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베이징, 140년 만에 최대 강우량…시민 구조대 “시신 수백구 목격”

강우찬
2023년 08월 4일 오후 3:21 업데이트: 2023년 08월 4일 오후 4:50

베이징 일부지역 휴대전화 먹통…주민 “정보 차단”

중국 베이징을 비롯한 북부지방에서 29일부터 계속된 호우로 대규모 수해가 발생한 가운데, 200구 이상의 시신을 목격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태풍 ‘독수리’와 저기압대의 영향으로 중국에선 12년 만에 호우 적색경보가 발령되고 북부지역 광범위한 면적에서 홍수와 산사태가 발생했다. 관영 언론이 밝힌 지금까지 사망자는 약 20여 명이지만 현장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베이징 북서부의 먼터우거우(門頭溝)구에서 구호활동에 참여한 익명의 자원봉사자는 소셜미디어에 “우리 구조팀에서만 지금까지 200구 이상의 시신을 발견했다”며 “이 중 3명은 아동이었는데 가장 어린 피해자는 4세였다”고 밝혔다.

이 자원봉사자는 또한 “먼터우거우구 당국은 시민들이 휴대전화로 재해 현장을 생중계하거나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퍼뜨리는 것을 막기 위해 통신 전파를 차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에포크타임스는 이러한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중국 경제지 ‘제일재경’은 먼터우거우구 내 왕핑진(王平鎭) 등 5개 지역에 주민 3만 명이 홍수로 도로가 끊겨 고립됐으며, 휴대전화가 두절돼 비상용 위성전화만 연락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수년 전부터 재난활동에서 시민구조대가 활약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나, 이번 북부지방 수해 현장에서는 이들의 활동이 제약을 받고 있다.

현지 매체 남방주말은 1일 수해 피해가 심각한 줘저우시에서는 여전히 많은 이들이 집에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고 있으나, 시민 구조대원들이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수해 지역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국은 먼저 사고 발생지역 비상관리 부서의 초청장을 발급받아야만 현장 진입이 가능하다며 막아서고 있다.

2023년 8월2일 중국 허베이성 줘저우 시내가 폭우로 침수된 가운데 주민들이 집에 갇힌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 STR/AFP via Getty Images/연합

한 시민 봉사자는 “초청장에 찍는 직인이 수몰된 건물 내부에 보관돼 있는데 수심이 깊어 접근이 어렵다”며 “이 때문에 공무원들이 시민 구조대를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긴급한 재난 현장 투입에 초청장을 요구하게 된 것은 일부 지역 주민들이 먼저 구호를 받으려 재난 상황을 과장하는 일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방 당국 관계자는 “구조대는 현장에 도착하고 나서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헛걸음하는 일이 없도록) 먼저 비상관리 부서의 초청장을 발급받도록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이번 폭우로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지역의 하나인 정저우는 상류에서 방류한 탓에 피해가 더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시 당국은 시내 중심지의 침수를 막기 위해 지난달 31일부터 댐 방류를 시작했으며 이달 2일까지 8개 댐을 통해 방류를 계속했다.

현재 비구름은 중국의 동북지방으로 이동하고 있지만 베이징과 허베이성에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호우는 4일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