)을 휴대폰에 설치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이를 거부했다. 정부 개발 앱의 감시 기능을 우려해서다.

이 속에서 최근 중국 공안이 시민들에게 사기 방지 앱 설치를 강요하는 정황이 잇따라 폭로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한 중국 네티즌은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에 “9월 6일 저녁, 헤이룽장성 다칭시 기차역 내에서 공안이 여객들의 신분증 정보를 등록하며 핸드폰 검사를 실시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사기 방지 앱을 설치하도록 강요했다”는 글과 함께 당시 현장 사진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 장시성 징더진 주민 A씨는 지난 7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이른바 ‘사기 방지 앱’은 사실상 시민의 언행을 감시하는 스파이 프로그램”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앱을 홍보하는 정부 문자를 매일 받고 있지만, 두려워서 설치하지 않았다. 정부가 이런 앱을 이용해 사용자의 위치를 추적하고 감시하려는 게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A씨는 또 위챗(중국판 카카오톡)도 사기 정보를 차단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에 사기 방지 앱이 필요 없다고 했다. 

중국 당국이 시민들에게 사기 방지 앱 설치를 강요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3월 27일, 중국 닝샤 인촨시 시샤구의 부녀연합회 공식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계정에는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사기 방지 홍보를 진행하고, 사고 방지 열풍을 일으키자”는 내용의 글이 실렸다. 

5월 9일, 중국 네티즌 B씨는 자신의 X 계정에 쓰촨성에 있는 청두(成都)대가 학생들에게 ‘국가 사기 방지 센터’가 개발한 사기 방지 앱을 설치하도록 강요한 정황을 폭로했다. B씨에 따르면 대학은 학생들에게 개인정보를 입력해 앱에 등록하는 화면 갈무리 사진을 위챗 단체 대화방에 공유하라고 했다. 반장들은 사기 방지 책임자를 맡았다.

3일 후인 5월 12일, 산시성 린펀시 정법위 공식 SNS 계정에도 시민들에게 국가 사기 방지 센터 앱을 설치하고, 베이징 통신 사기 방지 전담 번호(96110)로 걸려 온 전화를 제때 받고 해당 번호로 발송된 문자도 꼼꼼히 확인하라는 공지가 올라왔다. 

랴오닝성 다롄시에 거주하는 C씨는 RFA에 사기 방지 앱 설치를 홍보하는 정부 측 문자를 여러 번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아파트 관리사무실도 이 앱을 홍보하고 있다. 사기 전화가 걸려 오면 공안의 사기 방지 앱이 바로 차단해 준다고 들었다. 그래서 앱을 다운받았다”면서도 “이 앱은 양날의 칼이다. 삭제해야겠다”고 말했다. 앱 설치로 사기당하지 않는 건 좋지만,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당국에 노출될 위험도 있다는 것이다. 

중국 인터넷에는 교통경찰이 한 오토바이 운전자의 휴대폰에 사기 방지 앱이 설치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영상도 공개됐다. 운전자가 경찰에게 “이 앱을 설치하지 않으면 지나갈 수 없다고 국가가 규정했는가”라고 묻자, 경찰은 “그렇다”고 답했다. 

이 영상을 본 한 네티즌은 “신장 지역을 방문하면 공안이 요구하는 현지 앱도 설치해야 한다”며 “이런 유형의 앱은 화면에서 삭제돼도 백엔드에서 계속 운영된다. 또한 당신이 출국할 때, 세관은 당신의 핸드폰에 해외용 앱이 설치돼 있는지도 검사한다”는 댓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