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수회복 계기 될까…항저우 아시안 게임 내일 개막

강우찬
2023년 09월 22일 오전 11:59 업데이트: 2023년 09월 22일 오후 1:23

공산당 관영매체 “경기부양” 분위기 띄우기
“정권 체면치레용 돈낭비” 주민들은 시큰둥

2022년 항저우 아시안 게임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국 언론들이 ‘내수 경제 활성화’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반면, 여론은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과거 대규모 행사 때와는 달리 중국인들은 이번 아시안 게임을 반기지 않는 눈치라는 것이다.

정권의 체면 살리기용 행사에 막대한 자금을 들이는 데 대해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2023년에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 게임이 ‘2022’이라는 연도 표시가 붙은 것은 이 행사가 당초 작년에 열리기로 돼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1년 연기돼 이달 23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16일간 진행된다.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중국 공산당이 주최하는 최대 규모의 국제대회다. 45개 국가에서 참가하는 1만2천 명의 선수들이 40개 종목에서 경쟁을 펼친다.

작년 2월 열렸던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91개국에서 참가했지만, 참가 인원은 2870여 명으로 인원수로만 따진다면 이번 아시안 게임에 비하면 4분의 1 규모에 그쳤다.

신화통신 “아시안 게임, 경기 부양 효과”…업계는 ‘글쎄’

18일 공산당 관영 신화통신은 “‘아시안 게임 경제’로 문화와 스포츠 관련 소비의 원동력이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최대 규모 잡화시장이 들어선 저장성 이우시의 한 스포츠 용품 생산업체는 1천 개 이상의 축구공을 생산할 수 있지만, 생산량이 주문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 업체 대표는 동남아, 남미 등 신흥 시장 주문량이 전통적인 거래처였던 유럽과 미국 시장을 능가하고 있다며 전년 대비 주문량이 80% 증가했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또한 완구 업계 관계자를 인용해 스포츠 용품뿐만 아니라 아시안 게임 관련 상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며 “아시안 게임의 경기부양 효과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 공식 마스코트들이 21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시의 미디어 센터에서 자원봉사자와 함께 걷고 있다. 로봇 모양인 이 마스코트들은 항저우가 보유한 세계문화유산 3개를 형상화한 것이다. 왼쪽부터 ‘천천(宸宸)’, ‘충충(琮琮)’, ‘롄롄(蓮蓮)’. 2023.09.21 | AFP/연합뉴스

홍콩 언론은 사뭇 다른 분위기를 전한다. 홍콩 명보는 “이우가 지난 3년간 코로나 봉쇄로 타격을 입은 데다 올해 외국 주문이 줄어 고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 수요가 전년 대비 늘어나 보이는 것은 작년 수요급감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점도 시사했다.

스포츠 용품 등을 제외한 다른 품목에서는 아시안 게임에 따른 별다른 경기부양 효과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우의 한 전자제품 판매업체 관계자는 “(제로) 코로나 해제 이후 손님이 지난해보다 10~20% 늘었다”면서도 전반적으로 해외 주문이 부진하다고 명보에 밝혔다.

“주민들, 사는 게 문제…아시안 게임엔 별 관심”

공산당 관영 매체들은 아시안 게임의 경제적 효과 보도에 주력하고 있으나, 외신은 이전과는 다른 주민들의 반응에 주목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놀라운 점은 이번 아시안 게임이 열리는 항저우와 저장성은 물론 중국 전역에서 과거 큰 행사를 개최할 때와 같은 흥분과 기대감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의 유명 스포츠 평론가 옌창(顏強)은 “코로나19 사태 3년이 지난 중국의 경제적, 사회적 분위기와 자신감은 매우 떨어져 있다”며 “항저우 아시안 게임은 돈 퍼붓는 프로젝트라는 이야기가 떠돈다”고 논평했다.

옌칭은 “사람들이 신경 쓰는 것은 먹고사는 문제”라며 “아시안 게임은 큰 관심사가 아니다. 사람들은 별 관심이 없다”고 덧붙였다.

대회 조직위원회는 이번 아시안 게임 개최에 쏟은 전체 비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항저우시 정부는 2020년까지 앞선 5년 동안 시내 교통 인프라와 경기장, 선수촌 등 시설 구축에 2000억 위안(약 36조 6600억원)을 썼다고 밝힌 바 있다.

항저우의 시민 장모씨(江·69)는 “요즘 일자리 찾기가 어렵고 회사들이 문을 닫고 있어 젊은이들이 정말 힘들다”며 “차라리 그 돈을 청년들 (일자리 정책에) 썼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항저우 2022 개막식과 폐막식 및 선수 경기장 | 연합뉴스

현지 소셜미디어에서는 아시안 게임 개최 분위기가 항저우에만 머물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항저우를 제외한 중국 내 다른 지역에서는 대회 열기가 전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미 중국 평론가 탕징위안은 “중국 공산당은 이번 항저우 아시안 게임을 통해 경제 회복을 보여줘야 하고 중국이 아직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고 지적했다.

탕징위안은 “그래서 항저우 정부는 지난 몇 년간 시내 곳곳을 꾸미는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아낌없이 진행했다. 거리는 밝은색으로 칠해졌고 대로변 주택들은 꽃으로 장식됐는데, 정부에서 가져다가 꾸며놓은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 바람에 일자리 예산이나, 코로나19 봉쇄로 벼랑 끝에 내몰린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 청년 지원사업 등은 부실해졌기에 주민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