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또 코로나19 재유행 정황…전국 병원에 발열 환자 붐벼

강우찬
2023년 09월 27일 오후 5:20 업데이트: 2023년 09월 27일 오후 6:03

당국은 코로나19 언급 없이 “A형 독감 주의” 당부
SNS에는 “코로나19 유행 또 감추나” 불신감 팽배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로 추정되는 감염이 다시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국 병의원에 환자가 몰리면서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베이징, 상하이 등 주요 도시와 남부 쓰촨성, 윈난성 등지에서 “코로나19에 감염된 것 같은 증상의 환자가 늘고 있다”는 제보가 쏟아지고 있다.

중국판 카톡인 ‘위챗’의 상하이 주민 그룹 채팅 채널(단톡방)에서도 “9월 개학 이후 자녀가 발열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주의를 호소하는 학부모들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한 채널 이용자는 “학교에서 돌아온 딸이 ‘같은 반에 기침 안 하는 아이가 없다’고 말했다”며 “우리 딸도 마침내 발열과 기침 증상을 보이고 있어 걱정된다”는 글을 남겼다.

다른 이용자도 “우리 아파트 주변 아이들이 다들 콜록거린다”, “우리 아이도 열이 난다” 등 비슷한 반응을 전했다.

상하이 시민 메이(梅)모씨는 지난 23일 위성채널 NTD에 “상하이에서 재감염이 또 확산되고 있다. 병원에 발열 환자가 붐빈다. 세 번째, 네 번째 감염이라는 사람들도 많이 봤다”고 전했다.

메이씨에 따르면 상하이 일부 아파트단지에서는 출입 제한 및 봉쇄 조치가 이뤄지고 있다. 작년 말 사실상 해제됐던 제로 코로나와 유사한 통제가 다시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상하이의 유명 아동병원인 푸단대 부속병원 소아과에는 이른 아침부터 환자가 몰려 진료 시작 두 시간 만에 100명에 가까운 대기자가 생겼다. 9월 중순부터 해당 소아과의 일일 진료환자는 900명 이상이다.

중부 산시성 성도(省都)인 인구 1300만 대도시 시안에서도 아동병원(소아과)에 기침과 발열 증상을 보이는 어린이 환자가 몰리고 있다.

그러나 당국은 현재 유행하는 코로나19와 유사한 증상의 질병에 관해 말끝을 흐리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독감 예방’을 당부하고 있다. 시안 시내 유치원과 초중고교는 이달 각 가정에 “독감이 유행하고 있으니 손 씻기 등 개인위생과 감염 예방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하는 통지문이 배부됐다.

북반구의 경우 인플루엔자(독감)는 매년 11월부터 다음 해 3월 사이 유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독감 유행 시기가 명확히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도 올해 독감 유행이 8월 말까지 지속돼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발령한 유행주의보를 해제 없이 9월부터 2023~2024절기 유행주의보로 갱신한 바 있다.

그러나 중국 보건당국은 올해 2월 ‘A형 독감’ 유행주의보를 내린 후 리오프닝(경제 활동재개)을 하고 나서 5월 황금연휴 때까지 별다른 경보를 내리지 않다가 9월 들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감염이 증가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마이코플라즈마균 감염에 의해 폐가 심한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성 폐렴으로 주로 영유아에게서 발생하며 성인 발병은 보기 드물다.

이 때문에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을 눈가림하려고 다른 병명을 가져온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치솟았다. 그사이 코로나19 확산 소식만 잠잠했던 것도 이러한 의심에 불을 지폈다.

최근 중국 병원들이 갑자기 불어난 환자로 붐비고 있다. 코로나19 재유행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 NTD 화면 캡처

현재 중국 보건당국은 작년 12월 25일 코로나19 일일 신규확진자 수 발표를 중단한 이후 지금까지 코로나19 관련 통계 발표를 피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지난달 19일 “현재 중국 여러 성에서 EG.5 감염이 급증하고 있다”며 코로나19 감염 사례 중 EG.5 변이가 차지하는 비중이 4월 0.6%에서 8월 71.6%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변이의 하위 변이종인 EG.5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불화와 이간질의 여신인 ‘에리스’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보건당국과 관영 언론은 이후 EG.5 확산 상황에 대해 추가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발열과 기침 증세를 보이는 환자의 급증과 관련해 “A형 독감”,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에 대한 주의만 당부하고 있을 뿐이다.

이에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정부가 또 은폐하는 게 틀림없다”, “실제로는 신종 코로나가 맞는데 이름만 바꾼 것이다”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중국 전문가 리닝은 “결국 투명성의 문제”라며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중국 당국은 방역정책과 감염자 특히 사망자 통계에 있어 불투명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대중의 신뢰를 잃었다”고 지적했다.

리닝은 “현재 중국은 항저우 아시안 게임을 진행 중이기에 불리한 소식을 더욱 은폐할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간간이 유출되는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전모를 짐작할 수 있을 뿐”이라며 “이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의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