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꿀단지 개미’ 뱃속 꿀, 항균 효과 과학적 입증

이리나 안토노바(Irina Antonova)
2023년 08월 4일 오전 11:18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2:12

뱃속에 꿀을 생산·저장해 붙여진 이름인 ‘꿀단지 개미’의 꿀이 의약적으로 활용 가능한 항균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호주 시드니대학교 연구팀은 호주 중부 지역에 서식하는 꿀단지 개미(학명 Camponotus inflatus)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꿀단지 개미가 생산하는 꿀을 약재로 사용하는 호주 토착민들의 전통에 주목한 연구팀은 개미 꿀에 독특한 항균 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추론을 바탕으로 연구에 착수했다. 개미 꿀을 대상으로 과학적으로 항균성 연구가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먼저 연구팀은 꿀단지 개미 중에 ‘레플렛’이라고 불리는 일개미 표본을 수집했다. 녀석들은 작은 구슬 크기로 복부를 팽창시켜 꿀을 생산, 저장하고 동료 개미들과 함께 꿀을 섭취하는 특징이 있다.

이 같은 꿀단지 개미 꿀을 분석한 결과, 세균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잠재적으로 새로운 세균 치료법

연구팀 관계자는 “꿀단지 개미 꿀은 다른 종류의 꿀과 차별화된 독특한 효능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꿀단지 개미의 꿀은 뛰어난 항균 효과로 유명한 마누카 꿀만큼의 효과가 있음이 입증됐다. 다만 피부 감염 상처나 화상 치료에 흔히 사용되는 마누카 꿀과는 다른 메커니즘으로 치료를 돕는 효과가 나타났다.

꿀단지 개미 꿀은 ‘아스페르길루스’와 ‘크립토코커스’ 같은 특정 곰팡이에 탁월한 항균 효과를 보였다. 해당 곰팡이는 각각 나무와 사막 토양에서 발견되는 균으로, 꿀단지 개미가 서식하는 환경에서 발견되는 곰팡이다.

서식지에 이러한 곰팡이가 침입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항균력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진화했고, 그 과정에서 항균성을 보유한 꿀을 생산하게 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연구팀은 특히 해당 곰팡이들이 면역체계가 약한 사람에게 심각한 감염병을 일으킬 수 있는 진균인 만큼, 꿀단지 개미 꿀을 연구해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꿀단지 개미 꿀에 상당한 항균력을 가진 화합물이 포함돼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의미하며, 이를 확인하면 새롭고 다양한 유형의 항생제를 개발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다. 연구팀은 꿀단지 개미 꿀이 황색포도상구균에도 매우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다만 연구팀은 “꿀단지 개미 꿀이 왜 황색포도상구균에 효과적인지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한 향후 추가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꿀단지 개미란?

꿀개미라고도 불리는 꿀단지 개미는 이름 그대로 개미의 일종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개미의 외형과는 다른데, 몸통이 크게 부푼다는 특징이 있다.

녀석들은 먹이가 풍부한 시기에 나무 등 식물에서 꿀 또는 수액, 혹은 당분이 많은 기타 물질로 배를 가득 채워 저장한다. 그러다 기상 악화 등으로 음식이 부족해 굶주리는 경우가 생기면 뱃속 꿀을 다른 개미들과 함께 나눈다.

호주 외에도 아메리카 대륙, 아프리카 등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발견되며, 식량 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건조한 환경에 대처하기 위해 이처럼 독특한 적응력을 키워온 것으로 보인다.

원주민의 개미 꿀 사용법

꿀단지 개미의 도움을 받는 건 동료 개미들만이 아니다. 꿀단지 개미가 서식하는 지역의 토착민들에게 꿀단지 개미가 저장한 달콤한 꿀은 귀중한 식량 공급원으로 여겨졌다.

호주 토착민들은 여러 세대에 걸쳐 꿀단지 개미에게서 채취한 꿀을 사용해 왔고 이는 영양학적 가치 외에 어느새 문화적으로도 중요한 전통 관습으로 자리 잡았다.

연구팀의 꿀단지 개미 표본 수집에 도움을 준 현지 지역 관계자는 “우리 주민들에게 꿀단지 개미는 단순한 식량 공급원 그 이상”이라며 “우리 민족은 수천 년 동안 달콤한 개미 꿀을 즐겨 먹어 왔다. 인후통을 치료하는 약재로 쓰기도 했고 감염 예방을 위한 국소 연고로도 사용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연구팀 관계자는 “이번 연구를 통해 호주 토착민들이 민간요법으로 사용해 온 꿀에 항균성이 있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고 했다.

“자연환경 속에서 탄생한 진화의 산물을 인간의 건강에 적용하는 것은 치료 전략을 마련하는 좋은 방법이다.”

시드니대학교 연구팀의 이번 연구는 과학저널 피어제이(Peer J)에 게재됐다.

이리나 안토노바(Irina Antonova)는 생명공학 박사학위 및 유전학 석사학위 소유자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