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중국에 일대일로 프로젝트 탈퇴 선언

정향매
2023년 12월 7일 오후 1:34 업데이트: 2023년 12월 7일 오후 2:40

이탈리아 정부가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 탈퇴 계획을 중국에 공식 통보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지난 6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통신사 애드크로노스가 주최한 행사에서 해당 소식을 전하며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원하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대일로 비(非)참여국들이 더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해당 프로젝트는 이제 정부가 처리할 우선순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2013년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아시아, 아프리카, 동유럽 각국에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영향력을 확장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프로젝트 출범 10년이 된 지금, 전 세계 150여 국가가 중국과 일대일로 협정을 체결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2019년 중국 당국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일대일로에 참여했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유일한 일대일로 참여국으로 서방 동맹국, 특히 미국에 실망감을 안겼다. 

당시 집권 오성운동(Five Star Movement)당 정부는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통해 국제 무역을 활성화하는 동시에 인프라 건설 투자 자금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둘 다 실현되지 않았다. AP 통신에 따르면 일대일로 참여 기간 동안 이탈리아의 대(對)중국 무역 적자는 200억 유로(약 28조4556억원)에서 480억 유로(약 68조2934억원)로 증가했다.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했던 중국 공산당의 이탈리아 항구 투자도 현실화되지 않았다. 

이탈리아가 체결한 협정은 5년 협정이며 내년 3월 22일 만료될 예정이다. 이탈리아는 올해 말까지 협정 갱신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미리 프로젝트 탈퇴를 공식 통보하지 않으면 해당 협정은 5년 단위로 자동 연장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하기 위해 수개월간 준비해 왔다.  

미국과 중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탈리아는 다수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양국 사이에서 입장이 난감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중국 당국이 러시아를 지원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중국과의 무역 왕래와 투자에 대한 열망과 중국 당국의 강압적인 경제 정책, 인권 문제와 중국산 원자재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 대한 우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유럽 각국은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이탈리아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하지만, 타야니 부총리는 “이탈리아와 중국은 양국 관계를 계속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