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진단] “체포된 헝다 회장, 고위층 700명 이름 불었다” 소문 확산

강우찬
2023년 10월 26일 오후 4:19 업데이트: 2023년 10월 26일 오후 5:49

연루된 금액만 약 300조원 추정…일부만 확인돼도 폭탄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 쉬자인(許家印) 회장이 자신과 금전적 거래 관계에 있는 중국 공산당(중공) 고위층 인사 수백 명의 명단을 넘겼다는 소문이 중화권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중공 수뇌부인 중앙정치국 전·현직 상무위원 9명, 정치국 위원 및 그 가족 19명, 성부급(省部級·성장과 장차관급) 88명, 청국급(廳局級) 670여 명이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연루된 금전 거래 총액은 약 1조6천억 위안(약 296조원)으로, 일부만 사실로 드러나더라도 이미 부동산 위기와 금융 리스크, 지방정부·국유기업의 막대한 부채 리스크로 휘청이는 중국 경제에 또 다른 대형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에포크타임스의 중국 문제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공산당 고위층의 비호가 없이는 쉬자인 회장처럼 거대 부동산 제국을 건설할 수 없다”며 “소문의 진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나 충분히 합리적 의심의 범주 안에 들어가는 의혹”이라고 평가했다.

중국 사업가 출신의 시사평론가 멍쥔은 “중국에서 사업할 때, 일정 규모 이상으로 기업을 성장시키려면 관련 부문의 고위급 간부와의 꽌시(關系·인맥)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멍쥔은 “올해 7월 발표된 헝다그룹의 재무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총부채액은 2조4천억 위안(약 445조원)에 달했다”며 “이러한 무분별한 확장은 정부 여러 부문에서 쉬자인 회장의 사업을 전폭적으로 밀어줬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헝다그룹은 토지를 취득한 후 그 토지를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다시 토지를 취득하고, 다시 담보로 삼아 대출을 받았고 신에너지, 자산관리 등 전문성이 없는 분야로 마구 확장했다. 간부들은 거액의 뇌물을 받고 이를 눈감아 줬다”고 설명했다.

쉬자인 회장은 지난달 말 중국 공안당국에 전격 체포됐다. 헝다그룹은 홍콩 증권거래소 공시를 통해 “쉬 회장이 법률 위반 범죄 혐의로 법에 따라 강제 조치됐다”고 밝혔다.

당시 중화권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쉬자인 회장이 자신의 체포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었다. 그는 시진핑의 최대 라이벌인 쩡칭훙 전 중국 부주석의 대리인으로 알려져 있다. 막강한 뒷배를 가진 만큼 안심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상하지 못했던 체포에 당황한 쉬자인 회장이 자신의 살길을 찾으려 시진핑 당국에 입을 열기 시작했다는 게 소문의 주된 내용이다.

“중국 경영환경, 민간기업에는 가시밭길”

멍쥔에 따르면 중국의 비즈니스 환경에는 공정한 경쟁이 존재하지 않으며, 특히 민영기업은 각종 차별 대우로 성장하기 매우 어렵다. 난관을 뚫고 성장하더라도 국유기업에 인수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반면, 국유기업과 중앙관리기업(중앙정부가 직속 관리하는 기업, 중앙기업) 앞에는 레드카펫이 깔린다. 국유기업과 중앙기업 직원들은 자료 제시와 까다로운 설득 작업 없이 인사만 나누는 것으로 비즈니스 상담을 마무리 짓는다.

멍쥔은 “중앙기업, 국유기업은 특권을 누리며 가는 곳이 곧 길이 된다”며 “중앙기업 관계자가 방문하면 지방의 관리와 개인, 기업들은 지시에 따를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영기업은 은행 대출을 받으려면 많은 담보와 탄탄한 조건을 갖추고도 높은 이자율을 적용받는다. 그러나 중앙기업이나 국유기업은 원하는 금액과 조건에 더 낮은 이자율로 대출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중국 국무원 판공실은 지난 23일 베이징, 상하이 등 16개 성·시·자치구에 직접 조사원을 파견해 민영기업을 상대로 한 지방정부의 부당한 처우와 행정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경제 침체 속에서 뒤늦게 민간기업 기 살려주기에 나선 것이다.

멍쥔은 “중국의 경제성장은 민영기업의 창의력과 활력으로 이뤄냈지만, 일정 규모 이상으로 성장하는 민영기업은 드물다”며 “일부 경영자들이 놀라운 성과를 거두기도 하지만, 희생을 강요당하다가 결국에는 국유기업에 인수되는 처지에 놓인다”고 했다.

에포크타임스 중문판 주필인 스산(石山)은 “헝다그룹이 2조4천억 위안, 비구이위안이 1조4천억 위안(약 259조원)의 빚을 지고 있다며 말들이 많지만 중국 민영기업의 부채는 국유기업에 비하면 적은 편”이라고 말했다.

중국사회과학원 금융연구소가 지난 7월 발표한 2023년 2분기 중국 재무 보고서에서는 중국의 부채를 약 350조 위안(약 6경4935조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일반에 공개된 것만 집계한 것으로 실제 수치는 이보다 더 클 것으로 여겨진다.

해당 보고서를 분석한 한 경제학자는 민영기업 부채는 전체의 약 10%로 정부나 국유기업 부채보다 훨씬 적지만 수출 기여도, 일자리 및 서비스 창출 기여도 등은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중국 경제는 국가가 소유한 국유경제와 민간이 투자하고 경영하는 민영경제로 나뉜다.

스산은 “중국에서는 ‘민영경제는 오륙칠팔구’라는 말이 떠돈다”며 민영경제가 전체 재정수입의 50%, GDP의 60%, 기술혁신의 70%, 고용의 80%, 기업 수의 90%를 차지한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중국의 민영경제, 민영기업들이 전체 경제의 최소 50% 이상을 떠받들면서도 부채 비중은 10%에 그치는 높은 효율을 보이는 반면, 중공은 90%의 자원(부채)을 통제하면서도 국내총생산(GDP)의 40%밖에 담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산은 “중국 정부와 국유기업의 이러한 비효율은 실제로 자금이 엉뚱한 곳에 쓰이고 있기 때문”이라며 “사회 통제, 권력 장악, 경찰력 강화 등에 거액의 자금이 빠져나간다. 결국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이른바 ‘안정유지비용’이다”라고 지적했다.

“물론, 일대일로 추진을 위한 외국 지원 및 인프라 인구, ‘전 인류 해방’ 등의 공산당의 이념 선전 비용에도 쓰인다”고 스산은 덧붙였다.

에포크타임스 중문판 편집장 궈쥔(郭君)은 중국 경제 성장률 5% 발표에 관해 의문을 제기했다.

궈쥔은 “중국 속담에 ‘관청이 숫자를 내고, 숫자가 관리를 낸다(官出數字, 數字出官)’는 말이 있다”며 “경제 지표를 바탕으로 관리들의 승진이 결정되기 때문에, 각종 지표가 관리 개인의 이익을 위해 조작되는 경향을 나타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궈쥔은 “미국은 경제성장률이 2~3%이면서도 거리 곳곳에서 구인광고를 볼 수 있다”며 “그런데 중국은 경제성장률 5%를 발표하고서도 실업률 상승, 부동산 투자 30% 감소, 주택 판매가 약 90% 감소를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경제를 이끌어 온 수출도 10% 이상 감소하고, 민간투자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여러 지표가 경제성장률 5%와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