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공부하고 싶지 않아” 중국 유학 美 유학생 97% 급감

최창근
2023년 11월 30일 오전 11:04 업데이트: 2023년 11월 30일 오전 11:43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린 샌프란시스코 방문 기간에 “향후 5년 내 미국인 유학생 5만 명을 유치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 상황은 반대로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날이 첨예해지는 미‧중 갈등 속에서 양국 간 경색된 분위기를 방증(傍證)하는 실증 자료가 나왔다.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미국인 유학생 수이다. 중국행을 택하는 미국 유학생 수는 명실상부하게 ‘급감’한 것으로 밝혀졌다.

11월 28일,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2023년 11월 현재 중국 내 미국인 유학생은 350명에 불과하다.”고 보도했다. 주중국 미국대사관 통계자료를 인용한 보도는 “코로나19 펜데믹 직전 해인 2019년 중국 내 미국인 유학생이 1만1000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97% 줄어들었다.”고도 했다.

미국 국무부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코로나19 펜데믹 이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미국 학생들이 선호하는 유학지였다. 조사 시기마다 편차는 있지만 영국을 비롯한 서유럽 국가 다음 순위는 변치 않았다. 중국이 미국에 이은 제2 경제대국이고, 중국어는 사용 인구 수 기준 세계 1위 언어이기 때문이다.

2010년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은 “5년 동안 10만 명의 미국 학생을 중국으로 유학 보내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오바마 행정부 시절 미국 국무부는 “해당 유학생이 차세대 중국 전문가가 될 것이다.”라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시진핑 집권 후 중국은 권위주의 통치가 강화되고, 애국주의‧국수주의 교육 영향으로 중국 내 반미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경제‧무역 부문을 중심으로 미‧중경쟁이 격화했다. 여기에 코로나19 펜데믹,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의 개정 반간첩법 시행 등이 겹쳐 미국 유학생의 중국 선호도가 급감한 것으로 해석된다.

‘뉴욕타임스’는 중국 매체의 반미 선동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중국 공산당 선전 매체들은 미국을 위험한 범죄에 휩싸인 곳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중국인들도 미국 도착 시 비자를 받지 못하거나 입국 심사가 까다로워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국 정책 기조도 중국 유학생 급감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미국 국무부는 중국의 개정 반간첩법 시행일인 7월 1일에 발맞춰 6월 30일 자 공고에서 중국 본토, 마카오를 ‘여행 계획 취소를 고려해야 하는’ 여행주의보(Travel Advisory Levels) 레벨 3단계(Reconsider travel) 국가로 분류해 고지했다. 동시에 홍콩을 여행 시 주의해야 하는 2단계(Exercise increased caution) 지역에 포함시켰다. 중국, 홍콩, 마카오 3곳 모두 미국인과 외국인에 대한 출국 금지 및 부당한 구금의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미국 국무부가 발령하는 여행주의보 단계는 1단계부터 4단계까지 존재한다. 4단계는 여행 금지(Do not travel)에 속한다. 미국 국무부는 중국에 거주하거나 여행하는 미국 시민은 미국 영사 서비스를 받을 수 없거나 자신에게 부여된 범죄 혐의에 대한 정보 없이 구금될 수 있다는 사실도 고지했다. 모두 중국 반간첩법의 확대 적용을 우려한 경고였다. 실제 노스캐롤라이나대는 국무부의 여행 자제 권고 이후 중국 유학 프로그램을 폐지했다.

미‧중 간 학술 교류 프로그램 중단도 한 원인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기 중단했던 중국·홍콩 관련 풀브라이트 학술 교류 프로그램을 복원하지 않았다. 사관생도 교류 프로그램도 중단 상태이다. 미국 육‧해‧공군은 2019년부터 베이징대·칭화대 박사과정 입학을 지원하는 ‘슈워츠먼 프로그램’에 사관생도를 파견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선전‧선동기관이자 스파이 기관으로 지목받아 퇴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공자학원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미국 행정부는 자국 내 중국어 학습 파트너를 기존 중국에서 대만으로 바꾸었다. 그 연장선상에서 하버드대를 포함해 국방부 자금을 지원받는 기관들은 중국어 학습 프로그램 파트너를 중국에서 대만으로 바꾸었다.

이 속에서 “‘지피지기(知彼知己)’를 할 수 없게 됐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유학생 감소, 학술 교류 축소로 미국 내 중국 전문가를 양성하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데니스 사이먼 전 노스캐롤라이나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지난 8월 “중국과의 관계를 끊음으로써 미국 학계는 세계 2위 경제 대국이자 세계 2위 연구·개발비 지출 국가에 대한 접근성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비판하며 교수직을 사임했다.

반면 미국에서 공부하는 중국 유학생의 수는 지난해 통계 기준 29만 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에도 9만 4000명의 중국인이 미국 유학비자를 받았다. 지난해보다 2만 8000명 증가한 수치이다. 중국에선 미국 등 서방과 갈등 격화 영향으로 일부 학생들이 미국 유학을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도 존재하지만, 여전히 미국 유학에 대한 수요가 줄지 않았음을 실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